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7차 최고가격 인하로 하락세를 이어가던 국내 기름값이 미국과 이란의 군사 충돌 재점화라는 변수에 제동이 걸렸다. 국제유가 하락을 이끌 것으로 기대됐던 석유수출국기구 플러스(OPEC+)의 증산 효과가 중동 리스크에 상당 부분 상쇄되면서 휘발유 가격의 1천600원대 후반 복귀 시점도 예상보다 늦어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13일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시스템 오피넷에 따르면 이날 전국 주유소 휘발유 평균 판매가격은 리터(ℓ)당 1,879.16원을 기록했다. 대구는 1,850.73원, 경북은 1,876.35원으로 집계됐다. 전국에서 가장 높은 가격을 기록한 서울은 평균 1,915.76원으로 1천900원대를 유지했다.
국내 기름값은 최근 정부의 최고가격 인하 조치가 시장에 반영되면서 뚜렷한 하락세를 나타냈다. 정유사 공급가격 상한이 낮아지면서 한때 2000원 안팎까지 치솟았던 전국 휘발유 가격도 1천800원대로 내려왔다.
최고가격은 정유사 공급가격에 적용된다. 실제 주유소 판매가격은 공급가격에 유통비와 마진 등이 더해져 결정되는 만큼 소비자 가격에는 일정한 시차를 두고 반영된다.
시장에서는 OPEC과 러시아 등 주요 산유국 협의체인 OPEC+의 증산이 국제유가를 끌어내릴 것으로 기대했다. 감산 규모를 축소하고 생산량 확대에 나서면서 공급 부족 우려가 완화될 것이란 전망이 힘을 얻었기 때문이다. 이 같은 흐름이 이어질 경우 국내 휘발유 가격도 전쟁 이전 수준인 1600원대 후반까지 빠르게 내려갈 수 있다는 관측이 우세했다.
하지만 미국과 이란의 무력 충돌이 재개되면서 분위기가 다시 바뀌었다. 양국은 지난달 17일 종전 양해각서(MOU)를 맺었지만 호르무즈 해협 통제권을 둘러싼 갈등을 풀지 못했고, 최근에는 오만 연안 남쪽 수로 통항 문제를 놓고 충돌이 심화하고 있다. 세계 원유 해상 운송의 핵심 통로인 이 해협의 공급 차질 우려가 부각되면서 국제유가도 다시 상승세로 돌아섰다.
실제로 13일 오전 9시 20분(한국시간) 기준 유럽 ICE선물거래소에서 브렌트유 9월 인도분은 전 거래일보다 3.75% 오른 배럴당 78.86달러, 뉴욕상품거래소의 미국 서부텍사스산원유(WTI) 8월 인도분은 3.72% 상승한 배럴당 74.07달러에 거래됐다.
업계는 중동 긴장 완화와 OPEC+ 증산이 이어질 경우 국내 휘발유 가격의 추가 하락 가능성은 여전히 유효하다고 보고 있다. 다만 미국과 이란의 갈등이 재차 격화하면서 1천600원대 후반 복귀 시점은 당초 예상보다 늦어질 가능성이 커졌다는 분석이다. 국제유가가 추가 하락하더라도 국내 판매가격에 반영되기까지는 일정한 시간이 필요한 만큼 소비자가 체감하는 가격 인하 속도도 제한적일 것이란 전망이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산유국의 증산으로 공급 확대 기대는 여전히 유효하지만 중동 정세 불안이 완전히 해소되지 않은 상황"이라며 "국제유가가 추가 하락하더라도 국내 판매가격에 반영되기까지 시차가 있는 만큼 휘발유 가격의 1천600원대 후반 복귀도 예상보다 늦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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