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여자아이스하키 남북대결-빙판보다 더 싸늘한 북

남북한을 갈라놓은 체제와 이념의 벽은 여전히 높았다

3일 오후 아오모리 동계아시안게임 여자 아이스하키에서 남북대결이 벌어진 미사와시 미사와 아이스링크.

지난 1일 아오모리 아레나에서 열린 대회 개막식 때 남북한 선수단이 서로 손을 맞잡고 한반도기를 흔들며 나란히 입장했던 진한 감동을 기억하는 사람들은 이날 경기장에서 연출된 냉랭한 풍경에 실망감을 감추지 못했다.

기대됐던 경기장 내의 '작은 통일'은 찾아볼 수 없었고 대신 이념적 조국에 따라 재일본 대한민국민단(민단)과 재일본조선인총연합회(조총련)로 분리돼 있는 일본교민 사회의 아픈 현실만을 확인해야 했다.

공동입장 때 등장했던 한반도기는 양측 응원단이 각각 흔드는 태극기와 인공기의 물결에 파묻혔고 귀에 익숙했던 '코리아(KOREA)'의 함성도 꽹과리와 북소리에 맞춘 '대~한민국'이라는 구호 앞에 무력했다.

이런 분위기는 빙판 위에서 선 선수들도 예외는 아니었다.

퍽을 차지하려는 치열한 승부는 어쩔 수 없다 하더라도 경기가 끝난 후 서로 따뜻한 격려의 말도 건네지 않았고 특히 북한 선수들은 지난 99년 탈북한 옛 동료 황보영(24)에게 찬바람이 불 정도로 싸늘하게 대했다.

경기를 마치고 인사를 할 때 북한 선수들은 한국 선수들과 손바닥을 마주치는 의례적 인사를 하면서도 맨 끝에 서 있던 황보영은 외면했고 북한 대표 시절 한솥밥을 먹었던 친구들마저 황보영에게 말 한마디 없었다.

황보영은 경기가 끝난 뒤 "신정란과 김봉련은 종성신흥고등학교에서 6년간 같이 지낸 친구인데 따뜻한 한 마디를 나누지 못했다"며 "한 선수는 부딪혔을 때 욕을 해서 기분이 몹시 상했다"고 씁쓸한 마음을 내비쳤다.

황보영은 또 "정란이가 어제(2일)가 생일이라 간단한 선물을 준비했는데 전달할 수 있을 지 모르겠다"며 "경기 초반 긴장하지 않았다면 후반처럼 골을 많이 막을 수 있었을 것"이라며 0대10 패배에 아쉬움을 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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