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실질금리 '마이너스 시대'-아우성.부동자금

초(超)저금리 기조가 갈수록 심화돼 '고통'을 겪는 사람도 늘고 있다. 특히 이자수입으로 살아가는 퇴직자들은 실질금리가 마이너스로 접어들면서 생활자체가 위협받고 있다.

저금리를 견디다 못해 '대박'의 헛꿈을 좇다 주식 등에 투자, 원금까지 날린 퇴직자도 속출하는 실정. 여기에다 총저축률이 20%대로 떨어지고, 민간투자는 한자릿수로 급전직하하는 등 '모으는 재미'는 이미 사라진 지 오래여서 산업의 핏줄이 될 예금이 줄어드는 또 다른 부작용까지 불거지고 있다.

▲ 곳곳에서 '아우성'.

퇴직 공무원 ㄴ(65)씨는 매달 100만원 연금에 목돈 예치금(5천만원)의 이자를 보태 살았으나 금리가 떨어지자 얼마전 원금을 빼내 주식에 투자했다가 원금을 날리는 '낭패'를 당했다. 한때 예금 금리가 15%를 넘어 한달 이자가 70만원이나 됐지만 초저금리로 한달 이자가 20만원도 안돼 한눈을 판 게 생활에 큰 타격으로 되돌아왔다.

퇴직자들의 노후자금뿐만 아니라 주부들의 생활예금, 미혼자들의 결혼자금도 적금으로 모으는 사람은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 대구은행 VIP클럽 지산점 유영문 실장도 "금리가 떨어지고부턴 주택임대업 문의를 하는 고객들이 증가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 떠도는 자금 320조원.

실질적인 마이너스 금리 영향으로 은행 돈이 '썰물'처럼 빠져나가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들어 예금은행의 실세총예금(요구불+저축성)은 올들어 20일만에 2조9천억원이 빠져나갔다. 지난해 같은 기간에 은행 예금이 5조원 이상 늘어났던 것과는 정반대 현상.

그러나 은행에서 빠져나간 돈이 증시나 부동산으로 본격 유입되지는 않고 있다. 최근 증시가 급락함에 따라 지난 달 30일 기준 주식시장 고객예탁금 잔액은 7조7천927억원으로 올들어 3천억원 이상 줄었다. 지난 해 1월 고객예탁금이 1조원 이상인 것과는 대조되는 양상이다.

부동산 역시 거품이 걷히면서 마땅한 투자처가 되지 못하고 있다. 은행과 주식시장에서 빠져나온 시중자금은 투신권의 대표적인 초단기상품인 머니마켓펀드(MMF)로 흘러들고 있다. MMF는 올들어 한달 동안 10조원 이상 불어나면서 60조원을 돌파했다.

MMF잔액이 40조원과 50조원의 벽을 넘어서는데는 각각 20개월 이상 걸렸으나 잔액 60조원을 돌파하는데는 2개월밖에 안걸렸다. 은행.투신사.종금사.증권사 등 금융회사들에 맡겨둔 6개월 미만의 단기성 수신잔액을 일컫는 '단기자금'은 지난해 10월 기준 329조원으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1년 전에 비해 40조원이 늘었다.

개인들은 물론 금융회사와 연기금 등 기관투자가들마저 국고채 등 안전한 곳에 투자하는데 열을 올리고 있다. 지표금리인 국고채3년물의 금리는 사상최저기록을 잇따라 갈아치우고 있으며, 국고채 거래량이 하루 평균 3조원으로 평소의 두 배에 이르고 있다.

또 무기명채권은 10~20%의 프리미엄이 붙지만 구하기조차 힘들 정도고, 일부에선 금 사재기도 벌어져 돈당 소매가격이 6만6천원까지 치솟았다. 금융전문가들은 "초단기 상품에 시중자금이 집중되는 '이상기류'는 불확실한 경제환경에서 적절한 투자처를 찾지 못한 부동자금이 늘기 때문"이라며 "자칫 자금시장의 불안정성이 심화되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또 "안전자산으로의 자금편중 현상은 연쇄적인 금리인하를 촉발해 결국 소비위축과 디플레이션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을 반복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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