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년 8월, 노란 돼지 저금통이 '노풍'을 타고 살을 찌웠다. 원칙과 정도(正道)의 정치를 바라는 '희망 돼지'였다. 그리고 그 6개월 후인 2003년 2월, 실낱같은 대박의 희망을 안고 서민들이 너도나도 은행으로 복권 판매대로 몰리고 있다.
이른바 로또(lotto) 열풍.
2일 오후 3시 대구의 국민은행 한 지점에서는 행운의 여섯 숫자 뒤에 사람들이 길게 줄지어 서 있었다. "은행 이자가 높습니까, 주가가 오릅니까. 기름값과 물가만 오르는데 어디 기댈 데가 있어야지요". 한꺼번에 10만원을 투자했다는 한 회사원이 씁쓰레해 했다.
막노동을 한다는 40대 중반 남자는 "400억원을 받으면 집부터 한 채 마련하고 좋다는 학원에는 자식놈들을 다 보낼 작정"이라고 했다. "우리 사회에서 아직은 학벌이 최고 아닙니까".
비슷한 시간 대구 지산동의 한 사무실. 10여명이 1만원씩 내 올해 자신의 '운'을 점치기로 했다. 814만분의 1밖에 안되는 확률이지만, 지폐 1장은 대수롭지 않았다. 어차피 팍팍한 생활에 이만한 돈은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이라고 했다.
희망돼지 투자와 로또복권 투자는 무엇에서 닮고 무엇에서 다를까. 두 돈이 모두 '희망'을 얘기하고 있음에는 공통됐을 터. 한쪽은 새로운 삶을 희망하고, 다른 한쪽은 절망을 벗어나기 위한 몸부림인 점이 차이라면 차이일 것이다.
그러나 이쯤에서 결코 스쳐 버려서는 안될 뭔가가 자리하고 있는 듯한 느낌이 스쳤다. 그 절망의 해결은 로또의 몫이 아니라 희망돼지의 몫이 아닐까 하는 것이 그것이었다.
'일한 만큼 잘 살 수 있는 사회'가 정착돼야만 로또가 웅변하는 한탕주의도 수그러들지 않을까. 서민들도 이젠 400억원의 투기를 위해 쉽사리 1만, 2만원을 내 놓을 것이 아니라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해 내놓은 돼지 저금통의 70여억원이 제대로 효력을 발휘하는지 지켜봐야 하는 것 아닌가 싶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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