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전경옥입니다-별

'어린 왕자', '인간의 대지'등을 쓴 소설가이자 비행사였던 앙트완느 드 생 텍쥐페리(1900~1944). 세상사에는 무관심했지만 시들지 않는 동심을 간직했던 그가 2차 세계대전 당시 전투기와 함께 실종됐을 때 사람들은 어린 왕자의 극적인 죽음처럼 신비롭게 받아들였다(훗날 독일 전투기에 피격돼 지중해에 추락사한 것으로 추정). 그가'어린 왕자'를 헌정했던 친구 레옹 베르트는 "생 텍쥐페리는 캄캄한 밤, 빛을 뿜어내는 무수한 별들 틈에서 자기별인 지구를 찾지못해 하늘과 대지 사이를 헤매는 천사장이었다"고 회고했다.

밤하늘만큼 사람을 환상과 꿈의 세계로 인도하는 것도 드문 것 같다.

도시의 불빛이 없는 자연 속에서 보는 밤하늘은 그대로 보석상자다.

아무도 소유권을 주장하지 않는, 보는 사람 누구나의 영원한 소유가 되는 보석들. 가늠조차 안되는 광속의 시간을 달려와 우리 눈에 들어오는 별빛은 광대무변한 우주에 대해 경외의 마음을 갖게한다.

티끌같은 세상사에 대한 집착으로 애면글면 속 끓이고, 아등바등 하는 우리의 삶을 부끄럽게 만든다.

우주개척을 향한 인류의 꿈을 안고 하늘로 떠났던 7명의 사람들이 끝내 돌아오지 못했다.

1957년 구 소련의 스푸트니크 1호가 우주개발의 역사를 연 이래 지금까지 유인우주선 사고로 인한 희생자는 모두 21명. 하지만 그들 파이어니어들의 희생이 있었기에 인류는 달을 넘어 다른 행성으로까지 꿈을 확장할 수 있었다.

게다가 지난 97년엔 우주여행업체인 스페이스 어드벤처사가 설립돼 2001년 미국의 억만장자 데니스 티토가 최초의 우주여행객으로 8일간 천국으로의 멋진 여행을 했고, 지난 해엔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인터넷 재벌 마크 셔틀워스가 두 번째로 우주여행을 했다.

오늘이 입춘(立春). 어느새 절기는 봄의 문턱에 들어섰다.

잔설이 희끗한 산비탈의 상수리나무숲엔 김광균의 시구처럼 '폴란드 망명정부의 지폐같은' 낙엽들이 수북하다.

그것들이 썩어 숲을 비옥하게 만든다.

용감한 개척자들의 희생의 피 위에서 인류의 미래가 펼쳐지는 것도 그러한 이치일진대….

비록 현대과학은 달에서 옥토끼를 쫓아내고, 반달돛배며 샛별등대도 없애버렸지만 동심을 가진 사람들은 여전히 밤하늘에서 어린 왕자의 별을 찾는다.

지금쯤 컬럼비아호의 7명 우주인들도 어쩌면 생 텍쥐페리처럼 함박웃음을 지으며 어느 작은 별에 기착했을지 모른다.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