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루과이라운드(UR)가 나라안팎에서 요동을 치고 있다. 7년여를 끌어오던UR협상이 마무리를 향해 질주하고 있다. 우리는 막판이 돼서야 협상단을 제네바로 보내 쌀개방저지를 위해 뛰었으나 버스지나간 뒤에 손든 격이 됐다. 나라안에선 농민단체를 비롯한 여러사회.종교단체들이 끝장난 쌀을 비롯한 기초농산물개방에 계속 반대의 절규를 토하고 있는 가운데 대통령은 대국민사과담화를 통해 쌀개방을 사실상 공식선언했다.대통령직을 건 대선공약 김영삼대통령과 우루과이라운드는 무슨 악연인지도모르겠다. 우루과이라운드를 어떤 사건인 것처럼 우루과이사태라고 실언을 해서 구설수에 올랐던 김대통령은 지난해 11월22일 충북 제천서 대선유세땐 [대통령직을 걸고 쌀개방하지 않겠다]고 공약했는데 우루과이라운드가 그의 공약을 공약으로 만들게했다. 이때문에 그는 대통령으로선 몹시도 괴롭고 체면을크게 손상시킨 대국민사과담화까지 발표해야만 했다.
대통령취임후 개혁을 앞세워 누구의 간섭도 받지 않고 9개월여동안은 국정을자신만만하게 끌어온 김대통령은 이제 그를 괴롭혀온 우루과이라운드에 마무리 펀치를 맞고 주춤거리는 느낌이다. 나정에서 개혁바람을 일으키며 나름대로 통치에 자신감을 갖고 지난달엔 취임후 첫 해외나들이로 미국을 방문해APEC정상회담에 참석하고 클린턴과 한.미간의 현안을 논의하는등 외교무대에도나섰다.
실속없는 첫 외교활동 우리언론들은 김대통령이 APEC회담을 주도하고 클린턴과의 만남에서도 많은 것을 얻은 것처럼 대서특필했다. 김대통령은 방미기간동안 LA교포들을 만나 격려해주고 APEC에 참석한 여러나라 원수들과 연쇄정상회담을 갖는등 매우 바쁘게 뛰었다. 그러나 그의 첫 외교무대서의 활약은 겉으론 아주 화려하게 국내에 전달됐으나 실속있는 것은 아니었다는 평가다. 이것도 UR문제를 제대로 해결못한 때문이다.
김대통령은 방미외교를 끝내고 귀국하면서부터 UR때문에 계속 괴로움을 당하기시작했다. 방미결과를 국회서 보고할때 쌀개방문제를 어떻게 클린턴과 논의했는지 밝히라는 농민단체와 야당의 강력한 요구를 받는다. 그러나 김대통령은 [클린턴과 쌀문제를 합의한 것이 없다]는 간단한 대답으로 넘어가려했으나또 말꼬리를 잡힌다. 쌀문제같은 중대한 현안을 해결하지 못했다면 클린턴한테서 얻어낸 것이 무엇이냐는 따가운 눈총에 또 시달렸다.
침묵끝에 나온 고육지책 쌀개방반대의 각종시위가 연일 계속되는 가운데 대통령에 대한 의지를 묻는 압력이 가해지고 있었으나 김대통령은 오랫동안 UR문제에 대해선 침묵으로 일관했다. 김대통령으로선 집권후 무슨일이든지 자신만만하게 처리했는데 UR문제만은 자신이 없고 대책이 안서는 아주 어렵고도 매우 골치아픈 것이었던 것같다. 결국은 대국민사과문속에 쌀개방공식선언이라는 고육지책으로 UR돌파를 시도했다.
김대통령이 우루과이라운드와의 악연에서 곤욕을 치르고있는 상황을 보면서우리는 국정을 운영하는 사람은 많이 알아야하고 정직해야한다는 것을 새삼스럽게 느낀다. 김대통령이 UR문제에 해박했더라면 우왕좌왕하는 참모들을 그대로 두지않았을 것이며 UR이 어떻게 진전되리라는 예측을 할수 있었던들 잘못된 판단을 하면서 큰소리치지않을 것이다.
더욱이 어쩔수 없는 상황이라하지만 그동안 정부가 UR문제에 대해 국민들에게 보인 태도는 {최대의 거짓}이라는 비난을 받아도 할말이 없을 것이다. 김대통령에게 90%이상의 지지를 보냈던 국민들은 최대의 배신감을 느꼈을 것이다. 비록 결과는 목표와 다르더라도 과정에서 슬기로움과 정직성을 보여주는정부를 국민들은 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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