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철군시점 전투병증파라니

정부는 대대규모급 이상의 전투병력을 소말리아에 추가파병할것을 신중히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빌 클린턴 미국대통령이 지난 8일 소말리아 유엔평화유지활동(PKO)에 참여했던 30개국중 한국을 비롯한 프랑스.독일.이탈리아등 22개국에 친서를 발송, 각국의 지원능력을 고려하여 추가파병을요청한데 따른 것이다.우리 정부는 지난7월 비전투 공병대대인 상록수부대 2백52명을 파견, 현재까지 난민구호및 도로건설작전을 벌이는 한편 소말리아 주민들과도 친화를 다져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상록수부대의 파병은 유엔의 요청에 의한 것이었고나난이란 혼란상에 빠진 소말리아를 돕는다는 인도적인 지원이었다. 그러나미국이 요청한 전투부대의 추가파병은 유엔이 아닌 미국의 단독요청인데다필요시엔 지역무장세력들과 교전도 불사해야 하는 위험과 곤혹이 함께 따르는어려운 파병요청인 것이다.

우리 정부입장에서 보면 북핵문제를 미국에 위임하고 있는 처지인데다 핵문제해결을 위해 국제적 공조체제를 유지하고 있는 만큼 미국의 추가파병 요청을 거부하기도 어려운 형편이다. 한편 야당인 민주당은 [전투병력 파병은 인명의 살상을 동반하는 제2의 월남전 소지가 있다]며 [전투부대 파병은 단호히반대한다]는 입장을 미리 천명한바 있다.

월남전에 우방으로 참여한 경험이 있는 우리와 미국국민들은 외국파병에 대해선 좋은 이미지를 갖고 있지 않거니와 어떤 의미에선 {베트남노이로제}에걸려있는 상태이다. 지난3일 CNN방송이 소말리아에서 희생된 12명의 미군병사의 시신과 실종.부상한 78명의 미국PKO 병력들의 소식을 화면을 통해 생생하게 보도하자 미국의 여론은 하루아침에 {소말리아로 부터의 철수} 쪽으로 돌아서고 말았다.

클린턴대통령도 이러한 국민들의 압력에 못이겨 항공모함을 비롯, 5천3백여명의 대규모 병력을 추가 파병하여 내년3월까지 소말리아 사태를 빨리 진정시킨후 철수하겠다고 약속했다. 따라서 우방국들에게 미국의 주도하에 추진하는소말리아 작전에 추가파병으로 동참해 달라는 뜻을 이번 친서로 협조요청한것이다.

그러나 내란이란 원래 외인부대의 개입으로 좀처럼 평정되지 않을뿐더러 일정을 미리 잡는 촉박한 평정계획은 오히려 역효과를 불러올 가능성은 충분하다. 그래서 소말리아와 전통적인 이해관계를 갖고 있는 프랑스도 내년1월까지1천명의 동원병력을 철수할 계획이다. 또 이탈리아.독일등도 미국의 요청에찜찜한 표정만 지은채 확답을 유보하고 있는 실정이다.

정부는 미국의 강권에 밀려 무조건적으로 긍정적파병을 검토할게 아니라 적절하게 거절할수 있는 명분도 찾아 보길 바란다. 소말리아파병은 월남전과는달리 실익이라곤 없지 않은가. 미국과 프랑스가 철수시일을 결정해 둔 소말리아에 전투병력을 추가 파병한다는 것은 파장에 제사장보러 가는 것 같아 몹시 꺼림칙하다.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