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한국經濟 '자아도취' 또 도지나

병이 재발하면 아픔은 배가(倍加)된다.

그러나 고통보다 더 무서운 것은 처방전이 제대로 먹혀들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이미 나쁜 쪽으로 내성이 생겨 '해저드'에 깊숙이 빠져있기 때문이다.

이런 점에서 한국 경제의 고질적인 '자아도취(Complacency)'병이 재발하고 있다는 소식은 심각한 경고의 목소리로 들린다.

비록 일개 외국 언론사의 우려에 불과하지만 국내 경제 사정을 누구보다 잘아는 우리의 입장에서 볼 때 폐부를 찔린듯한 날카로운 분석에 애써 외면할 수도 없다는 사실이 안타까울 뿐이다.

미국 블룸버그통신의 아시아지역 전문 칼럼니스트인 윌리엄 페섹은 3일자 논평에서 "한국은 세계에서 가장 모범적으로 외환위기를 벗어난 뒤 세계 최고 수준의 성장률을 기록하는 등 외환위기 직전과 같은 '호시절'을 또다시 맞고있다"고 소개하면서 "외환위기 당시 한국은 이같은 호황이 영원히 지속될 것이라고 믿고 샴페인을 터뜨렸지만 결국 경제위기를 자초했듯이 현재 외국인 투자자들은 한국이 다시 예전처럼 자아도취의 늪으로 미끄러져 들어가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고 갈파했다.

특히 한국은 북핵사태로 인한 남북간 긴장, 재벌의 시장독과점, 시장의 투명성과 공정성 결여, 악명높은 노조, 신용카드 문제 등으로 국제 시장에서 할인(Korea Discount)되고 있다는 분석은 충격적이다.

우리의 현주소를 정확히 꼬집고 있는 것이다.

여기다 계층간 빈부 격차 심화로 인한 사회적 불안 요인까지 합치면 그야말로 '위기 상황'에 가깝다.

우리는 여기서 외환위기 당시 해외 언론이 지적한 한국의 3C병(病)을 환기시키지 않을 수 없다.

부패(Corruption) 패거리주의(Cronyism) 그리고 자아도취(Complacency)가 그것이다.

그런데 외환위기를 가장 우등으로 졸업했다는 지금, 어느것 하나 제대로 치유된 것이 있는가. 오히려 개혁 피로감에 젖어 '모럴 해저드'만 확대 재생산하는 우(愚)를 범하고있지는 않은가. 과연 진정한 개혁은 무엇인가. 새 정부가 심각히 고민해야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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