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정부·IMF 막바지 협상, 상황 급박 "하자는 대로..."

국제통화기금(IMF)의 지원자금을 받아내기 위해 정부가 백기를 들었다. 2일 새벽 우여곡절 끝에타결된 IMF협의단과 우리 정부간의 자금지원 협상은 말이 협상이지 정부가 IMF의 요구조건을그대로 받아들인 것이다. 우리경제의 운용권을 IMF에 백지 위임한 것이나 마찬가지다. 재경원 관계자도 "처음부터 IMF와의 협상은 거의 일방적으로 IMF의 요구를 수용하는 과정"이라고 밝혀이같은 평가를 시인했다.

그러나 정부는 IMF협의단이 입국해 우리 금융기관들의 재무제표 등 각종 자료를 검토하면서 본격적인 협상에 들어가기 직전까지만 해도 협상에서 우리측의 의견을 최대한 반영시킬 수 있을 것으로 자신했다. 임창렬 부총리도 "기자 간담회에서 우리나라의 재정이 건전하고 물가도 안정되어있기 때문에 IMF가 무리한 요구조건을 내걸지는 않을 것으로 자신한다"며 협상이 국민들이 우려하는 방향으로 흐르지는 않을 것임을 밝혔었다.

이같은 예상과 달리 정부가 최종협상에서 이처럼 굴욕적이라고도 할 수 있는 자세를 보일 수밖에없었던 것은 이미 칼자루는 IMF가 쥐고 있었기 때문이다. 최대한 빠른 시일내에 IMF자금이 들어오지 않으면 안될 만큼 우리사정은 급박했다. 11월에 들어 금융기관은 물론 일반 기업까지 해외차입이 막혔고 외화보유고도 환율방어로 소진 직전에 내몰리게 되는 등 우리측의 운신의 폭은갈수록 좁아지고 있었다.

여기에다 IMF에 긴급자금을 신청하면 외국 금융기관들이 우리 금융기관에 대한 대출 재개와 만기 연장을 해줄 것으로 예상했으나 상황은 정반대로 흘러갔고 대출상환금의 만기는 계속 돌아와이번주중으로 최소한 1백 달러 이상이 들어오지 않으면 부도사태 발생이 확실시됐기 때문이다.여기에다 IMF를 사실상 배후에서 조종하고 있는 미국이 한국의 구조조정을 강력히 요구한 것도크게 작용했다. 지난달 28일 클린턴 대통령이 김영삼대통령에게 전화로 "IMF의 요구를 최대한 수용하라"고 요청한 것은 이를 잘 보여주는 사례이다.

이처럼 상황이 급박하게 악화되자 정부는 협상에서 양보불가를 고수했던 부실종금사의 무더기 폐쇄와 경제성장률의 대폭 하향조정을 수용했다.

그나마 건진 것이 있다면 IMF가 종금사와 함께 정리하라고 요구한 부실은행 3~4개를 일단 정리대상에서 제외시킨 것. 은행을 파산시킬 경우 금융시장에 엄청난 혼란을 가져올 것이란 정부의읍소에 가까운 설득을 IMF가 수용한 것이다.

하지만 정부가 우리의 재정건전성과 물가 안정 등을 들어 수용을 강력히 거부했던 거시경제 지표의 조정은 대부분 수용, 내년도 경제성장률은 3% 이내로 낮추며 물가상승률을 5% 이내에서 묶고부가가치세율을 1%포인트 인상하며 재정에서 국내총생산(GDP)의 1.5%수준(7조3천억원)을 감축하며 경상수지적자를 50억달러 수준으로 줄이기로 했다.

〈鄭敬勳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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