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한상덕의 대중문화 엿보기-로또복권

경제대공황이 한창이던 1930년대. 미국의 에드윈 로우라는 퇴직 장난감 판매원이 애틀랜타에서 플로리다의 잭슨빌로 가는 길에 노변축제를 우연히 보았다.

이때 그의 눈길을 끄는 것은 독일의 '로토(lotto)'게임에서 유래한 '비노(beano)'. 별것도 아닌 게임이 축제에서 가장 인기를 모으는 것이 신기하여 구경하기로 했다. 게임룰은 간단했다.

게임에 참여하는 사람은 5센트 짜리 동전 하나를 낸 후, 숫자가 여러 개 적힌 카드와 콩요리를 들고서 탁자에 둘러앉는다.

곧이어 사회자가 큰 소리로 숫자를 말하면 사람들은 체크한다. 체크된 숫자가 가로나 세로, 대각선으로 일치하는 행운의 주인공이 나올 때까지 콩을 내어놓는다.

마지막 승자는 큐피인형을 상으로 받는다.

그때다.

한 소녀가 우승자가 되어 펄쩍펄쩍 뛰며 소리쳤다. '비노'라기보다는 '비비비빙고(B-B-B-Bingo)'로 들렸다. 그가 '빙고'게임을 세상에 소개하기로 마음먹은 건 이때부터다. 그는 제작을 서둘렀고, 성당기금을 조성하기 위한 놀이로까지 정착되게 유도했다. 대공황에 '빙고'는 부족한 헌금을 조달하는 데 결정적으로 도움이 되었던 것이다.

지금 '로또'복권바람이 광풍이 되고 있다.

'인생역전'이라는 선전문구에 적극동조라도 하는 것처럼 복권하나에 인생을 거는 사람들로 북새통이다. 6개 숫자를 모두 맞혀 1등에 당첨될 확률이 814만분의 1에 지나지 않고, 하루에 복권을 한 장씩 산다고 해도 2만년에 한 번 당첨될 수 있다는 계산이 쉽게 나오지만 광풍은 식지 않는다.

복권의 시작은 고대 로마시대. 초대 황제인 아우구스투스가 로마의 복구자금을 마련하기 위하여 연회에서 복권을 팔고 이익금으로 노예·집·배 등을 주었다는 기록이 있다. 정부나 성당이 가난하고 힘든 대중을 위해 도움이 되고자 했던 것이 복권이고 빙고였다. 그러나 아니다.

지금 우리나라의 '로또'복권은 빈부격차가 너무나 심해 더 이상의 희망조차도 가지기 힘든 서민들을 또 한번 울리고 있다. 노력하여 잘 살아보겠다는 의지조차도 막는 듯한 국민의 정부다.

대경대 방송연예제작학과 교수 sdhantk@yaho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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