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주목 이책!] 유토피아의 탄생

유토피아의 탄생/주강현 지음/돌베개 펴냄

섬-이상향/이어도의 심성사란 부제에서 보듯 이어도를 다룬 책이다. 이어도가 20세기에 만들어진 산물이라고 한다면 쉽게 믿을 수 있을까? 이 책은 기존 전설 속 섬으로 알려진 이어도가 예부터 구전되어 온 제주도의 이상향이라는 통념을 정면으로 부정하는 것이어서 논란이 예상된다.

저자 역시 이어도 연구를 진행하기 전까지는 "환상의 섬 이어도의 상징적 징표가 너무 강렬해 감히 의심할 여지가 없었다"고 고백했을 정도다. 그럼 저자가 '학문적 도발'이라는 표현까지 쓰면서 이어도를 20세기의 산물로 주장하는 근거는 무엇일까? 저자의 일차적인 의심은 제주의 토박이들인 노년층과 해녀집단에서 이어도 전설에 대해 제대로 아는 사람을 찾을 수 없었다는 데서 비롯한다.

여기서 논란이 예상되는 이어도 연구는, 저자가 직접 제주 도민을 중심으로 한 현지조사와 관련 문헌연구를 병행하여 쓴 표본연구로 이 책의 보론에 담겼다. '이어도 고고학'이라고 명명한 이 연구에서 저자는, "유토피아 세계의 기본 축은 섬을 중심으로 움직여왔고 그러한 세계사적 전통에서 우리도 예외가 아니"라며, 고통스러운 현실 속에서 희망의 출구를 찾고자 했던 민중들의 심성구조가 '섬-이상향' 담론을 지속시켜온 동력이었고, '이어도-이상향' 담론의 형성과정에서도 그 궤를 같이하고 있다고 역설한다. 이어도 신화의 탄생 원인을 제주민의 심성구조와 인류 문명의 오랜 연원을 지닌 '섬-이상향' 전통에서 찾아볼 수 있다는 주장이다.

이 책은 형식상 크게 두 부분으로 나뉜다. 동서고금의 '섬-이상향' 담론의 궤적을 살피는 것이 본론, 오늘날 우리의 대표적인 '섬-이상향'으로 자리매김한 이어도를 그 탄생부터 전면적으로 재검토한 연구가 보론이다. 실체가 없던 전설 속 이어도가 어떻게 20세기 지식인들의 손을 거쳐 우리 시대 대표적인 '섬-이상향' 아이콘으로 부상했는지, '섬-이상향' 서사가 탄생되는 과정을 기술하고 있다.

이대현기자 sk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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