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사람들이 이 세상을 차갑다고, 살고 싶은 의욕이 사그라진다고 말한다. 또 많은 사람들은 이세상을 아름답다고, 사는 순간이 감사하다고 말한다.왜일까? 마음의 눈에 따라서 혹은 잿빛어둠으로, 혹은 밝은 햇살로도 보이는 것이 우리의 삶이 아닐까. 인생의 여로에서 불어치는 매운 바람을오히려 봄바람으로 바꿀 줄 아는 사람은 그래서 더욱 아름답다. '아름다운 세상에 소풍나온 참아름다운 사람들'이 우리주변엔 아직도 많다. 이웃과 더불어 따스하게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싣는다.
2급중증장애인인 곽효섭씨(35)와 3급장애인인 권순기씨(36) 부부는 참 아름답다. 인생을 멋지게살 줄 아는 부부이다.
다리 한쪽을 절름거리며 걸을때마다 몸이 휘어지는 그들이 보기좋다고?
수성관광호텔에서 지산동 구길쪽의 1단지아파트 상가, '지산보석'의 문을 밀치고 들어섰을때 한남자가 환히 웃는 얼굴로 맞아주었다. 상대방을 편안하게 하는 인상이다. 고객을 대하는 그의 모습은 한눈에도 성실하다. 아들혼수를 구입한 한 고객에겐 미리 준비한듯 시계선물을 주고 부조도전한다. 고객관리가 철저하다.
그에게서 장애인으로서의 어두움은 찾기 힘들다. 친구들이 그의 성치못한 다리나 목발에 대해 '다리가 많아서 좋겠다'느니 '니 다리 어디갔노'라는 등의 심한(?) 농담을 해도 전혀 열받지 않는다. 친구 조증호씨는 "장애인친구를 둔 사람들은 흔히 열등감을 건드릴까봐 조심하게 되는데 이친구는 그걸 뛰어넘었다. 우리도 마음이 훨씬 편하다"고 말했다. 급한 일이 있을때 보석이 가득찬가게를 친구에게 맡기고 볼일 보러나갈 정도여서 친구들이 오히려 그를 미더워한다고.청소년기엔 심리적 갈등을 겪기도 했지만 곽씨는 유복한 환경덕분에, 권씨는 화목한 가정분위기덕분에 모두 큰 상처없이 자라날 수 있었다. 두사람은 대구대 재학시절 지체장애 대학생동아리인푸른샘에서 같이 활동했다. 한때는 결혼이 자신들과는 거리가 먼 것처럼 생각되기도 했지만 5년여 데이트하면서 서로를 반려자로 생각하게 됐고 마침내 88년 12월 부부가 됐다.곽씨는 대학졸업직후 금은방의 종업원으로 취직, 1년간 판매기술을 배운후 7년전 금은방을 열었다. 정직과 친절을 신조로 일했더니 금방 입소문이 나서 단골고객이 늘었다. 고객의 90%%이상은단골이다. 멀리 이사간 아주머니들이 아들딸 혼수를 위해 이곳까지 올때는 뿌듯한 보람을 느낀다.아내 권씨는 2년여동안 상주에서 특수학교 교사생활을 했다. 그러다 첫아이를 경기로 잃었다. "아이를 잃은 그때가 우리 인생에서 가장 큰 시련이었습니다"권씨는 곧 사표를 내고 살림을 돌보며남편과 함께 금은방을 꾸려갔다.
특수교육학을 전공했던 권씨는 지난해 효성가톨릭대 대학원 사회복지학과 석사과정에 진학했다.학문적인 욕심보다는 자신들이 사회로부터 받은 사랑을 조금이라도 환원하고자 장애아 어린이집을 마련하고픈 소망이 있기 때문이다. 세살짜리 아들에게 멋진 부모가 되고 싶은 마음도 있다. 이달 제출해야할 권씨의 논문제목도 '지체장애인의 자원봉사'이다.
주변에 형제처럼 지내는 친구들이 있어 장애인으로 사는 것이 남들 생각만큼 힘들지는 않다는 그들이지만 때때로 사회의 냉혹함에 상처를 입을 때도 없지않다. '다리××이~'하는 모욕적인 말을들을때이다. 하지만 결코 그앞에선 화를 내지 않는다. 분노가 머리끝까지 치솟을때라도 저절로 가라앉기를 기다리는 그들이다. "정상인도 욕먹을 때가 많잖아요"라고 말하는 바보처럼 착한 사람들이다.
"후천적 장애인도 많아지는 추세잖아요? 장애인을 더도말고 덜도말고 자신과 동등한 인격체로만봐줬으면 좋겠어요"
이들은 또 남다른 효자효부이다. 올해 95세, 78세된 곽씨의 두어머니를 결혼이후 줄곧 막내아들부부인 이들이 모시고 있다. 25평형 아파트에 함께 살다 지난해부터 두어머니는 1층에 살게하고 부부는 15층으로 옮겼다. 그러나 밥은 1층에서 같이 먹고 잠만 15층에서 따로 잔다. 두분이 돌아가실때까지 이렇게 살려고 한다.
"팔불출같지만 아내가 어머님들께 정말 잘 합니다. 화목한 가정에서 자라서인지 정이 많아요. 저녁때 집에 갈때면 꼭 빵이니 맛난 간식거리들을 사서 갖다드려요. 출산했을때도 젊은 친정어머니보다 일부러 늙은 시어머니들에게 구완을 받았어요. 고부갈등, 그런것 아예 모르고 살았습니다"이들은 육체적 고통보다 정작 무서운 것은 정신적 고통이라는 사실을 누구보다도 잘안다. 불가능한 꿈에 대한 좌절감, 남과 비교하는 데서 겪는 상대적인 박탈감이 얼마나 허망한지도 안다. "학생시절 등반대회가 열리면 최선을 다해 올라갈 수 있는데까지만 올라갔죠. 그이상 불가능한 부분은 바라보지 않았어요. 있는 그대로의 나를 인정하는 자세가 중요하다고 봅니다. 나의 결점까지도받아들이는…"두사람의 건강하고 밝은 삶은 다름아닌 긍정적인'자기인정'에 그 열쇠가 있는듯했다.
〈全敬玉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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