한국 경제가 새 기록을 썼다. 올해 5월까지 경상수지 흑자는 1천412억8천만달러로 지난해 연간 흑자(1천230억5천만달러)를 5개월 만에 넘어섰다. 5월 경상수지는 월간 기준 역대 최대인 386억달러를 기록했고, 상품수지도 사상 최고였다. 반도체 수출은 167.7% 급증했고, 해외 투자은행들은 성장률 전망치를 잇달아 올리고 있다.
그런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사상 최대 영업이익과 역대급 실적 전망에도 주가가 떨어졌다. 외국인 차익 실현 때문만은 아니다. 현재 초호황은 미국 빅테크의 인공지능(AI) 인프라 투자 경쟁이 가장 큰 동력 중 하나다. AI 투자가 예상보다 빨리 둔화(鈍化)하거나 투자 효율성에 대한 의문이 드는 순간, 반도체가 가장 먼저 충격을 받는다.
'반도체 착시'는 구조적 취약성도 숨기고 있다. 수출과 경상수지의 신기록은 내수 체감 온도를 끌어올리지 못한다. 자영업자 폐업은 이어지고, 건설과 유통 등 내수 산업은 활력을 되찾지 못한다. 거시지표는 화려하지만 민생경제는 허덕이는 '지표와 체감의 괴리(乖離)'가 커진다. 게다가 반도체는 경상수지, 수출, 법인세, 성장률, 코스피 모두를 이끌고 있다. 좋은 지표들이 하나의 원인에서 나온다는 것은 언뜻 든든해 보여도 경제 전체로 보면 위험 신호에 가깝다. 글로벌 빅테크 투자 계획이나 해외 투자은행 보고서 한 장에 증시와 심리가 민감하게 반응하는 구조다.
가장 위험한 순간은 모두가 호황을 당연시할 때다. "반도체가 있으니 괜찮다"고 안도(安堵)할 때 오히려 경계해야 한다. 한 산업이 국가 경제를 떠받치는 것은 위험의 집중이다. 사상 최대 흑자는 반갑지만 먼저 답해야 할 질문이 있다. 지금 우리는 반도체를 키우는 것인가, 아니면 반도체에 기대는 것인가. 비슷해 보이지만 전혀 다른 질문이다. 반도체 메카 클러스터에 무작정 환호할 때가 아니다. 반도체라는 특정 산업에 국운(國運)을 맡기는 형국이 될 수도 있다. 한국 경제가 준비해야 할 것은 더 큰 흑자가 아니라 최대 흑자가 끝난 뒤에도 흔들리지 않을 구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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