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이선(55·대구시 달서구 감산동)씨는 최근 아기를 돌보는 베이비시터 일거리를 얻었다.
자녀들이 모두 결혼을 앞두고 있어 집에서 엄마를 필요로 하는 일도 줄어들었다.
운동도 해보고 이웃 계모임에 나가 대화를 나눠봐도 별반 재미를 느끼지 못했다.
그러나 우연찮게 새로 시작한 일이 생활의 활력소가 될 줄은 자신도 미처 몰랐다고 한다.
평생 전업주부로 살림을 꾸려온 김씨는 "나이먹을수록 의기소침해지고 어떨땐 한꺼번에 확 늙어버린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며 "요즘은 뭔가 허전하던 마음 한구석 대신 일거리와 함께 활기를 되찾았다"고 말했다.
한달 수입은 65만원에서 100만원에 불과하지만 김씨는 "때로 몸은 무거워도 출퇴근하는 기분이 이런것인가 하고 스스로에게 물어보곤 한다"고 의욕을 내비쳤다.
자신의 일을 찾기 위해 의욕적으로 뛰는 여성들이 많다.
최근 대구시니어클럽에서 대구지역 50세 이상 여성 260명을 대상으로 취업욕구 및 실태에 관한 설문조사를 한 결과를 보면 비취업 여성의 경우 10명 중 7명이 취업활동을 희망한다고 응답했다.
또한 희망직종은 보육관련 업무를 49.8%로 가장 선호하고 있으며 다음으로 전문기술직(22.6%) 업무로 나타났다.
그밖에 간병업무, 사무관리직순으로 희망했다.
대구여성인력개발센터, 달서여성인력개발센터 등이 운영하는 '취업알선센터'나 대구시니어클럽 등은 여성들에게 직업교육과 함께 일자리를 알선해주고 있다.
특히 중년여성들이 예전 아기를 키웠던 경험을 바탕으로 특기를 살리면 의외로 쉽게 취업할 수 있는 베이비시터나 간병인, 가사도우미 등은 취업에 성공할 확률이 높다.
서정희(55·대구시 동구 불로동)씨와 권옥분(54·대구시 동구 신암4동)씨도 취업센터나 클럽을 통해 취업에 성공한 케이스.
병원 간병인 봉사활동을 하다 지난해 9월 대구시니어클럽의 주선으로 베이비시터를 시작한 서씨는 처음엔 망설였다고 한다.
"주변의 시선도 의식됐고 몸도 고단할 것 같아 주저했지만 무엇보다 산모와의 약속을 어길 수 없었다"는 서씨는 "요즘은 아기와 같이 노래하고 춤추고 지내다보면 하루가 즐겁게 지나간다"고 말했다.
서씨는 중년의 갱년기 우울증으로 한동안 고생했기때문에 몇가지 취미생활을 시도해봤지만 별무효과였다고. 서씨는 "이젠 정이 흠뻑 든 아기 볼 생각에 아침이 거뜬하기만 해 우울증이 내몸에 남아 있을 이유가 없어졌다"고 활짝 웃었다.
권씨도 "베이비시터는 단순직종이 아니라 전문화된 여성분야의 일"이라며 "일정기간 교육을 받고 20여년 만에 아이를 안아보니 힘이 난다"고 밝혔다.
현재 3살배기 아기가 친손자 같다는 권씨는 매달 소득이 가계에 큰 도움이 되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젊어지고 즐겁게 사는 것 같아 만족한다고 속내를 털어 놓았다.
물론 아이보는 일이 손쉬운 일은 절대 아니지만 생활의 활력소가 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현재 대구에서 베이비시터 교육을 받을 수 있는 기관으로는 대구여성인력개발센터, 달서여성인력개발센터, 대구시니어클럽 등이 있다.
교육내용은 아동행동 이해, 영·유아 질병 및 응급처치, 영양관리 등 기본 소양교육과 풍선만들기, 동화구연, 아기마사지 프로그램과 현장실습이 포함되는 전문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교육기간은 기관마다 차이가 있으나 현장실습 5일에다 최소 16시간에서 110여시간을 이수해야 한다.
정규과정 이수후에 보수교육을 주기적으로 받아야하는 곳도 있다.
교육 기관은 보육수요자들과 연결시켜주는 중계자 역할도 대신 한다.
대구시니어클럽 이숙희 팀장은 "직장인 맞벌이 부부가 늘고 전문적인 교육을 원하는 사람들이 증가하면서 앞으로는 전문성을 갖춘 베이비시터를 찾는 직장인이 늘어날 것"이라며 "여성으로서도 자신의 정체성을 찾고 입지를 굳힐 수 있어 전망이 밝다"고 말했다.
노진규기자 jgroh@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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