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성주 참외농 이기태씨의 '설쇠기'

"우린 설이라고 쉴 틈이 없어요". 모두들 자기 조상들의 차례를 모시고 어른들을 찾아 세배를 드리며 한 해 덕담을 주고받는 설날에도 비닐하우스에서 참외 돌보기에 여념이 없는 이기태(58.성주군 월항면 장산리)씨.

이씨 가족들은 설이라고 해서 오순도순 모여 제대로 설을 쇠어본 지 오래다.

남들보다 앞서 참외를 출하하기 위해 일찍 비닐하우스를 만들고 참외를 옮겨 심는 등 서둘러야 하기 때문. 이씨는 오늘도 차례를 지내기 무섭게 들판에 나와 참외 비닐하우스의 보온용 거적을 벗기고 또 참외를 돌보고 있다.

도시의 일반가정처럼 친척집이나 처가나들이 등은 엄두도 못낸지 오래다.

혹 볼일이 있어 외출을 해도 오후 3, 4시쯤이면 돌아와야 한다.

아침에 해가 뜨면 거적을 벗기고 또 해지기 전에는 거적을 덮어야 한다.

"자식을 키우듯 정성을 들이면 그만큼 표시 나는 것이 참외 농사"라고 이씨는 말한다.

이씨는 올해 참외 비닐하우스 21동(1동 200평)의 농사를 짓는다.

올해는 잦은 눈에다 참외 성장이 늦어져 이달말쯤에야 첫 출하를 예상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참외 시세가 좋아 참외 비닐하우스 1동에서 370만원의 소득을 올렸다"는 이씨는 "벼농사까지 포함해 좀 부풀리면 1억 연봉은 되지만 손에 남은 건 얼마되지 않는다"고 한다.

해마다 농자재 값이 오르고 인건비가 많이 들기 때문. 여기다 남의 논을 빌려 농사짓기에 임대료도 많이 나간다고 한다.

그래서 생각만큼 큰 돈이 모이지 않는다는 얘기다.

성주가 고향인 이씨가 본격 참외농사를 시작한지는 한 10년쯤 됐다.

대구에서 플라스틱을 만드는 업체의 공장장까지 했으나 개인 사업을 하다 재미를 못보고 귀향해 참외 농사를 시작, 오늘에 이르렀다.

"군에 간 아들이 3월이면 제대를 하는데 농사일을 하지 않으려 한다"며 "또 힘든 농사일을 물려줄 생각도 없다"고 말한 이씨는 "지난해는 성주에 태풍 피해가 컸는데 양의 해인 올해는 순한 양처럼 일기가 좋아 참외가 많이 열리고 시세가 좋았으면 한다"고 소망을 말했다.

지난해 성주에서는 5천600농가에서 3천200ha의 참외 농사로 1천800억원의 생산 수익을 올렸다.

성주.박용우기자 ywpark@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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