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진 폭염에 시달려 온 산야는 가을을 목타게 갈구하고 있다. 만발한 무궁화는 조국 광복의 기운을 즐기고 있으나, 이 무더위는 조선의 국권이 빼앗기고 하늘마저 울던 그날의 사연들을 소환하고 있다. 역사에 묻힌 조선의 마지막 어전회의(8월 22일)와 국권 상실의 경술국치일(8월 29일)은 생각의 꼬리를 물게 한다. 국권 상실은 외세의 힘 때문만은 아니었다. 권력에 몰두한 오랜 당파 싸움과 세도정치에 물든 조정 대신들의 탐욕, 무능함과 회피적 침묵이 조선을 침몰로 내몰았다. 당시 상황은 암울했다. 고종 황제의 재가 없이 외부대신 박제순과 일본 공사 하야시 곤스케의 서명으로 대한제국의 외교권을 박탈하는 을사늑약(1905)이 체결된다. 고종은 네덜란드 헤이그 만국평화회의 특사 파견으로 그 부당함을 국제사회에 알려 을사늑약의 무효를 호소하려 하지만 결국 실패하고 강제 퇴위된다. 그 후 총리대신 이완용과 통감 이토 히로부미의 정미 7조약(1907) 체결로 입법·행정·사법 등 통치권 전반이 사실상 일본에 넘어간다. 이런 어둠 속에서 순종 황제는 조선 건국 519년인 1910년 8월 22일 조선의 마지막 어전회의를 창덕궁(흥복헌)에서 연다. 이 회의에는 황제 순종, 총리대신 이완용, 내부대신 박제순 등 국무대신, 황족 대표 그리고 문무 원로 대표들이 참석했다. '국가의 향후 진로를 논의한다'는 명분이지만 한일병합조약 체결을 위한 형식적인 절차에 불과했다. 이완용은 한일병합의 불가피함을 역설했고, 침묵하던 순종의 "모든 신하들이 좋다 한다면 짐도 이의가 없다", 그리고 찬성 주요 대신들의 "지당합니다"로 마무리된다. 7일 후 공식 선포(8월 29일)로 일본 식민 지배 35년 어둠의 터널로 내몰린다. 관직 사직 대신 1명의 반대 표시 외에, 병합 축하연에 참석하여 침묵하는 조정 대신들과 다르게 백성은 절망했고, 분노했다. 수많은 독립운동가는 목숨을 던졌고, 전국에 울려 퍼지는 통곡과 함께 의병 투쟁은 더욱 거세졌다. 일본은 무력으로 진압하려 하지만 백성의 저항은 3·1운동과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으로 이어지고 마침내 광복의 단초가 되었다. 그날의 굴욕을 기억하는 것은 역사를 앎만이 아니라 강대국에 둘러싸인 우리의 상황에서 주어진 공직자의 사명과 책임 의식 그리고 미래세대를 향한 역사의식에서 비롯된다. 민족은 과거에서 교훈을 되새길 때 그 지속성이 보장될 수 있다. 조선 패망의 과정 그리고 마지막 어전회의와 그 이후 조정 대신들의 행적들은 이 시대 공직자들에겐 산 역사 자료이다. 군주 체제에서 의로움을 좇는 선비 정신과 역사의식은 사라지고 개인의 부귀영화를 좇는 조정 대신들의 모습을 역사는 돋보기로 들여다보고 있다. 퇴각하는 왜군을 쫓아 마지막 순간까지 직분을 목숨으로 수행하다 산화한 이순신 장군의 공직관이 별이 되어 빛나고 있다. 역사에서 우리는 무엇을 보고 있는가.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촉발한 강대국의 비정한 힘의 논리는 지구촌을 온통 야만적인 약육강식의 밀림으로 몰아넣고 있다. 역사의 거울은 이 시대에 어떤 공직자를 찾고 있을까. 새로운 정부가 출범한 지금, 공직자들은 개인적, 정파적 이익을 넘어, 투철한 역사관으로 오직 국민을 바라보며 미래세대를 위해 지혜를 모아야 한다. 이 시대 우리는 살얼음 위를 걷는 작은 나라 운명을 국민적 합심으로 극복하며 후대에 좋은 제도와 올바른 국민적 기풍을 물려주어야 한다. 정파를 넘는 협력과 책임 그리고 역사의식, 국민 중심의 신뢰로 민족 치욕의 역사를 국가의 미래 희망으로 승화시켜 가야 한다.
2025-08-19 14:34:41
일제강점기, 나라가 쇠사슬에 묶인 채 신음하던 시절에도 총칼이 아닌 뜻과 실천으로 독립을 일군 이들이 있었다. 그중에서도 경남 의령에서 태어난 위대한 독립운동가 백산 안희제(白山 安熙濟, 1885~1943) 선생은 조용하지만 가장 뜨거운 불꽃이었다. 그는 말보다 행동을 앞세운 사람이었다. 뜻을 세운 뒤 사익은 단호히 버리고 평생 자신의 재산과 역량을, 끝내는 목숨까지도 오롯이 조국에 바쳤다. 1914년 부산에 설립한 백산상회와 이어진 백산무역주식회사는 표면적으로는 무역회사였지만, 실상은 독립군의 군자금 창고이자 항일투쟁의 후방기지였다. 최준, 윤현태 등 영남의 애국적 자산가들이 대다수 주주로 참여해, 그 재정적 기반이 곧 무장독립운동의 생명줄이 되었다. 안희제 선생은 단 한 푼의 사적 이익도 취하지 않고 자금을 고스란히 독립운동에 바쳤으며, 이는 단순한 미담이 아닌 독립운동의 토대를 지탱한 실질적인 힘이었다. 그의 투쟁은 무기 대신 경제와 교육을 무기로 삼았다. 만주에 세운 발해농장(渤海農場)은 겉으로는 농장이었지만, 실상은 독립운동가들의 생활을 지원하고 군자금을 마련하는 비밀 거점이었다. '자립 없이 독립 없다'는 그의 신념은 단순한 구호가 아니라, 황무지를 갈아엎어 씨앗을 심으며 스스로 실천한 삶의 원칙이었다. 그는 동아일보와 중외일보 경영을 통해 민족정신을 고취하고, 기미육영회를 조직하여 청년 인재를 길러냈다. 또한 중국을 오가며 독립운동 정보망을 구축하고, 항일 세력 간의 연결고리를 놓는 데 심혈을 기울였다. 이런 활동은 국내외에서 흩어져 있던 독립운동 세력을 하나로 잇는 연결고리였으며, 무명의 투사들이 버틸 수 있는 토대였다. 해방 후 귀국한 백범 김구 선생이 "임시정부 지원의 6할은 백산의 몫이다"라며 백산 선생의 고향인 의령 쪽을 향해 고개 숙여 큰절을 올렸다는 일화는 그만큼 모든 능력을 동원해 임시정부 재정을 뒷받침했던 백산 선생에 대한 깊은 존경을 보여주는 일화이기도 하다. 나라를 지키는 길은 반드시 총을 들어야만 가능한 것이 아니었다. 눈에 보이지 않는 곳에서 재정을 마련하고, 언론과 교육으로 민족정신을 지켜낸 것도 또 하나의 치열한 전선이었다. 그의 말년은 고난의 연속이었다. 수년간 일제의 끈질기고 치밀한 감시와 탄압 속에서 끝내 체포된 그는, 모진 고문과 옥고를 견디다 1943년 병보석으로 풀려난 지 불과 세 시간 만에 눈을 감았다. 광복을 2년 앞둔 시점이었다. 이루지 못한 꿈은 남았지만, 그 절개의 정신은 꺼지지 않았다. 조국의 독립은 수많은 이름 없는 이들의 헌신 위에 세워졌다. 백야(白冶) 김좌진, 백범(白凡) 김구, 백산(白山) 안희제. 해방의 불꽃이자 영웅이었던 그들이 삼백(三白)으로 불리는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었다. 그중 백산 안희제 선생은 백범 김구를 비롯한 항일독립투사들이 가슴깊이 기억하는 조용하지만 가장 치열했던 불꽃이었다. 美 워싱턴 한국전쟁 기념공원에는 'Freedom is not free'라는 문구가 새겨져 있다. 우리가 누리는 이 소중한 자유는 결코 공짜가 아니다. 백산 선생의 삶은 과거에 머물지 않고, 지금도 그리고 앞으로도 우리의 정신적 나침반이 되어야 한다. 역사는 기억하는 자의 것이며, 기억 속에서 다시 살아난 정신은 새로운 행동을 낳는다. 우리가 그 뜻을 이어받아, 다음 세대가 자랑스럽게 기억할 새로운 백 년을 세우는 것, 그것이야말로 백산 안희제 선생께 드리는 진정한 헌사일 것이다. -한국자유총연맹 대구시지부 고문 정영만
2025-08-18 17:47:38
올해는 광복 80주년을 맞이하는 뜻깊은 해이다. 일본에 주권을 빼앗기고 약 35년간 온갖 고통을 겪고 광복(해방)을 맞아 오늘까지 80년을 살아가고 있다. 그동안 정부 수립과 남북 분단, 6·25전쟁, 산업화와 민주화운동 등 우여곡절을 겪으면서 세계 경제 10위권에 진입하는 국가로 성장하면서 세계 속의 대한민국으로 자리를 잡았다. 그러나 대한민국의 정통성을 잇는 독립운동 역사를 잊고 사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우리는 단군 이래, 조선왕조-대한제국-상해 임시정부와 독립운동기를 거쳐 1945년 해방과 더불어 1948년 초대 이승만 정부가 들어선 후 지금까지 이어오고 있다. 이러한 대한민국의 정통성마저 부정하는 세력(뉴라이트)이 있다. 그런 만큼 광복 80주년을 맞아 올바른 역사 인식과 역사교육이 어느 때보다 절실해졌다. 그럼 이런 역사 인식과 역사교육에 없어서는 안 될 역사 시설은 과연 있는가? 대구를 이야기해 보자. 대구는 독립운동 역사 자산이 전국 어느 곳보다 많다. 1915년 대구 달성공원에서 결성돼 지난 7월 15일 창립 110주년을 맞아 정부 차원의 성대한 기념식을 가진 대한광복회라든가, 한강 이남에서 가장 큰 일제 형무소였고 서대문형무소보다 더 많은 애국지사와 독립운동가가 순국했던 대구형무소를 예로 들어 보자. 국내의 전국 8도는 물론, 중국 만주에도 지부를 두었고 이토 히로부미를 저격한 안중근 의사에게 최신 권총을 전해 준 초대 만주지부장 이진룡, 국내 군자금 지원 등을 바탕으로 활동하며 뒷날 청산리대첩을 일군 2대 만주지부장 김좌진 등 쟁쟁한 독립운동가들이 활약했던 대한광복회였다. 그러나 결성지 달성공원에는 표석조차 없고 지난해까지만 해도 필자 등이 2018년 조직한 독립운동정신계승사업회(상임대표 장익현)가 매년 조촐한 기념식을 치렀을 뿐이다. 또 서대문형무소, 평양형무소와 함께 전국 3대 형무소의 하나였던 대구형무소에서는 서대문형무소 순국 애국지사(195명)보다 많은 216명이 순국했지만, 국가가 관리하는 서대문형무소 역사관과 달리 대구형무소는 흔적조차 없이 사라졌다. 그러다 대구 중구청이 올 2월 27일 대구형무소 터인 삼덕교회 내에 99㎡(30평) 규모의 작은 공간을 마련해 대구형무소 역사관을 개관한 게 고작이다. 단재 신채호 선생께서는 일찍이 "영토를 잃은 민족은 재생(再生)할 수 있어도 역사를 잊은 민족은 재생할 수 없다"는 말씀으로 후세를 경계하셨다. 그만큼 역사란 중요하며 역사를 잊지 않아야 한다는 말씀이었다. 그런데 얼마 전, 대구시의 한 간부 인사를 만나 대구 계성학교 부지에 서문시장 주차장을 겸한 독립운동기념관과 대구형무소 역사관 건립 추진에 대한 희망적인 이야기를 들었다. 반갑지 않을 수 없었다. 80주년의 이번 광복절을 앞두고 목숨 바쳐 독립운동을 한 선열의 정신을 다시 한번 생각한다. 우리 모두 새 각오로 민족정기를 가다듬어야 한다. 이제 사회 지도층과 정치 지도자도 분열의 뺄셈 정치에서 하루빨리 벗어나 통합의 덧셈 정치에 나서야 한다. 끝으로, 일본은 과거 역사를 직시하고 반성과 사과를 바탕으로 이웃 국가로서 미래로 나아가길 바란다. 진정한 반성과 사과 없이는 미래로 같이 나아갈 수 없다.
2025-08-12 16:05:39
강북로타리클럽, 사회복지법인 영락재단에 창호 설치공사 후원
강북로타리클럽은 지난 8일 대구 서구 상리동에 있는 사회복지법인 영락재단 산하 시설에 2천만 원 상당의 창호 설치공사를 후원하며 지역사회 공헌에 나섰다. 영락재단관계자는 "무더운 날씨에도 로타리 클럽 회원들이 직접 창호교체 '설치 공사를 해 어르신들이 안전하고 쾌적한 생활을 할 수 있게 되었다"고 밝혔다.
2025-08-11 16:00:25
[조한규 칼럼] 지금도 양동마을 식당에 '대학' '중용'이 있을까
10년 전, 경주 양동마을의 한 식당 작은방에서 점심을 한 적이 있다. "어! 이거 무슨 책이야!" 너무나 반가운 책이 눈에 띄었다. 주인장 책상 위에 '대학(大學)'과 '중용(中庸)'이 놓여 있는 게 아닌가. 일반 식당에서 보기 쉽지 않은 고전(古典)인 '대학'과 '중용'을 보고 잠시 흥분한 것이다. 1866년 병인양요 때 강화도에 침입해 농가에서 우연히 책을 발견한 앙리 쥐베르 프랑스 해군 장교는 '쥐베르의 조선 원정기'에서 이렇게 외쳤다. "극동의 모든 국가에서 우리가 경탄하지 않을 수 없고 동시에 우리의 자존심을 상하게 하는 한 가지 사실을 발견할 수 있는데, 그것은 바로 아무리 가난한 집이라도 집안에 책이 있다는 사실이었다." 당시 쥐베르가 받은 느낌은 충격 그 자체였다고 한다. 필자도 양동마을에서 받은 느낌은 그 정도는 아니지만 유사했다. 양동마을은 2010년 7월 31일 안동 하회마을과 함께 제34차 세계유산위원회에서 '한국의 역사마을 : 하회와 양동'이라는 명칭으로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됐다. 국가지정문화재로 지정된 기와집의 수가 전국 최다이며, 이를 포함해 국보 1점, 보물 5점, 국가민속문화유산 12점, 경북지정문화유산 8점 등 도합 26점의 지정 문화유산을 보유하고 있는 마을이다. 하지만 양동마을은 이런 문화유산을 뛰어넘는 숭고한 정신이 깃들어 있는 곳. 이언적 선생의 '혼(魂)'이 담겨 있는 마을이다. 그러니 식당에도 동양고전이 있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다. 놀랄 일이 아니다. 물론 지금도 가정마다 식당마다 그런 고전이 있는지는 모르겠다. 회재(晦齋) 이언적(李彦迪)은 1491년 양동마을에서 태어났다. 1514년 문과에 급제해 예조판서, 형조판서, 좌찬성 등을 역임한 문신. 종묘의 명종 묘정에 배향됐으며, 문묘에 종사됐다. 옥산서원 등에 제향됐다. 김굉필(金宏弼)·정여창(鄭汝昌)·조광조(趙光祖)·이황(李滉)과 함께 '동방오현(東方五賢)으로 추존됐다. 그러나 선생은 김안로(金安老)의 등용을 반대하다가 관직에서 쫓겨나 자옥산(紫玉山)에서 7년간 성리학 연구에 전념했다. 특히 선생은 양재역벽서사건(良才驛壁書事件)에 무고하게 연루돼 강계에 유배됐고, 그곳에서 '구인록(求仁錄)', '대학장구보유(大學章句補遺)', '중용구경연의(中庸九經衍義)', '봉선잡의(奉先雜儀)' 등의 많은 저술을 남긴 후 한(恨)을 품은 채 세상을 마감했다. 선생은 누가 뭐래도 영남학파의 종장이다. 主理論(주리론)을 정통으로 확립해 퇴계 선생에게 전해줬다. '理는 마음에 있으며, 道는 가까이 있다'는 가르침은 지금도 큰 울림을 주고 있다. 우리가 특히 주목해야 할 대목은 선생의 정치철학과 그 정책적 구현이다. 전주 부윤 시절 중종에게 올린 '일강십목소(一綱十目疏)'가 단적인 사례다. 이는 오늘의 정치지도자들에게도 적용되는 내용이다. 1강(綱)은 '취기정군심(取其正君心), '임금의 마음을 바르게 세우는 것'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다. 각론에 해당하는 10개의 목(目)은 다음과 같다. ▷엄가정(嚴家庭) : 집안을 엄숙하게 다스림. 가도를 바르게 함. ▷양국본(養國本) : 세자를 바르게 교육함. ▷정조정(正朝廷) : 조정을 바로 잡고 기강을 세움. ▷신용사(愼用捨) : 인재 등용의 취사선택을 신중하게 함. ▷순천도(順天道) : 하늘의 도리에 순응함. ▷정인심(正人心) : 어지러운 인심을 바로 잡음. ▷광언로(廣言路) : 언로를 넓히되 언론 활동이 위축되고 왜곡된 것을 바로 잡음. ▷계치욕(戒侈欲) : 사치와 욕심을 경계하며 검소하게 생활. ▷수군정(修軍政) : 군사 행정을 전반적으로 검토해 가지런히 함. ▷심기미(審機微) : 현재의 기미는 물론 미래의 기미도 잘 살핌. 당시 중종은 이 상소를 수용했다. 선생을 한 자급 올려 경관으로 불러들였다. 이어 경연 및 세자 교육을 강화했다. 장수와 수령을 잘 선택해 임명했다. 나머지 십목(十目)의 항목들도 시행했다. 그러자 정치의 큰 흐름이 선생의 주장대로 가닥을 잡아가면서 권발(權橃), 이황, 김인후(金麟厚), 유희춘(柳希春) 등과 뜻을 같이하며 사림 정치의 문을 열었다. 이언적 선생은 '대학'·'중용'을 깊게 천착했다. 주희(朱熹)를 능가할 정도였다. 그러나 이론에 머물지 않았다. 왕이 수용하지 않을 수 없는 정책을 제안했다. 행정은 물론 정치도 혁신했다. '지식 정치'의 문을 연 것이다. 지금은 어떠한가. 그나마 유교 전통이 남아 있는 대구경북에서, '한국정신문화의 수도'를 자처하는 안동에서, 양동마을의 각 가정에서 아침이면 '대학'·'중용'을 읽는 소리가 들리는가. 영남 지식인들은 정부가 수용하지 않을 수 없는 국가 발전을 위한 실용적 정책을 제안하고 있는가. 퇴계학에 머물지 않고, AI시대를 선도하는 'K-철학' 창출을 기대한다. 조한규 미국 캐롤라인대학교 철학과 교수
2025-08-07 11:25:48
[김건표의 픽 인터뷰] 오세훈 서울시장 "지역이 함께 성장하는 문화 균형발전이야말로 한국 문화의 수준을 높이는 길이죠"
"억지로 문화를 축제처럼 만들려고 하면 안 됩니다. 도시 곳곳에 예술이 일상처럼 스며들어 있어야죠. 걷다가도 볼 수 있고, 언제 어디서든 서울 도심에서 즐기고 만날 수 있어야 하는 게 예술이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일관되게 정책으로 추진한 것이 '예술의 일상화'인데, 이제는 안정화가 된 것 같아요." 2시 정각 슈트 차림으로, 집무실로 나온 오세훈 서울시장은 훤칠한 키에다 미남형이었다. '영화배우'처럼 보였다. 실내에는 6인용 나무 탁자가 보였고 갤러리 분위기가 났다. 인터뷰는 대체로 옆좌석에서 사선으로 바라보며 질문을 하는 경우가 많은데, 2m 정도 간격을 두고 수직으로 마주 보고 앉았다. 당황하자 오 시장은 "사진 촬영이 필요한 인터뷰를 할 때는 이렇게 합니다."라며 웃었다. 5m 정도 간격 옆쪽에는 원형 탁자가 있었고, 이는 돌출형 객석처럼 앉을 수 있는 자리였다. 그곳에서 이창기 서울시 문화수석부터 대변인, 서울시 문화정책과장 등 10여 명이 배석해 인터뷰를 바라봤다. 조명이 설치된 인터뷰 탁자는 실시간으로 진행되는 2인극 무대처럼 느껴졌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4선 민선 서울시장답게 평소 밀어붙이는 생각들을 막힘없이 얘기했다. 말투는 조용하면서도 높낮이가 분명한 데서 느껴지는 힘이 있었다. 억양과 속도는 부드러우면서도 강단이 있었고, 눈빛은 사람을 꿰뚫어 보는 것 같았다. 배우가 촬영장에서 상대역과 대사를 주고받는 기(氣) 같은 에너지가 흘렀다. 어깨가 약간 흔들렸다. 그 시선과 눈빛을 받고 질문하기 위해 자세를 바꿔 앉고는 오스트리아 빈과 이탈리아 밀라노 출장 이야기부터 시작했다. ▶인터뷰 탁자에는 물 한 컵과 질문지만 놓여있었다. 주어진 시간 안에 명쾌한 답변을 들어야 한다는 생각에 집중했다. 오 시장의 표정도 그렇게 보였다. 마치 생방송으로 진행하는 인터뷰 프로그램처럼, NG를 내면 안 된다는 강박감이 밀려왔다. 호흡을 들이마시고는 첫 질문을 했다. "1778년 개관한 밀라노의 라 스칼라 극장(Teatrale alla Scala)을 방문하셨더군요." "유럽 도시들을 방문하면 그 도시가 보여주고 싶어 하는 것들을 눈에 담게 되는데, 그중에 공연장은 꼭 들어가 있어요. 밀라노시 관계자도 라 스칼라 극장을 먼저 보여주겠다는 거예요. 그만큼 유럽에서는 극장이 도시의 자랑거리인 거죠. 지금 서울시도 제2의 세종문화회관 건립을 계획 중이고, 한강 변 여의도 지구에 입지가 돼 있습니다. 올해 설계가 들어가서 곧 착공할 겁니다. 기존의 세종문화회관도 리빌딩하려고 하는데, 내부 인테리어뿐만 아니라 외관이 많이 바뀔 겁니다. 그래서 관심을 갖고 유럽의 공연장들을 보게 된 겁니다." ▶정명훈 지휘자가 음악 감독으로 임명된 라 스칼라 극장은 역사가 오래된 만큼 볼만한 것들이 많았겠군요. "맞아요. 라 스칼라 극장은 역사가 오래되다 보니 역대 공연작과 출연 배우들 사진, 발레 의상이나 토슈즈 같은 것까지 작품화해서 진열해 놓았더라고요. 특히 공간 활용과 관련해 인상 깊었던 건, 무대 뒤편을 둘러보니 관객석보다 백스테이지 공간이 훨씬 넓었어요. 옛날에 지었는데도 백스테이지에 차량이 직접 진입할 수 있도록 설계돼 있어요. 공연 두 편을 동시에 준비할 수 있도록 무대장치가 두 개 들어와 있는 거죠. 극장을 둘러보는데도 차량이 보이더군요. 그런 부분들은 관객 시점에서는 볼 수가 없기 때문에 뜻깊은 출장이었습니다. 정명훈 지휘자가 최근 라 스칼라의 음악 감독으로 임명된 소식도 반가웠어요. 서울시향을 이끌었던 예술감독이 세계적인 무대에서 활동하는 모습을 보며, 서울시의 예술 정책에서도 제가 더 넓은 시야와 더 큰 책임감을 가져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오세훈 시장의 표정에서 출장의 만족감이 묻어나오는 인상을 받았다. 벤치마킹의 설계도를 서울시의 정책으로 연결하려는 성과가 있어 보였다. "책임감을 얘기하셨는데, 공연예술 분야의 성장에 있어서 극장 조성이 필수입니다. 공공예술극장 확충 아이디어와 벤치마킹할 수 있는 문화정책이 보이던가요?" "라 스칼라 극장을 통해 한 도시의 공연장으로부터 나오는, 문화예술 인프라의 품격 같은 걸 느꼈어요. 이처럼 좋은 공연 시설은 한 도시의 정체성이자 경쟁력이에요. 서울시는 단순히 공연장의 숫자를 늘리는 게 아니라, 창작·연습·발표에 이르기까지 전 과정을 품을 수 있는 구조로 새로운 세종문화회관을 설계하고 있어요. 라 스칼라에서 이뤄지는 공연과 교육, 시민들의 일상적인 참여 방식도 매우 인상 깊었습니다. 공공예술극장이 창작자에게는 실험과 창작의 플랫폼으로, 시민에게는 일상에서 예술을 만날 수 있는 공간으로 자리 잡도록 하는 것이 서울시의 목표에요. 현재 세종문화회관은 야외무대를 활용해 '광화문광장 야외 오페라'를 3년째 진행하고 있어요. 시민들에게 오페라를 더욱 친근하게 소개하려는 시도죠. 전통을 지키면서도 오페라의 대중화를 위해 힘썼던 라 스칼라의 노력과도 맞닿아 있습니다." ▶페이스북을 보니 빈의 공공임대주택 공급이 가장 인상적이었다고 출장 평가를 하셨더군요. 예술인들은 공공임대주택 확충도 기대하고 있습니다만. "문화예술인의 주거와 생활이 안정되어야 좋은 예술도, 지속 가능한 창작 환경도 가능하다고 믿기 때문에 예술인 주거 정책에 관심이 많아요. 집만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예술인의 지속적인 창작 활동을 뒷받침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하는 게 서울시의 역할이라고 생각합니다. 빈 출장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정책도 공공임대주택이었습니다. 공공임대주택이 주거 복지 정책에 그치지 않고, 도시 전체의 지속가능성을 높이는 중요한 인프라로 작동하고 있더라고요. 특히 예술가, 신혼부부, 고령층 등 다양한 계층을 위한 맞춤형 공급 방식이나 민관협력 운영 시스템은 서울시가 충분히 벤치마킹할 수 있는 부분이라고 느꼈습니다. 유럽 도시들에 비해 서울시의 공공주택 공급은 적은 편이에요. 하지만 서울시도 '예술인 맞춤형 공공임대주택' 정책을 추진 중이고, 빠른 속도로 많은 물량을 공급하기 위해 애쓰고 있습니다. 2022년부터 SH공사와 협력해서 매입형 임대주택을 활용한 예술인 전용주택을 공급 중인데요. 지난해에는 약 40호 정도 공급했고, 올해는 50호 이상 확보할 예정입니다. 오는 2026년까지는 총 200호 이상을 공급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앞으로는 예술가들이 주거지에서 창작과 교류를 유기적으로 할 수 있는 커뮤니티 공간을 설계하려고 해요. 빈의 사례를 참고해 수요 맞춤형 공간 설계, 민관협력형 기금 활용, 커뮤니티 중심의 운영 방식, 예술인의 생애주기 전반을 아우르는 지원 체계 등을 본격적으로 도입하려고 합니다." ▶예술인을 위한 공공주택 확대도 '예술이 도시의 경쟁력을 결정한다.'라는 서울시 정책 방향과 연관된다고 보는데. "예술은 단순히 도시의 장식품이 아닙니다. 팍팍한 일상에 지친 시민들의 마음을 치유하고, 그 이상으로 도시의 품격과 회복력, 지속가능성을 높이는 역할을 하기도 하죠. 도시 형성의 역사를 들여다보면, 예술가들이 몰려들고 창작 활동이 활발한 도시가 결국은 발전해 왔습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게, 예술가들이 만들어 내는 감수성과 창의성이 도시를 매력적으로 보이게 하고 사람들을 끌어당기거든요. 과거 제조업 중심의 20세기와 달리, 오늘날 서울 같은 대도시에는 대규모 제조업 공장이 거의 없어요. 이제는 새로운 아이디어와 혁신, 감수성이 도시의 미래를 결정합니다. 예술은 바로 그런 창의성과 감수성을 길러주는 정서적 근육인 거죠. 예술축제, 공공미술, 박물관, 공연장 등은 자원이 되어 관광객을 유치하고 소비를 창출합니다. 디자인, 공연예술, 미디어 등 다양한 장르에서 활동하는 예술가들이 만들어 내는 시너지가 도시 경쟁력을 높이는 원동력이에요." ▶오세훈 시장은 한국 사회 예술, 문화 전반을 이해하는 폭이 전문가 수준 이상이었다. 답변은, 현장에서 뛰고 달리면서 시장의 예술적 감각으로 느낀 것을 정책으로 순환해 설명하는 것 같았다. "예술이 도시의 경쟁력이 되고, 예술 인프라가 도시 발전을 견인하는 곳은 어디인지"물었다, "세계적으로 한류가 풍미하게 된 바탕은 대학로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대학로가 사실 배고픈 연극인들에게는 마음의 고향 같은 곳인데, 요즘엔 명소화되면서 젠트리피케이션 현상으로 인해 임대료가 너무 비싸졌죠. 옛날에는 궁핍했지만 자유로운 보헤미안적인 분위기가 있었고, 문화예술의 전진기지 역할을 하는 곳이었잖아요. 예술 인프라는 도로, 상하수도, 교통망만큼이나 시민의 삶에 깊은 영향을 끼치고 있어요. 도시 고유의 역사와 문화를 시각화하고 이야기로 풀어냄으로써, 그 도시만의 독창적인 정체성을 형성하는 데 기여하기도 하지요. 서울에서는 '키아프·프리즈 서울'과 같은 국제 미술 행사, 이와 연계한 '서울아트위크' 등이 도시를 세계에 알리는 플랫폼이 되고 있어요. 서울은 이제 외국인, 특히 젊은이들이 경험을 쌓고 공부하고 싶어 하는 도시로 인정받고 있습니다. 최근 QS(영국 글로벌 대학 평가기관)가 발표한 '대학생을 위한 최고의 도시' 순위에 서울이 런던과 도쿄를 제치고 1위로 선정됐거든요. 서울에 오면 문화적 욕구를 충족할 수 있다는 인식이 국제적으로 형성됐다고 볼 수 있겠죠. 그만큼 앞으로 대한민국 예술과 문화의 경쟁력은 더욱더 높아질겁니다." ▶최근 서울시가 예술인 지원 정책을 다각도로 펼치고 있는 것이 피부로 느껴지기도 합니다. "예술은 도시의 품격을 보여주는 지표이자 삶의 질을 결정짓는 중요한 요소예요. 그리고 그 예술의 시작과 끝에는 언제나 예술가가 있죠. 서울에는 예술활동증명 기준으로 약 7만 명의 예술인이 등록되어 있어요. 청년을 비롯해서 중장년, 원로까지 다양한 장르의 예술인들에게 연간 약 500억 원 규모로 예술창작활동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정부나 지자체의 가용 예산은 한정적이잖아요. 또 보조금 형식으로 단체나 개인에게 지급될 때 선정 과정에서 잡음도 있을 수 있고요. 그래서 근본적인 지원책은 자족적인 예술 생태계를 만드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일방적으로 작품을 선정해서 지원금을 주는 방식으로는 생태계를 형성할 수가 없어요. 예술가가 대중과는 유리되고 심사위원들의 기준에 맞추려고만 하게 되거든요. 예술인에게 창작지원금과 고용 안전망 강화, 생활 안정 지원금을 제공하는 동시에, 창작이 지속 가능하도록 도시 환경을 조성하는 게 중요하죠." ▶'500억 원을 지원하면서 성과가 각인되는 예술 작품이 무엇인가?' 했을 때는 잘 떠오르지 않습니다. 순수예술의 성과가 다른 산업처럼 수치상으로 드러나는 것도 아니지만요. 그런 측면에서 자족적인 예술 생태계를 만들어야 한다는 말씀은 공감합니다. "관객들이 좋은 전시나 공연을 스스로 보러 가는 문화가 활성화될 때, 공연 예술계도 경제적으로 선순환되고 재투자할 수 있는 바탕이 마련됩니다. 제가 시장으로서 4년 전에 처음 시작한 사업이 '공연봄날'과 '서울청년문화패스'예요. '공연봄날'은 초·중·고 학생들을 단체로 공연장에 초청하는 프로그램인데, 아이들이 어려서부터 공연을 접하며 자신의 취향을 발견하게 만들어서 미래의 소비자이자 제작자가 되도록 하는 거죠. '서울청년문화패스'는 20~23세 청년들에게 20만 원의 문화 관람권을 제공해 '문화 세포'를 키워주는 사업이에요. 지금까진 잘 진행되고 있고, 정부가 이 사업을 가져가서 전국적으로 확대 운영하고 있어요. 이런 장치들을 통해 공연장을 찾는 사람들의 숫자가 2~3년 후엔 굉장히 늘어날 것이라 예상합니다." ▶시장은 미래 관객 개발을 위한 정책과 청년 예술가를 육성하기 위한 방향은 확고해 보였다, "관객 육성만큼이나 미래의 문화예술을 이끌어갈 젊은 창작자들에 대한 지원도 중요하죠." "젊은 창작자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기회와 공간이지 않을까요? 재능은 있는데 창작할 공간과 발표할 기회가 없어서 예술을 포기하는 경우가 없도록 해야죠. 그동안 서울시는 청년예술청, 서울연극창작센터와 같은 창작 공간을 통해 젊은 예술인들이 자유롭게 실험하고 도전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해 왔습니다. 이곳들은 단순히 공간만 제공하는 데 그치지 않고, 창작 지원과 함께 발표 기회, 네트워킹, 멘토링까지 패키지로 지원함으로써 결과물이 관객과 만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가고 있어요. 무엇보다 중요한 건 이러한 지원이 공정하고 투명하게 이루어지는 것입니다. 예술가들이 인맥이나 배경이 아니라 오직 예술성과 창의력만으로 창작을 이어갈 수 있도록, 서울시는 실력과 콘텐츠 중심의 평가 시스템을 계속 보완하고 있어요. 또 기존의 청년 예술인 지원을 넘어, 이제 막 졸업을 앞둔 예술 전공생들이 전문 예술가로 성장할 수 있도록 현장과의 연결을 지원하는 '브릿지 페스타'를 준비 중입니다. 이 사업은 쇼케이스 발표, 공연예술 단체와의 매칭, 역량 강화 교육과 네트워킹 등 실질적인 예술계 진입을 돕는 프로그램이에요. 이를 토대로 서울시의 예술 지원 체계를 더 정교하게 고도화할 계획입니다." ▶서울시의 정책만을 가지고 인터뷰한다는 느낌이 들었다. 분위기를 바꾸기 위해 뮤지컬 이야기를 꺼냈다. "창작뮤지컬 〈어쩌면 해피엔딩〉이 토니상 6관왕을 수상하면서 K-컬처에 대한 관심이 순수예술 분야로 확산되는 분위기입니다. 결국, K-컬처의 뿌리는 기초 예술 분야일 텐데…." "사실 서울시와 〈어쩌면 해피앤딩〉 수상하고는 직접적인 연관이 없지만, 대학로 소극장에서 시작해 브로드웨이까지 진출한 〈어쩌면 해피엔딩〉이 토니상 6관왕 성과를 거두게 된 것은 뿌듯하고 자랑스럽습니다. 성공은 우연히 이뤄진 게 아니라 창작 지원, 인프라 구축, 관객 개발까지 삼박자가 모두 맞아떨어진 결과죠. 단순히 한 작품의 성공이라기보다는, 지난 수년간 서울시가 공연예술 생태계를 체계적으로 구축해 온 결실이라고 생각합니다. 자체적으로 평가하긴 멋쩍지만 제가 취임한 이후 서울연극창작센터, 서울문화예술교육센터 등 많은 예술지원시설을 개관하고, 서울예술상을 만드는 데 힘을 실었습니다. 사실 케이팝과 K드라마의 세계적 성공을 보며, 우리의 다른 문화들도 충분히 세계에 어필할 수 있다고 늘 생각해 왔어요. 연극이나 무용, 전통예술과 같은 순수예술이야말로 우리 문화의 진짜 깊이와 저력을 잘 보여줄 수 있는 영역입니다. 서울은 2천 년 고도의 역사, 압축성장의 경험, 그 속에서 쌓아온 인간적 정서를 지닌 도시잖아요. 순수예술은 한 철 유행하고 지나가는 문화가 아니기 때문에 서울의 복합적인 문화적 맥락을 보다 더 잘 담아낼 수 있어요." ▶정치권 얘기를 꺼냈다. 최근 기업가 출신 후보자가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으로 지명됐습니다.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가 어떤 예술 지원 정책과 철학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하시는지. "최휘영 후보자가 기업가 출신이다 보니 문화예술계 안팎에서 다양한 반응이 나오고 있는 걸로 알아요. 그분은 여행플랫폼 대표 등 관광 쪽 경력이 있으시더군요. 아무래도 문화, 체육, 관광이 한 부처로 묶여 있으니까 모든 영역에 달통한 전문가를 찾기는 어렵겠죠. 중앙정부든 지방정부든 효율성과 수익성만이 아니라, 먼저 예술의 자율성과 실험성을 보장하는 지원책을 고민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기초 예술과 신진 예술가를 꾸준히 지원하는 게 중요한 거죠. 후보자가 순수예술과 그 생태계를 얼마나 이해하고 있는지는 잘 모르기 때문에 일단은 기대감을 갖고 지켜보려고 합니다. 대한민국이 국제사회에서 문화예술로 상당한 평가를 받고 있기 때문에 어깨가 더 무거워졌어요. 예를 들어 케이팝이나 대중문화는 잘 만드는데, 한국의 클래식이나 순수예술은 어떤 수준인지에 관해서 세계의 눈이 집중될 수 있겠죠. 그런 부담감을 극복하기 위해 이번에 서울시립교향악단 음악감독으로 세계적인 지휘자이자 바이올리니스트인 얍 판 츠베덴(Jaap Van Zweden)을 모셨어요. 이사진들뿐만 아니라 클래식 애호가들 사이에서도 현재 서울시립교향악단에 대한 만족도가 굉장히 높다고 들었습니다." ▶인터뷰가 정치 얘기로 흐를 것 같아 예술정책 이야기로 돌렸다. "'예술의 일상화'가 서울시 예술 정책의 중요한 방향이지요?" "특별한 날에만 예술을 즐기는 게 아니라 일상에서 자연스럽게 누리는 문화적 여유가 꼭 필요하다고 봐요. 제가 2013~2014년경 서울시장을 그만두고 온 가족과 런던에서 1년 정도 거주한 적이 있는데요. 틈만 나면 웨스트엔드나 동네 극장을 다니는 게 일상이었어요. 그 공간들이 매번 관객들로 가득 차는 걸 보면서 굉장히 놀랍고 부럽더라고요. 당시만 해도 한국인들의 저녁 문화라고 하면 술집이나 노래방에 가는 정도였는데, 런던에서는 여가를 예술과 함께 보내는 문화가 확고하게 정착돼 있더라고요. 그런데 이제는 우리도 문화적으로 더 성숙한 단계에 와있지 않나 싶습니다. 서울문화재단이 6월에 발표한 '2024 서울 시민 문화 향유 실태조사' 결과를 보니, 시민들의 문화예술 관람률이 76.1%까지 올라갔고, 공연예술과 전시 관람 비율이 영화 관람을 앞질렀더라고요. 평범한 시민들이 일상에서 공연 전시와 어우러지는, 예술과 함께 호흡하는 문화가 자리 잡고 있다는 뜻이겠죠. 퇴근길에 커피 한잔 마시듯, 주말에 동네 산책 나서듯 문화예술을 향유하는 '예술의 일상화'가 실현되고 있다는 증거 아닐까요?" ▶예술의 일상화가 실현되고 있다고 하셨는데...'예술이 일상이 되는 도시'의 미래가 잘 그려지지 않습니다. "서울시는 예술의 일상화를 위해 끊임없이 투자하고 있어요. 가장 중요한 건 문화예술을 즐기는 문턱을 낮추는 일이에요. 많은 시민이 연극이나 클래식, 무용 등 순수예술을 보러 가는 것 자체를 부담스럽게 느끼기 때문에 심리적 장벽을 허무는 일이 우선되어야 해요. 서울시는 공연장의 분위기를 조성하고, 해설이 있는 공연을 늘리고, 엄격한 관람 예절보다는 자유로운 감상을 격려하는 등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시민들이 만 원이라는 부담 없는 가격으로 대학로 우수 공연을 즐길 수 있도록 '야간공연관람권'도 추진 중이에요. 또 '책 읽는 서울광장'이라는 프로그램도 성황리에 확대 발전하고 있어요. 빈백을 쭉 뿌려놓은 광장에 가족 단위로 와서 아이들을 팔베개 무릎베개로 눕혀놓고 같이 책을 읽는 게 이제 일상이 됐습니다. 서울광장뿐만 아니라 청계천, 광화문, 한강 변까지 이 프로그램이 번져나가고 있어요. 제가 처음 서울시장을 할 때는 광장에서 공연을 주로 했는데, 그게 분위기를 이끌어가기 위한 투자였다면, 앞으로는 시민의 일상에 문화예술이 더 자연스럽게 스며들도록 하고 싶어요." ▶말씀대로라면, 예술의 일상화를 위한 인프라 구축도 중요하겠군요. "도시의 문화예술 인프라는 단순히 건물을 가리키는 게 아닙니다. 예술의 내일을 담아내는 그릇이자, 도시의 품격을 결정짓는 공간인 거죠. 예술 인프라가 창작자에게는 자유롭게 실험하고 실패할 수 있는 안전한 실험실이 되고, 시민에게는 예술과 자연스럽게 만날 수 있는 열린 광장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러한 철학을 바탕으로 서울시는 예술가와 시민, 창작과 향유의 모든 과정을 품을 수 있는 인프라를 구축하는 데 각별한 노력을 기울여왔어요. 다양한 장르가 각자의 특성에 맞는 공간과 제도를 갖추도록 맞춤형 전략을 펼쳐왔고, 최근에는 연극 분야 인프라도 활발히 확충되고 있습니다. 2023년 재개관한 서울연극센터는 대학로 중심부에서 연극인과 시민이 자유롭게 소통하는 공간으로 자리 잡았고, 올해 3월 개관한 서울연극창작센터는 창작의 시작부터 완성까지 전 과정을 담아낼 수 있도록 클러스터형 공간으로 만들어졌어요. 무대의상, 소품, 무대세트 등을 공유할 수 있는 '리스테이지 서울'이라는 플랫폼도 제가 제안해서 만들었는데, 아직까진 자질구레한 소품 위주로만 운영된다고 해서 조금 아쉽습니다.'리스테이지 서울'에는 창작에 필요한 자원을 공동으로 활용하고, 소유를 넘어 순환 시스템으로 확장해야 한다는 철학이 담겨있어요. 작년 말에는 서울영어마을 수유캠프 안에 '대도구 창고'도 마련했습니다. 앞으로도 연극을 비롯한 다양한 예술 장르가 안정적인 창작 기반을 확보하고, 시민과 더 자연스럽게 연결될 수 있도록 인프라를 다져나가야겠죠." ▶그런 인프라를 바탕으로 대한민국이 세계적인 연극 도시로서의 위상을 갖추려면 전략도 필요하죠. "다시 강조하자면, 한류가 세계를 휩쓸고 서울이 세계 문화예술의 중심지로 떠오를 수 있었던 배경에는 연극인들이 그간 쌓아온 예술적 유산이 있습니다. 세계적인 연극 도시를 만들려면 단순히 인프라를 확장하는 데 그쳐서는 안 되겠죠. 무엇보다 서구 콘텐츠의 아류가 아니라 '서울만의 색깔'을 갖춘 연극 콘텐츠가 꾸준히 생산되고, 작품들이 국내외에서 신뢰받을 수 있도록 도와야 합니다. 한국적인 정서와 이야기를 담되, 세계인이 공감할 수 있도록 보편성을 갖추도록 해야죠. 서울시는 2023년부터 '서울예술상'를 제정해서 연극을 포함한 순수예술 분야 시상제도를 운영하고 있어요. 창작자들에게는 자긍심을 부여하고, 우수작에 검증된 작품이라는 신뢰를 부여함으로써 국내외 진출의 교두보를 만들어주려는 시도지요. 올해 첫발을 떼는 '서울어텀페스타'를 비롯해, 서울에서 개최되는 국제 공연예술축제를 프랑스 아비뇽페스티벌과 같은 세계적인 위상의 공연 플랫폼으로 성장시키는 일도 중요합니다. 서울시가 아시아를 비롯한 전 세계 창작자들이 만나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며 새로운 작품을 탄생시킬 수 있는 창작의 허브가 될 수 있도록 힘쓸 겁니다. 이를 통해 '서울에 공연 보러 가자.'는 분위기가 만들어지고, '세계적인 우수작은 모두 서울에서 탄생한다.'라는 인식이 심어졌으면 좋겠어요." ▶ 지역마다 문화 격차가 심각합니다. 대구가 뮤지컬의 도시로 전환되고 있으나 아직까지 전문적인 인프라 구축은 약한 편이에요. 타 광역 단위 지자체도 공연 시설이 낙후되거나 미비한 실정인데, 전국이 문화예술 도시로 균형 발전하기 위해서는 어떤 조치가 필요할까요? "지역마다 고유한 문화적 정체성과 접근법이 있을 거예요. 대구는 지금 뮤지컬 도시로 꽤 유명하죠. 권영진 시장 이후에 투자도 많이 하고 있다고 들었어요. 굉장히 좋은 정책적인 시도라고 생각하고요. 지역별로 각자의 자연환경이나 개성, 인프라를 활용해서 특색있는 문화예술정책으로 승부를 봐야 균형발전을 이룰 수 있어요. 광주 같은 경우에는 디자인 비엔날레를 일찌감치 시작해서, 디자인 분야에 투자를 많이 해왔어요. 순천시는 순천만국가정원이 국제 정원으로 지정받았고, 대한민국 전 국토를 정원화 하는 데 결정적인 영향을 끼치고 있지요. 서울시가 수년간 축적해 온 공연예술 인프라 구축 경험과 설계·운영·프로그래밍 노하우를 앞으로 전국 지자체와 적극적으로 공유하겠습니다. 무엇보다 소프트웨어 차원의 교류가 중요합니다. 서울에서 검증된 우수 공연이 전국을 순회하고, 지역에서 탄생한 좋은 작품도 서울 무대에 설 수 있도록 하는 양방향 프로그램을 마련해야죠. 앞서 말씀드린 '서울어텀페스타'에도 지역 우수작들을 적극 초청하려고 해요. 인재 양성과 교육 분야에서의 협력도 빠질 수 없습니다. 서울의 공연 창작 인력들이 지역에서 워크숍이나 마스터클래스를 진행하고, 지역의 예술인들이 서울에서 연수받으며 함께 성장할 수 있는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게 필요합니다. 서울이 모든 것을 독점하는 게 아니라, 지역이 함께 성장하는 문화 균형발전이야말로 한국 문화의 수준을 높이는 길이니까요." 인터뷰 2시간 전에 이창기 문화 수석을 만나 서울시의 다양한 예술 정책을 들었다. 시장은 서울청년문화패스 등 청년 예술인들과 창작자, 청년예술 소비 관객 지원에 대해서도 정책들을 정교하게 알고 있었고 문화와 예술이 더욱 시민들과 밀착될 수 있는 정책을 전문가(박사) 수준으로 연구하는 것처럼 보였다. 여러 질문에 거침없는 생각들을 말했는데, 자신감을 느끼게 했다. 인터뷰 중간에 서울연극창작센터에서 운영하는 리스테이지에 대해서 관심이 많아 보였다. "연극 소품, 의상 등을 리스테이지 하자는 취지로 하고 있는데 어떤가요?"라고 질문을 해와 " 잘되고 있는 것 같다."라고 말하니 웃으면서 답변이 돌아왔다. "아니에요. 다 얘기 듣고 있어요. 아직까지는 기대엔 좀 못미쳐요. 연극 소품들이 일회성으로 소비되지 말고 리스테이지 하자는 취지로 한 건데 아쉽습니다. "마지막 질문 후 약속된 인터뷰 시간이 3분 정도를 넘기고 있었다. 자리를 시장 옆으로 옮기고는 물었다. "연극을 하시는 아내 몇 점인가요?" 시장은 갑작스러운 질문에 2초 정도 머뭇거린 후 답변이 돌아왔다. "100점이죠." 이 한마디에 인터뷰를 지켜보던 관계자들의 웃음소리가 빵 터졌다. 마지막 분위기로 생방송 같은 인터뷰는 〈어쩌다 해피앤딩〉이였고 시장은 부속실 문 앞까지 나와 악수를 청했다. 사회 각계인사 450여 명 인터뷰를 진행하면서 직감이 생겼다. 말투와 표정, 질문에 답변하는 분위기에서 추진하고 있는 정책의 실행 정도와 진심을 가늠할 수 있는데,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서울시의 정책은 해피앤딩으로 끝날 것 같은 예감 들었다. 서울시가 예술이 일상이 될 수 있는 정책 방향의 길을 오세훈 서울시장은 너무 잘 알고 있었다. 김건표 대경대학교 교수(연극평론가)
2025-08-05 06:30:00
[기고-이강호] 정치 공적이자 암, 나라 망치는 '붕당'(朋黨)
정치는 한 사회와 국가의 기초이자 그 결과이다. 정치가 올바른 위치를 잡지 못하면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는 역사를 통해 보았고 오늘도 보고 있다. 그 대표적인 것이 조선조 때 사림(士林)들의 파당과 해방 후의 자유당과 민주당과 오늘의 우리 정당들이다. 한국은 본바탕이 땅이 좁고 지하자원이 빈약한 나라이다. 그러하기에 정치의 올바름이 없이는 알찬 수확을 할 수 없다는 것을 말할 나위가 없다. 새로운 정치 풍토의 조성은 국가 운영의 바로미터이자 성장의 본원이다. 그러면 새로운 정치 풍토의 조성이란 무엇을 말하는 것인가. 그것은 일체의 전 근대적이고 봉건적이며 폭력적인 것을 없애는 것이다. 참신하고 새롭고 역량 있는 인물의 교체이다. 이를 위해서는 공산주의 이념을 가진 사람을 배제하는 것을 기본으로 하여 과거의 사람 중심에서 이념 중심으로의 전환이다. 이제까지 정당과 정치 활동은 이념 중심이 아니라 몇몇 특정 인물을 중심으로 이뤄져 왔던 것이었다. 그 결과 정당이 이념의 정책 집합체가 아닌 감정과 이해(利害)의 집단이 되고 말았다.이름만 정당이지 죄다 붕당(朋黨)이었다. 붕당이야말로 정치에서 공적(公敵)이며 암이다. 그러면 붕당이란 무엇이기에 공적이며 암이라고 말하는 것인가. 그것은 이해 등에 뜻을 같이하는 끼리끼리 집합체이기 때문이다. 그들은 국민과 국가를 위하는 것이 아니라 끼리끼리의 이해에 목표를 둔다. 그러다 보니 상대방을 배척하는 것을 넘어 적으로까지 여긴다. 그들은 외관상 그리고 형식상으로는 일단은 정치 체제를 강화한다. 그러나 하는 일이란 순전히 자체 이익의 몰두이다. 이들의 목표는 언제나 정권 쟁취일 뿐이다. 이를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닥치는 대로 극한투쟁을 한다. 그것이 마치 정치인 것처럼 여긴다. 그리고 감언과 선동을 무기로 삼는다. 우리가 사람 중심의 분당으로부터 이념과 정책 중심의 공당(公堂)으로 전환해야 하는 것은 그와 같은 시커먼 속마음을 사전에 방지하는 것에 목적이 있다. 붕당이 사람과 계보와 이해관계의 결산이라면 공당은 이념과 정책을 본원으로 하고 그 구성원은 실력으로 선발한다. 공당은 생산적이고 미래지향적이며 공개적이고 활달하다. 반면 붕당은 배타적이고 비생산적이며 퇴행적이고 공격적이며 음모적이고 비밀스럽다. 공당과 붕당이 이처럼 확연히 다른데도 왜 우리는 붕당에 질질 끌려다니는 것일까 그것은 거짓말하고 속이는 데 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그것보다는 국민이 이를 헤아리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제 우리는 과연 어느 정당이 공당이고 붕당인가를 식별할 수 있는 식견을 길러야 한다. 그것 없이는 한국 정치는 미로를 헤매게 된다. 따라서 붕당의 제거와 공당의 육성이 한국 정치가 안고 있는 숙명적 과제이다. (이강호 (사)한반도 통일연구원 상임고문)
2025-07-29 06:30:00
평산지구대 생활안전협의회, 초복 맞이 삼계탕 나눔행사 개최
평산지구대 생활안전협의회(위원장 장태훈)는 지난 21일 초복을 맞아, 무더위 속에서도 지역 치안을 위해 애쓰는 경찰관들과 지역 관계자들을 위한 '혹서기 삼계탕 나눔행사'를 가졌다. 이날 행사에는 장태훈 생활안전협의회 위원장을 비롯해 박상욱 평산지구대장, 생활안전협의회 위원 20명과 평산지구대 대원 55명이 참석했으며, 비산2.3동 행정복지센터의 사무장, 복지팀장과 함께 민간사회안전망 전위원장 및 사무국장도 자리를 함께했다. 행사에 참여한 참석자들은 정성껏 준비한 삼계탕을 나누며 무더위를 이겨낼 힘을 북돋고, 평소 지역 안전과 복지 향상을 위한 유기적인 협력 관계를 다시 한 번 다짐하는 시간을 가졌다. 장태훈 위원장은 "폭염 속에서도 묵묵히 소임을 다하는 지구대 대원들의 노고에 감사드리며, 작은 정성이지만 건강한 여름을 보내시길 바라는 마음으로 이번 행사를 마련했다"고 밝혔다. 박상욱 지구대장은 "지역 주민의 안전을 위한 경찰의 책무를 더욱 성실히 수행하겠으며, 함께해 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드린다"고 했다.
2025-07-23 16:11:36
대구한의대한방병원-동촌신협 의료업무 협약 체결…조합원 복지 향상 기대
동촌신협(이사장 김경무)과 대구한의대한방병원(병원장 김재수)이 22일 의료업무 협약식을 했다. 이날 협약식에는 대구한의대한방병원 김재수 병원장, 김대열 행정부장 등과 동촌신협 김경무 이사장, 권중추 전무 등 이 참석했다. 이번 협약으로 대구한의대한방병원과 동촌신협은 지역민과 조합원을 위한 양질의 의료우대서비스와 지역의 보건향상에 힘을 모은다. 김재수 대구한의대한방병원장은 "동촌신협과 협약을 맺게 된 것을 기쁘게 생각하며 지역주민을 위한 폭 넓은 의료서비스와 문화가 공존하는 지역사회가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했다. 김경무 동촌신협 이사장은"이번 협약을 계기로 조합원의 더 나은 복지서비스와 삶의 질 향상을 위해 노력하고 지역사회의 복리증진을 위해 든든한 동반자로서 적극 사업을 추진하겠다"고 했다.
2025-07-23 16:02:49
[기고-신효철] 산업재해는 '주식회사 대한민국'의 구조적 이윤 추구가 만든 결과
대한민국은 세계적인 산업 경쟁력을 자랑한다. 그러나 그 화려한 성과의 이면에는 생명보다 이윤을 앞세우는 구조적 현실이 자리하고 있다. 2023년 산업재해 조사 대상 사고사망자는 598명으로 전년(644명)보다 소폭 감소했지만, 여전히 하루 평균 1.6명이 일터에서 목숨을 잃고 있다. 이러한 산업재해는 단순한 사업장의 과실이나 일탈이 아니라, 자본 중심의 국가 시스템이 반복적으로 재생산하는 구조적 결과다. 헌법 제10조는 인간의 존엄성과 행복추구권을, 제34조는 재해로부터의 보호와 예방을 국가의 책무로 명시하고 있다. 하지만 산업현장에서 매년 반복되는 죽음은 이러한 헌법적 가치가 여전히 선언적 수준에 머물고 있음을 보여준다. 실제로 통계를 보면, 건설업에서 303명(50.7%), 제조업에서 170명(28.4%)이 사망했으며, 특히 50인 미만의 영세 사업장에서만 354명(59.2%)이 집중되어 있습니다. 위험한 업종일수록, 규모가 작을수록 노동자의 생명은 더욱 위협받고 있다. 2022년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되면서 기업의 책임성을 강화하고 안전관리를 제도화할 것이라는 기대가 높았다. 그러나 시행 2년이 지난 현재까지 그 효과는 매우 제한적이다. 2023년 12월까지 중대산업재해는 총 510건 발생했지만, 법원에서 판결이 확정된 사례는 단 13건에 불과하며, 2024년 2월 기준으로도 판례는 14건에 그친다. 실형을 선고받은 경영책임자는 극소수에 그치고 있어, 법의 실효성 자체에 근본적인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더욱이 수사 단계에서부터 '이례적 사고' 또는 '의무 이행 여부' 등을 이유로 중대재해처벌법 적용을 회피하는 사례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이는 결국 최고경영자가 실질적 책임을 피해 갈 수 있는 구조가 여전히 작동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책임을 회피하는 경영진, 집행되지 않는 법, 반복되는 죽음 속에서 법의 존재 이유는 퇴색되고 있다. 문제는 법 제도만이 아닙니다. 현재 산업현장의 안전보건 관리체계 자체가 심각하게 혼란스럽고 비효율적으로 운영되고 있다. 각 부처가 서로 다른 규정과 보고서를 요구하면서, 현장에서는 실질적인 위험 예방보다는 서류 작성과 제출에 더 많은 시간과 자원이 소모되고 있다. 예컨대 화학물질 취급 사업장의 경우, 환경부는 위해관리계획서를, 고용노동부는 공정안전보고서를, 산업통상자원부는 안전성향상계획서를 각각 요구하고 있다. 건설현장에서는 국토교통부와 고용노동부가 서로 다른 기준과 제출 양식을 요구하고, 감리자와 안전관리자의 보고체계마저 이원화되어 있다. 이처럼 안전관리 역량이 분산되고 비효율적으로 작동하면서, 현장에서는 실질적인 안전 확보보다는 '서류로만 존재하는 안전', '보여주기식 대응'이 고착화되고 있다. 진짜 안전은 외면되고, 행정적 형식만 남은 현실은 매우 심각하다. 산업재해를 줄이기 위한 국가의 역할은 이제 더 이상 미룰 수 없다. 무엇보다도 정부의 안전관리 기능을 통합하여 중복된 보고체계와 불필요한 서류 요구를 정비하고, 현장이 실질적인 안전관리 활동에 집중할 수 있도록 체계를 재구성해야 한다. 다단계 하청구조 속에서 책임이 불분명해지는 문제도 해결해야 하며, 안전관리자에게 실질적 권한과 독립성을 보장하는 제도 개선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 특히 중소기업이 현실적인 여건 속에서 안전을 확보할 수 있도록 기술적, 재정적 지원을 대폭 확대해야 할 시점이다. 중대재해처벌법 판례 분석에 따르면, 가장 빈번하게 지적된 위반사항은 유해·위험요인 확인 및 개선 절차의 미비, 그리고 안전보건관리책임자에 대한 평가 기준 부재였다. 이는 단순한 절차나 규정 마련을 넘어, 현장에서 실질적으로 작동하는 안전관리 체계를 구축해야 함을 시사한다. 경영책임자의 법적 책임 범위 또한 명확히 해야 하며, 사후 처벌 중심의 제도에서 사전 예방 중심으로의 전환이 이루어져야 한다. 특히 2024년부터 법 적용 대상이 상시근로자 5인 이상 사업장으로 확대된 만큼, 정부는 중소기업들이 안전관리 체계를 실질적으로 구축할 수 있도록 전문 컨설팅과 제도적 지원을 병행해야 한다. 우리는 더 이상 일터에서 사람이 죽는 현실을 당연하게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 생명은 비용이 아니라 존엄한 가치이며, 안전은 선택이 아닌 누구에게나 보장되어야 할 권리다. 산업재해를 줄이는 것은 단지 제도 개선의 문제가 아니라, 국민의 생명을 지키는 국가의 기본 책무를 다하는 일이다. 이것이야말로 '진짜 대한민국'이 지향해야 할 방향이며, 국민이 주권자로 존중받는 사회로 나아가는 길이다. 지금 우리가 바꾸어야 할 것은 단순한 제도나 규정이 아니다. 생명을 중심에 둔 국가 철학과 사회 구조 전체다. 이를 위해서는 명확한 현실 인식과 구체적인 제도 설계, 그리고 생명을 최우선에 두는 정치적 의지가 필요하다.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경영책임자에게 무거운 법적 책임을 부여하는 구조를 만들어야 하며, 노동자의 생명과 권리가 기업의 이윤보다 우선한다는 인식이 국가 운영의 원칙이자 기업 경영의 이념으로 자리잡아야 한다. 신효철 더불어민주당 대구동구군위군갑 지역위원장
2025-07-23 15:54:15
[기고-사공정규] 제헌절, 내 마음에도 헌법이 필요하다
1948년 7월 17일, 우리는 "이런 나라를 만들고 싶다"는 공동의 다짐을 '헌법'이라는 이름의 문서로 세상에 선언했다. 그날은 단지 법이 만들어진 날이 아니라, 한 나라가 어떤 가치를 지키며 살아가고자 했는지를 스스로 약속한 날이었다. 헌법은 단순한 법 조항이 아니다. 그것은 국가가 국민을 어떻게 대우할 것인지, 국민은 서로 어떻게 존중할 것인지를 담은 정신적 골격이다. 그리고 그 속에는 '존엄' '가치' '자율' '자유' '평등' '행복'이라는 단어들이 들어 있다. 이것은 정치나 제도만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 각자의 마음과도 깊이 연결된 핵심 가치들이다. 대한민국 헌법 제10조에는 이렇게 쓰여 있다. "모든 국민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가지며,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가진다." 이 짧은 문장에는, 우리 마음을 지탱하는 세 축이 담겨 있다. 존엄이 무너지면 우울해지고, 가치가 흔들리면 무기력해지며, 행복을 포기하면 삶은 길을 잃는다. 삶의 뿌리가 흔들리지 않도록, 우리는 우리 자신을 지켜야 한다. 이것은 헌법 속 문장일 뿐 아니라, 마음의 원리이기도 하다. 헌법은 국민을 지키는 법이지만, 마음의 기준이 무너진 사람은 그 보호 아래에서도 흔들린다. 그래서 우리에게는 국가의 헌법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있다. 바로 '내 마음의 헌법'이다. 국가가 헌법을 통해 공동체의 기본 원칙을 세우듯, 우리 각자도 자기 마음속에 세워야 할 원칙이 있다. 예를 들어, "나는 실수를 통해 성장한다" "타인과의 비교보다, 어제보다 나아진 나를 응원한다". 이처럼 짧지만, 진심이 담긴 문장 하나하나가, 자기 마음을 지키는 조항이 된다. 우리는 때로 자기 자신에게 너무 가혹하다. 잘하고 있음에도 자신을 몰아붙이고, 실수 하나에 자신을 부정한다. 아무도 책망하지 않았는데도, 마음속에서는 쉼 없이 자책한다. 그럴 때 자존감은 금세 무너지고, 삶은 방향을 잃는다. 그때 필요한 것이 바로, "나는 나를 있는 그대로 존중한다"는 자기 존중의 선언이다. 외부의 기준은 늘 시시각각 달라진다. 유행은 바뀌고, 타인의 기대는 수시로 변한다. 그때마다 기준 없이 휩쓸린다면, 삶의 중심은 끊임없이 흔들릴 수밖에 없다. 하지만 '내 마음의 헌법', 나를 지탱하는 단단한 문장 하나가 있다면, 상황이 어떻든 흔들리지 않고 중심을 지킬 수 있다. 나는 제헌절이 오면, 내가 날마다 되새기며 실천해 온 마음의 헌법을 다시 돌아본다. 지켜 낸 조항도 있고, 흔들렸던 조항도 있다. 어떤 문장은 덧붙이고, 어떤 문장은 새로 고쳐 쓴다. 마음에도 개헌이 필요하니까. 오늘 여러분에게도 권하고 싶다. 단 하나의 조항이라도 적어 보면 충분하다. "나는 하루에 한 번, 나 자신을 칭찬한다." "나는 타인의 기대보다 내 마음의 소리에 더 집중한다." "나는 실패를 딛고 나아가는 사람이다." 이처럼 자신을 지키는 한 줄이, 어느 순간 삶을 붙드는 문장이 된다. 헌법이 우리에게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행복을 보장하듯, 우리 각자도 자신의 삶이 존중받아야 할 이유가 있다고 선언할 수 있어야 한다. 그 선언은 말로 끝나지 않는다. 날마다 되새기고, 행동으로 실천하는 삶의 태도가 되어야 한다. 국가의 헌법처럼, 나를 지켜줄 문장을 오늘 적어 보자. 내 삶의 좌표가 되어 줄 단 하나의 문장, 그 문장이 흔들릴 때 나를 다시 일으켜 세울 것이다. 사공정규 동국대학교 의과대학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2025-07-14 15:46:45
민족통일대구광역시협의회, 대구 달서고에서 통일토크쇼 개최
민족통일대구광역시협의회(회장 김 석)는 9일 달서고등학교 대강당에서 1학년 재학생 120여 명이 참여한 가운데 '청소년 통일 인식 퀴즈대회–넘어야할 벽 이루어야 할 꿈, 함께 만들어가는 통일 미래'라는 주제로 통일토크쇼를 개최하였다. 이 행사는 청소년들에게 통일에 대한 이해와 관심을 갖게 하기 위해 민족통일협의회에서 중점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사업이다. 이 날 행사에는 북한이탈주민 주승현(고신대학교 교수) 박사를 초청하여 현재 북한의 정치, 경제, 교육 환경 등 북한 사회에 대해 전반적으로 설명하고 학생들과 함께 남과 북 차이점을 분석하였으며 한반도 평화에 대해 생각하는 기회를 마련했다. 강의를 마친 후 학생들과 퀴즈쇼 시간을 진행하며 북한에 대해 좀 더 알아보는 시간을 마련하였는데 김세목 학생 외 9명이 우수상을 받았다. 행사를 주관한 김 석 회장은 학생들에게 통일의 당위성과 필요성에 대해 설명하고 지속 가능한 한반도의 발전을 위해서 남북통일이 꼭 필요하다고 설명하며 학생들이 사회의 주역이 되었을 때는 통일된 한반도에서 남과 북의 인적, 물적 자원을 십분 활용하여 세계를 위해 도약하는 글로벌 리더가 되어 달라고 말했다.
2025-07-14 15:35:26
▶정수춘 씨 8일 별세. 향년 93세. 정창조(전,자산관리공사), 남희(한국평가데이터)·석희(중정회계법인 대표이사)·정희씨 부친상.김윤옥·나성란.김미정 씨 시부상. 배제환 씨 장인상. 빈소=대구보훈병원 장례식장 101호(대구 달서구 월곡로 60). 발인=11일(금) 오전7시. 장지=1차-명복공원·2차-청도 평화공원
2025-07-09 11:27:02
이재명 대통령의 취임이 한 달 지났다. 최우선 정책과제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앞서서 이 땅의 자유와 평화를 위해 목숨을 바친 순국선열과 호국영령, 그리고 살아계신 국가보훈대상자와 그 가족들의 헌신에 깊은 존경과 감사를 지속하여 표해야 한다. 이것은 단순한 공약이 아니라, 국가가 이들의 희생에 어떻게 응답하고 있는지 점검하는 시간이어야 한다. 이재명 대통령은 "보훈은 희생과 헌신에 대한 최소한의 예우이자 국가가 마땅히 해야 할 책임과 의무"임을 강조했다. 현충일 추념사에서 그는 "국가유공자와 유가족 여러분이 자부심과 긍지를 느끼고 품격을 더하도록 예우는 더 높게, 지원은 더 두텁게 할 것"이라며 보훈 정책의 패러다임 전환을 확실하게 약속했다. 구체적으로 참전유공자 배우자 생계지원금 신설, 보훈급여금 및 수당 현실화, 상이등급이 낮은 분들의 보상금 추가 인상, 보훈 의료체계 확대 등 다양한 정책이 제시됐다. 특히 보훈병원이 없는 지역에는 '준(準)보훈병원' 제도를 도입해 의료 사각지대를 없애겠다고 밝혔다. 또한, 군 복무 경력의 정당한 보상, 제대군인 예우 강화, 보훈 주치의 제도 등도 추진 중이다. 하지만, 정책의 진정한 가치는 실천에 있다. 국가보훈대상자와 그 가족들이 체감할 수 있는 변화가 있어야만 '보훈'의 의미가 살아난다. 아직도 많은 보훈대상자와 유족이 생계와 의료, 복지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각종 수당과 지원이 현실에 맞게 조정되고, 지역 간 격차가 해소되어야 한다. "특별한 희생에는 특별한 보상"이라는 원칙이 말에 그치지 않도록 정부의 지속적인 관심과 투자가 필요하다. 이재명 정부는 "정치와 이념을 넘는 보훈으로 국민 통합의 길을 열겠다"고 밝혔다. 보훈에는 진보와 보수, 여야가 따로 없다. 보훈은 특정 집단의 전유물이 아니라, 우리 사회 전체가 공유해야 할 가치다. 모든 세대가 함께하는 보훈 행사를 통해, 희생과 헌신의 역사를 기억하고 미래 세대에 나라 사랑의 정신을 전해야 할 것이다. 결론적으로, 이재명 정부는 국민을 위해서 성공해야 한다. 그래서 그가 약속한 보훈정책들이 현장에서 실질적 변화를 이끌어내길 기대한다. 국가를 위해 헌신한 분들에게 합당한 예우를 다하는 것, 그것이 곧 대한민국의 품격이자 미래를 위한 투자이며 국민통합임을 다시 한 번 강조한다. 이제 정부는 '보훈'에 진정으로 답해야 할 때이다. 윤철환 낙동강승전기념관장
2025-07-07 17:02:38
민족통일대구광역시협의회 "2025 자유 민주 평화통일을 위한 통일리더 양성교육'과 '영‧호남 달빛 동맹을 위한 친선 교류 행사"
민족통일대구광역시협의회(회장 김 석) 회원 40여 명은 민족통일광주광역시협의회 회원 40여 명과 함께 5일, 지리산에 있는 지리산빨치산토벌전시관에서 '2025 자유 민주 평화 통일을 위한 통일리더 양성교육'과 '영‧호남 달빛 동맹을 위한 친선 교류 행사'를 진행했다. 회원 80여 명은 탈북민 출신 주승현 박사(고신대학교 교수)를 초빙하여 '최근 북한의 정세와 한반도 생존 전략'이라는 주제로 통일 안보 강연을 들은 후 6·25 전쟁 당시 빨치산들의 최후 격전지였던 지리산의 역사가 전시된 지리산빨치산토벌전시관을 찾아 전쟁 당시의 모습을 간접 체험하고 한반도 평화 유지를 위해 앞으로 우리 국민이 해야 할 역할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는 시간을 가졌다. 김 석 대구시협회장은 '광주와 대구의 동서화합은 한반도 평화와 남북통일의 근간이 될 것이라며 민통 대구시협과 광주시협이 동서 교류의 구심점을 이루어 한반도 평화와 통일을 위해 노력하자'고 했다. 여학영 광주시협회장은 '대구와 광주가 지리적으로 닮은 점이 많아서 가까운 이웃이라며 동서화합과 남북통일을 위해 민족통일협의회가 앞장서자'고 말했다. 도재영(민족통일중앙협의회 의장) 의장은 축사를 통해 "광주와 대구는 한반도의 중심축을 이루는 도시로 두 도시의 화합이 상징하는 바가 크다고 강조하며 이 행사가 단순한 교류가 아니라 민간이 주도하는 통일 실천의 장이자, 우리 스스로 민족의 미래를 준비하는 작은 통일의 출발점이 될 수 있도록 해달라"고 말했다.
2025-07-07 14:59:56
전국의 각 지역은 그 고장 나름대로의 상징적 인물을 지정하고 있다. 대부분 문화예술계 인물들이 영광의 자리를 차지한다. 그들은 모두 그곳의 상징적 위상으로 자리를 잡아 지역의 문화예술 형성과 발전, 혹은 정신사 구축에 크나큰 기여를 하고 있다. 여기서는 경북 영천이 배출한 인물 왕평 이응호(1907~1940)의 발자취를 더듬어 본다. 20세기 초반 국권 패망 직전, 영천 성내동에서 태어난 왕평은 소년 시절 서울에서 성장하면서 식민지 시대 대중문화 부문에서 괄목할 만한 개척과 성과를 이룩하기 시작한다. 주된 활동 분야는 노래, 연극, 악극, 만담, 영화 등이다. 불과 20대 초반 약관의 나이로 악극단 '연극사'를 이끌며 전국을 순회 공연하였다. 그뿐만 아니라 폴리돌레코드 문예부장을 맡아 여러 뛰어난 가수를 발굴하여 음반을 제작하였다. 작사는 대개 왕평 자신이 전담했고 이를 즉시 축음기 음반으로 만들어 고통과 실의에 빠진 식민지 대중들에게 커다란 기쁨과 용기를 주었다. 왕평이 특히 주력했던 가요의 성격은 민족의 전통민요를 개량한 신민요 장르였다. 작곡가 문호월 등을 비롯한 걸출한 재능을 지닌 인물들과 협동하여 전국 각지에서 민요를 발굴 채록하고 그것을 대중음악에 접목시키는 활동은 왕평의 눈부신 성과 중 하나로 평가된다. 왕평은 여러 명의 가수를 발굴했다. 평양 기성권번 출신의 왕수복과 선우일선을 들 수 있다. 연극배우 출신의 이애리수를 가요계의 총아로 등장시키기도 했다. 이애리수는 왕평의 인도 속에서 민족가요로 일컬어지는 절창 〈황성옛터〉(원제목 '황성의 적[跡]')를 발표했고, 선우일선은 민족의식과 국토 사랑으로 넘치는 노래 〈조선팔경가〉를 발표했다. 왕수복은 〈그리운 강남〉 〈고도의 정한〉 〈인생의 봄〉 등의 절창이 있다. 그들의 가요 작품은 당시 최고의 대중 잡지였던 「삼천리」에서 시행한 가수 인기투표에서 모두 최고 순위를 차지했다. 수년 전 대구MBC에서는 〈황성옛터〉와 왕평의 생애를 총체적으로 다룬 다큐멘터리 〈왕평, 조선의 세레나데〉를 방영한 바 있다. 왕평 이응호의 생애는 오로지 식민지 대중문화를 조직적 체계적으로 가꾸고 자리를 잡게 해서 동시대 주민들에게 힘과 용기를 북돋게 하려는 노력으로 가득 차 있다. 고향인 경북 영천에서는 일찍부터 왕평가요제를 개최해 올해로 29회째를 맞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왕평 이응호란 인물에 대하여 정부의 공식적 인정과 추천이 뒤따르지 않아 안타깝다. 한국 대중문화사를 통틀어 왕평 이응호만큼 자기 시대를 위해 혼신의 노력과 열정을 쏟은 인물은 그리 흔하지 않다. 왜 왕평은 아직도 정부가 매년 선정하는 문화인물에 선정되지 못하는가. 왕평의 문화인물 선정은 지극히 당연한 상식이라 하겠다. 33세로 평북 강계극장에서 무대 공연 중 쓰러져 요절하기까지 혼신의 열정을 바쳐 식민지 대중문화 운동을 위해 노력한 왕평의 생애에 주목해 주기 바란다. 영천이 배출한 위인 왕평 이응호는 한국을 대표하는 근대 문화예술 발전의 진정한 유공자이다. 영천 시민들은 왕평의 문화인물 선정을 기대하고 있다. 영천시에서는 『왕평 이응호 평전』 및 『왕평전집』 발간, 왕평기념공원 조성, 왕평대중문화관 건립 등 여러 사업을 즉각 실행할 만반의 준비를 갖추고 있다. 이동순(대중음악평론가)
2025-07-07 14:35:52
(재)달서문화재단(이사장 이태훈)은 26일, 보건복지부와 한국보건복지인재원이 공동 주관하는 '저출생 인식개선 릴레이 캠페인'에 동참했다. 이 캠페인은 저출생과 고령화 문제 해결을 위한 사회적 공감대 형성을 목표로 지난해 10월부터 전국적으로 이어졌다. 달서문화재단은 앞서 캠페인에 참여한 군위문화관광재단의 지명을 받아 이번 캠페인에 참여하게 되었다. 특히 달서구는 전국 유일의 '결혼친화도시'이자 '아동친화도시'로, 2016년 결혼장려팀을 신설하는 등 저출생 인구위기에 적극 대응하며 출산과 육아에 대한 긍정적 인식을 확산하는 데 앞장서고 있다. 박병구 상임이사는 "저출생 문제는 지역사회와 함께 고민하고 행동해야 할 중요한 과제"라며, "달서문화재단은 앞으로도 전국유일 결혼친화도시 달서구의 위상에 걸맞게, 결혼과 출산, 육아에 대한 긍정적 인식 확산을 위해 문화 프로그램을 지속 발굴하고, 구민과 소통하는 장을 마련하는 등 문화적 역할을 충실히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2025-06-29 15:26:58
청소년 범죄예방 남구지회, 조손·다문화 청소년가정 한복 및 장학금 전달
법무부 청소년 범죄예방 대구경북지역 협의회 남구지구 위원회(회장 박판년) 는 26일 정기총회를 열고 서덕순 한복연구원 명장의 한복 찬조로 받은 한복 3벌(750만 상당)과 청소년 꿈키움장학금 150만 원을 전달했다. 박판년 회장은 "앞으로도 조손가정과 청소년이 희망을 잃지 않도록 지속적인 관심과 사랑을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2025-06-29 15:15:01
으뜸새마을금고(이사장 장태훈)는 21일, 평리탁구장에서 '제9회 이사장배 탁구대회 '를 개최했다. 이날 행사에는 임직원과 비산동 본점 회원 및 상중이동 뉴타운지점 회원까지 총 100여 명의 인원이 참석하여 자리를 빛냈다. 그동안 탁구실력을 갈고 닦은 회원들은 뜨거운 열기로 각자의 기량을 맘껏 뽐내며 화합의 장을 만들었다. 장태훈 이사장은 "탁구대회를 통한 건강한 소통과 하나가 되는 시간이 되길 바라며, 앞으로도 늘 지역과 함께하는 으뜸새마을금고가 되겠다"고 했다.
2025-06-23 16:19:04
어느덧 6·25전쟁이 발발한 지 75년이 되었다. 전쟁의 포성은 멈췄지만, 그 상처와 교훈은 여전히 우리 곁에 남아 있다. 1950년 6월, 북한의 기습 남침으로 시작된 전쟁은 서울이 불과 사흘 만에 함락되는 등 절체절명의 위기로 치달았다. 그야말로 백척간두(百尺竿頭)의 위기였다. 그러나 이 나라를 지키기 위한 수많은 이들의 피와 땀이 모여 오늘의 대한민국을 만들었다. 특히 영남 일대에서는 남하하는 인민군을 저지하기 위한 치열한 전투가 벌어졌다. 포항, 안강, 영천, 창녕, 다부동 등지에서 국군과 연합군은 방어선을 형성했고, 이 일대 전투는 대한민국을 지키는 마지막 방패였다. 그 가운데 유독 기억에 남는 전투가 있다. 바로 '장사상륙작전'이다. 1950년 9월 15일 인천상륙작전과 동시에 시작된 이 작전은 북한의 보급로를 교란하고 병력을 분산시키기 위한 전략적 작전이었다. 이 작전의 주역은 정규군이 아닌 학도병 중심의 독립 제1유격대대였다. 평균 나이 17세, 교복 입은 학생들이 대구에서 편성돼 장사 해안으로 향했다. 태풍 '케지아' 속에서 시작된 상륙은 가혹했다. 상륙정에서 내리자마자 인민군의 집중사격이 쏟아졌고, 바다를 건너 해변에 닿기도 전에 수많은 병사들이 희생되었다. 단 하루 만에 수십 명이 전사하거나 실종되는 피해를 입었고, 고지를 향한 첫걸음부터 피로 물들었다. 해변에 도착한 이들은 삽조차 없이 맨손으로, 손가락으로 모래를 파며 참호를 만들었다. 손톱이 빠지고 손바닥이 터져 가면서도 몸을 숨기며 싸웠고, 4시간의 치열한 접전 끝에 200m 고지를 탈환하며 초기 상륙에 성공했다. 하지만 병력과 장비가 턱없이 부족했던 유격대는 이후 5일간 이어진 교전에서 다수의 전사자와 부상자, 포로와 실종자를 내고 결국 철수했다. 총 772명의 유격대 중 139명이 전사하고 92명이 부상을 입었으며, 39명이 포로로 잡힌 것으로 전해진다. 실종자도 수십 명에 달한다. 이처럼 장사상륙작전은 인천상륙작전의 성공을 이끈 숨은 공로자이자 위대한 희생이었다. 학도병들의 순결한 희생이 만들어 낸 기적 같은 성공의 밑바탕이었다. 조국을 지키겠다는 의지 하나로 바다를 건너 피를 흘린 이들이 없었다면, 인천상륙작전의 승리도 결코 보장될 수 없었다. "누군가는 희망을 쏘기 위해, 절망 속으로 들어가야 했다." 장사상륙작전은 바로 그런 전투였다. 우리는 그 희생을 기억하고, 그 정신을 계승해야 한다. 포항, 안강, 영천, 창녕, 다부동에서 흘린 피는 단지 지역을 지킨 것이 아니라, 오늘의 자유 대한민국을 만든 자양분이었다. 오늘 우리가 편히 숨 쉴 수 있는 이유, 우리가 잊지 않아야 할 이름들을 가슴 깊이 새기자. 물에 젖은 교복 바지로 총을 든 학도병들, 포탄 속에서 조국을 지킨 군인들, 고향을 향한 발걸음을 막아선 국민들의 이름을 기억하자. 그들을 기억하는 일이 곧, 오늘의 우리를 지키는 일이다. 75년이 지난 지금도 국제 정세는 요동친다. 그러나 우리는 안다. 어떤 위기 속에서도 민족의 생명줄을 지켜 내는 건 결국 '기억하는 힘'이라는 것을. 그날 영남을 지켰던 이름 없는 병사들, 학도병들, 시민들의 희생을 마음에 새기는 것이야말로, 우리가 자유를 누리는 대가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일 것이다. 경의를 표하며 머리 숙여 추모합니다.
2025-06-23 15:34:31
댓글 많은 뉴스
한동훈 "조국 씨, 사면 아니라 사실상 탈옥, 무죄라면 재심 청구해야"
'조국 특사' 때문?…李대통령 지지율 51.1%, 취임 후 최저치
김여정 "리재명, 역사의 흐름 바꿀 위인 아냐" 발언에…대통령실 "진정성 왜곡 유감"
"尹 구치소 CCTV 영상 보겠다"…민주당, '자료 제출' 요구하나
김건희 "내가 죽어야 남편 살길 열리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