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인터넷 캠퍼스

'제3의 물결'의 저자인 세계적인 석학 앨빈 토플러 박사는 몇 년 전 우리나라에 와서 '정보화 사회에 적응하지 못하면 생존이 불가능하다'며 '새로운 문명을 창조하는 과정에 적응하기 위해서는 전자교육이 필요하다'고 역설했었다.

원하든 원치 않든, 우리는 이미 지식정보화 시대에 살고 있다.

인터넷의 발달로 그 전달 속도는 날이 갈수록 빨라져 어제의 지식과 정보가 오늘에 들어맞는지 장담할 수 없으며, 내일이라면 더욱 그럴 수밖에 없다.

급속도로 바뀌는 세계에서 살아 남고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필요한 지식과 정보를 끊임없이 수혈해야 한다.

▲미국은 1990년대 초부터 인터넷 대학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그 대표격인 피닉스대의 경우 2만여명의 인터넷 학생이 재학 중이지만, 우리나라도 새 세기 들어 그 바람이 만만치 않다.

2001년 서울디지털대 개교 이후 시간과 공간, 신체적 문제를 뛰어넘을 수 있는 사이버대학 바람이 일어 왔다.

아주대의 사이버 MBA 과정은 큰 인기이며, 해외 수강생도 10여명이라 한다.

▲이 같은 '교육 혁명'으로 대학 교육의 핵심이었던 캠퍼스, 교수와 학생들이 얼굴을 맞대던 교실 수업이 흔들리고 있다.

'인터넷 공부'만으로 캠퍼스 학위와 동등한 학위를 주는 대학들이 속속 등장하고, 계속 늘어나기 때문이다.

서울디지털대와 중국 베이징대가 온라인 계약을 맺어 올해 그 문이 열린다.

이런 추세로 가면 몇 년 뒤엔 안방이나 직장에서 국내 대학은 물론 하버드·스탠퍼드 등 세계 유수 대학의 학·석사 학위를 받는 일이 가능해 질지도 모를 일이다.

▲서울디지털대와 베이징대의 계약 체결은 베이징대의 분교가 온라인을 통해 우리나라에 설립된 것과 같은 의미다.

학위증서는 직접 다닌 것과 같은 효력을 가지므로 개설된 5개 학과 학·석사 과정의 지원자가 벌써 300명을 넘어선 모양이다.

서울 강남교육청은 오는 9월 스탠퍼드대와 온라인 석사 과정을 개설하게 되며, 하버드대는 내년 7월 우리나라·일본·싱가포르 등 전 세계 의사들을 대상으로 인터넷을 통한 공중보건학 석사 과정을 개설할 움직임이라 한다.

▲아무튼 이젠 대학 교육도 엄청난 지각변동이 불가피해졌다.

국제사회에까지 강의 수준이 발가벗겨지는 시대도 올 것으로 보인다.

사회가 인터넷 학위를 정규 대학 학위와 똑같이 인정할 것이냐는 숙제가 남아 있으나, 이 또한 시간 문제로 보여지기도 한다.

인터넷 캠퍼스가 아직은 초보 단계라 적지 않은 시행착오와 기존 제도와의 갈등도 예상되지만, 앞으로 '글로벌 사이버대학'이 생겨날지도 모른다.

산업화에는 뒤졌으나 정보화 시대엔 경쟁력이 있다고 자부해온 우리의 내일이 어떻게 전개될는지 궁금해진다.

이태수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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