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학은 인간교육의 기초적 학문이다. 이 기초 학문이 '수요자 중심의 대학'이라는 바람이 불면서 '철학이 밥 먹여 주나?'로 변질됐다. 지원자 숫자도 급격히 줄면서 '존폐 위기'까지 내몰리고 있다. 대학 교육의 목표 설정이 지나치게 공리화되고, 학원화하는 과정에서 인문학 홀대 현상은 가속화되고 있다. 그러나 아무리 첨단과학과 기술이 중시되는 21세기라 해도 기초과학으로서의 인문학이 무너져서야 되겠는가. ▲학부제라는 제도적 장치는 인문학의 위기를 부채질했다. 교육부는 이 제도를 겉으로는 '자율', 실상은 '강요'를 통해 대학들이 채택하게 만들었다. 여기에 정부가 실리를 좇는 이공계에만 집중지원, 후속 연구세대들의 발길마저 끊는 현상을 불렀다. 인문학자들이 스스로 자초한 측면도 있다. 학문간 벽을 쌓고 자신의 밥그릇 챙기기에 바빴으며 지나치게 세분화한 것도 문제였다. ▲이제 사회도 너무 바뀌었다. 취업이 학문 선택의 관건이 되고 있는 느낌이다. 인문학의 경우 박사학위를 받아도 설 자리가 거의 없다. 서울대마저 인문학 박사는 10명 중 7명이 실업자로 '인문학의 위기'를 극명하게 드러낸다. 100%에 가까운 취업률의 법대·의대·치대·간호대와는 너무나 대조적이다. 이쯤 되면 학문간 균형 발전은 물을 건는 게 아닌지, 우려된다. ▲최근에는 100개 대학이 참여하는 인문학연구소협의회(회장 권기호 경북대 인문대 학장) 소속 교수들이 안동대에서 결의문을 통해 인문학 육성·지원을 촉구하고 나서기도 했다. 이들은 '전국의 100여개 대학에 인문학 관련 연구소가 있으나 인력과 예산 부족으로 실질적인 연구가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면서 '실용성의 잣대를 대학 운영의 기준으로 삼아선 안된다'고 주장했다. ▲아무튼 시장경제 논리가 대학 사회에까지 확산돼 학문의 근원인 철학·문학·역사·예술·종교 분야 등이 왜소화되는 현상은 분명 문제다. 취업 문제는 차지하더라도 대학 운영마저 '실용성의 잣대'를 기준으로 삼는 풍토는 곤란하다. 경제·기술 발전도 중요하지만 대학 지성의 핵심인 인문학의 토대 확보는 국가 발전을 위해서도 긴요하다. 긴 안목으로 인문학을 육성·지원하는 대책이 아쉽기만 하다.
이태수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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