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149개국 성인의 최대 35%가 백신 접종을 미루거나 거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질병관리청이 27일 소개한 인도네시아 연구진의 분석 결과다.
연구진은 2000~2024년 발표된 펍메드(Pubmed)·스코퍼스(Scopus)·코크란(Cochrane) 등 학술 데이터베이스 논문과 WHO·유니세프·세계백신면역연합(GAVI) 등 국제기구 보고서를 종합 분석했다. '백신 망설임'(vaccine hesitancy)·'백신 신뢰도'(vaccine confidence)·'허위 정보'(misinformation)·'백신 정책'(vaccine policy) 등 핵심 용어로 논문과 보고서를 검색해 접종률 변화, 접종 결정 요인, 접종률 하락의 결과를 살폈다.
이른바 '백신 망설임'은 접종이 가능한 상황에서도 접종을 주저하거나 거부하는 현상으로 정의된다. 연구진은 "이는 특정 백신이나 지역에 국한되지 않는 전 세계적인 현상"이라고 설명했다. 149개국 성인 가운데 적게는 10%, 많게는 35%가 백신 접종을 망설이는 것으로 집계됐다.
대표적 예방접종 지표인 DTP(디프테리아·파상풍·백일해) 3차 접종률은 2019년 86%에서 2021년 81%로 떨어진 뒤, 2023년에는 84%로 일부만 회복하는 데 그쳤다. 코로나19 기간 의료서비스 중단과 접종 일정 차질에 이어 백신 신뢰 저하가 접종률 회복을 어렵게 하는 요인으로 지목됐다.
접종률 하락은 홍역 재유행으로 직결됐다. 홍역은 전염력이 매우 강해 접종률이 조금만 떨어져도 바로 다시 유행하는 '경보기' 역할을 한다. WHO에 따르면 유럽 지역의 홍역 예방 백신(MCV1) 1차 접종률은 2019년 95%에서 2022년 92%로 하락했다. 2021년 전 세계 홍역 환자는 약 900만명, 사망자는 12만8천명에 달했다. 2006년 이후 최악 수준이다.
미국에서는 2000년 홍역 퇴치를 선언했으나 2024년 285건의 확진 사례가 보고됐다. 이 가운데 89%는 예방접종을 받지 않았거나 접종 여부가 확인되지 않은 사례였다. 현지 지역사회의 백신 접종 거부가 직접적인 원인으로 지목됐다.
백신 망설임의 배경에는 소셜미디어를 통한 허위정보 확산이 자리잡고 있다고 연구진은 분석했다. 페이스북·유튜브·틱톡 등의 추천 알고리즘이 사용자를 더 극단적인 반(反)백신 콘텐츠로 유도하는 이른바 '토끼굴 현상'이 작동한다는 설명이다. 온라인에서 반백신 게시물은 친(親)백신 게시물보다 3.7배 더 많이 공유됐다.
속도 면에서도 허위정보가 앞선다. 연구진에 따르면 트위터(현 엑스) 데이터 분석 결과, 주요 백신 보급 기간에 백신 관련 허위 정보는 팩트체크가 나오기 6시간 전에 이미 최대치의 파급력을 기록했다. 정확한 정보가 퍼지기도 전에 잘못된 정보가 먼저 확산되는 구조다.
우크라이나·가자·수단 등 분쟁 지역의 인도주의적 위기 악화도 백신 신뢰를 무너뜨리는 요인으로 꼽혔다. WHO는 과학에 대한 반감과 공중보건의 정치화가 예방접종 신뢰를 위협하고 있다고 경고했다. WHO는 이미 2019년 백신 망설임을 세계 보건을 위협하는 10대 요인 중 하나로 지목한 바 있다.
연구진은 "백신 개발 분야에서의 눈부신 과학적 발전에도 불구하고 접종률 감소와 예방 가능한 질환의 재유행은 수십 년간 이뤄낸 공중보건의 진보를 무너뜨릴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어 "정기접종 체계를 튼튼히 하고 투명하게 소통하는 것이 백신 효과를 지키는 가장 현실적인 전략"이라고 강조했다. 질병관리청은 이번 분석 결과를 토대로 허위정보 대응과 예방접종 신뢰 회복을 위한 소통 강화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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