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아침, 독일과 일본에서 온 두 청년이 대구 수성구청으로 걸어서 출근한다. 관광객도, 유학생도 아니다. 본국에서 공무원증을 지닌 스물다섯, 스물아홉의 현직 공직자다. "안녕하세요, 수성구!" 서툰 한국어 인사에는 독일과 일본 억양이 뒤섞였지만 표정만큼은 진지했다.
이들이 대구까지 온 이유는 하나다. 한국의 지방행정을 현장에서 배우기 위해서다. 대구 막창에 반한 독일 청년은 미래교육과에, 산낙지 맛을 잊지 못하는 일본 청년은 홍보소통과에 배치됐다. 국적은 달라도 목표는 같다. 수성구가 일하는 방식을 몸으로 익혀 자국 도시에 그대로 적용하는 것이다.
◆ 첫날 배운 한국어 '빨리빨리'
독일 카를스루에시청 청소년사업팀장 도미닉 슈텡엘(25) 씨는 한국에 온 첫날을 잊지 못한다. 인천국제공항까지 마중 나온 수성구청 직원들에게서 이미 깊은 인상을 받았다. 그는 "먼 길을 달려와 준 게 고마웠다. 한국 사람들의 따뜻한 마음을 첫날부터 느꼈다"고 말했다.
슈텡엘 씨는 본국에서 14~27세 청소년·청년을 위한 상담과 맞춤형 사업을 이끈다. 그가 운영하는 '힙합문화센터 콤보'는 브레이킹과 그래피티 같은 거리 예술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그는 "이 업무와 관련해 이미 한국과 교류해 왔다. 그래서 수성구 연수가 더 기대됐다"고 했다.
수성구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한국어를 묻자 그는 망설임 없이 "빨리빨리"라고 답했다. 단순한 감탄이 아니었다. "독일에서는 행정 서류 하나를 처리하는 데 몇 주씩 걸린다. 그런데 수성구는 달랐다. 신청하면 곧바로 처리되고 답변도 정확했다. 처음엔 믿기지 않을 정도였다"고 놀라워했다.
속도만 빠른 게 아니었다. 정확했다. 그는 "수성구의 행정 시스템은 독일이 배워야 할 모델"이라고 말했다.
음식 이야기도 빠지지 않았다. 불고기와 삼겹살에 먼저 입맛을 빼앗긴 그는 "독일 사람들에게 대구에 오면 막창을 꼭 먹어보라고 권하겠다"며 대구 막창 예찬을 이어갔다.
수성행복드림센터에서 주 2회 한국어를 배우는 그는 "주민을 위한 문화·교육·복지 프로그램이 잘 갖춰져 있다. 도심에 공원과 녹지가 많고, 대구간송미술관·대구미술관 같은 문화시설도 풍부해 살기 좋은 도시로 느껴졌다"고 말했다. 4개월 연수를 마치고 카를스루에로 돌아가면 수성구를 롤 모델 삼아 교류 협력 사업에 앞장설 계획이다.
◆ 동사무소 없는 일본…수성구 온라인 민원에 '눈이 번쩍'
일본 이즈미사노시 국제교류과 주무관 하세가와 마사히로(29) 씨는 본국에서 대표단 영접과 의전, 시장의 해외 출장을 맡아온 국제교류 전문가다. 수성구청 홍보소통과에 배치돼 한국식 소통 행정을 꼼꼼히 관찰하고 있다.
그가 먼저 꺼낸 기억은 뜻밖에도 음식과 문화 체험이었다. "수성구청 직원 동호회 '담다' 초청으로 전통요리 모임에 참가했는데, 궁중 방식 호떡 '조호전'과 궁중 떡볶이를 만들어 본 기억이 생생하다" 고 했다.
산낙지에 처음 젓가락을 댔다가 그 맛에 반한 그는 이제 대구 음식 예찬론자가 됐다. 프로야구 삼성 라이온즈 경기도 잊지 못한다. 직원들과 함께 관람한 그는 "홈 팬들의 열기가 대단했다. 가슴이 뭉클할 정도였다"고 했다.
행정 현장에서 그가 가장 눈여겨본 것은 온라인 민원 시스템이었다. "일본에는 동사무소가 없다. 민원 서류도 오프라인으로만 발급돼 시청이 늘 붐빈다" 그는 또 "한국은 인터넷으로 신청과 발급이 모두 가능했다. 주민에게 얼마나 편리한지 직접 보고 놀랐다" 고 했다.
마사히로 씨는 귀국 후 이즈미사노시에 이 시스템을 도입하고, 수성구와 예술 분야 교류도 넓히고 싶다고 했다.
◆ 우호 교류 넘어…실질적 '행정 협력 파트너'로
두 사람은 대한민국시도지사협의회가 주관하는 외국공무원 초청 연수 프로그램으로 수성구에 파견됐다. 지난 4월부터 8~10월까지 각각 4~6개월간 수성구청에 머물며 한국의 지방행정을 경험하고 인적 네트워크를 쌓는다.
두 사람의 하루는 단순한 연수로 끝나지 않는다. 한국 동료들과 점심을 함께 먹고, 퇴근 후엔 수성구 곳곳을 걸으며 도시를 익힌다. 언어 장벽은 있지만 현장에서 몸으로 부딪히며 배우는 것이 더 많다고 두 사람은 입을 모았다.
수성구는 이 프로그램으로 우호 교류를 넘어 실질적인 행정 협력 파트너를 얻고 있다. 막창에 반한 독일 청년, 산낙지에 빠진 일본 청년. 두 사람이 배운 수성구의 방식은 머지않아 카를스루에와 이즈미사노의 행정 현장에서 다시 살아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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