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농산물 가격하락' '마구잡이 수입',몰락 위기 농민 자살 급증

농축산물 가격의 전반적인 하락으로 농촌경제가 극도로 피폐해 지고 있다. 부채로 도산농이 늘고 있고 심지어 자살하는 사례까지 발생하고 있다. 또 농가부채보증 단골인 공무원 가계도 덩달아 붕괴되고 있다.

농민들의 주소득원인 과일값은 올초 오렌지 등 수입산으로 큰 타격을 받은 뒤 가을까지 이어지면서 농심을 울리고 있다. 가을 대표 과일인 사과는 지난 추석대목까지 15kg 상품 1상자당 10만~17만원(홍로)선을 유지했으나 최근 수확되고 있는 부사, 감홍 등이 2만5천~3만원선으로 폭락했다. 지난해 대비 50%까지 크게 떨어진 가격. 소비위축에다 오렌지 및 중국산 사과 수입설 등으로 대형저장유통업체들이 수매를 꺼리고 있기 때문이다.

올 3월 구제역 발생으로 수출이 중단된 돼지값은 공급과잉으로 11월들어 100kg기준 마리당 10만~10만6천원대(적정생산비 15만원)까지 가격이 하락, 돼지 집산지인 경주시 서면 40호 양돈농가 중 영세한 10여 농가가 도산했다. 다른 농가들은 농협 긴급방출자금으로 버티고 있는 실정.

홍수처럼 쏟아진 중국산으로 가격파동을 겪은 마늘농가들이 대체작물로 양파 재배를 늘리고 있어 내년 수확기 양파 파동의 어두운 그림자가 이미 드리워져 있다.

막바지 기대를 걸었던 농촌 주 작물인 벼 농사도 돈 안되기는 마찬가지. 시중 쌀값이 정부수매가 보다 밑도는 약세현상을 보이면서 민간 유통업자들의 발길마저 끊겨 벌써부터 판로 걱정에 휩싸였다.

올 정부 추곡수매가는 40kg 1등품 기준 5만8천120원이지만 시중가격은 5만6천원으로 정곡 80kg기준으론 6~7천원의 차이가 나는 약세다.

이처럼 농축산물값 하락으로 각 농가마다 돈가뭄과 부채에 시달리면서 농민들의 터전인 논.밭매물이 늘어나고 있다. 경주지역의 경우 농지값이 20~30%가량 떨어졌고 그나마 거래도 되지 않고 있다. 부채로 인한 야반도주와 심지어 자살하는 경우도 적잖게 발생하고 있다.

경주에서는 박모(40.건천읍)씨가 최근 농약대와 농협부채를 그대로 두고 밤을 틈타 이웃 몰래 이농해 버렸다. 농어민후계자로까지 선정된 청송군 부동면 임모(41)씨는 농협 800만원과 새마을 금고 3천여만원의 빚을 갚지 못하자 지난 8월 자살했다.

또 청송군청에 근무하는 박모(38)씨가 빚 보증으로 최근 공직에서 사퇴하는 등 청송군청 직원 50여명이 보증을 잘못 서 봉급 차압중이며 대신 갚은 공무원도 100여명에 이르고 있다.

청송 농협은 농민들이 빛을 갚지 못해 논.밭을 경매에 부친 것이 올들어서만 30여건에 이르고 있다고 밝혀 농가 부채의 심각성을 엿보게했다.

농민들은 "농촌을 위한 정부의 특단의 조치가 없을 경우 농가가 사용한 각종 자금 상환이 도래하는 올 연말과 내년 상반기를 고비로 파산농이 급증할 것"이라며 대책을 촉구했다.

배홍락기자 bhr@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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