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기자노트-다시 돌아온 핵폐기장

영덕이 핵폐기물처리장 건설 후보지에 다시 포함됨으로써 이 문제는 15년만에 다시 원점으로 회귀했다.

적지 않은 세월, 그동안 세 번에 걸쳐 대통령과 정부가 바뀌었지만 이 문제는 해결은 커녕 온갖 국민적 갈등만 일으키다가 애당초 거론됐던 영덕으로 슬그머니 되돌아 온 것이다.

집나간 아들이 돌아 온 것처럼, 그것도 온몸이 상처투성이의 만신창이가 된 채로 왔다.

15년만에 이 문제를 다시 취재해보니 변화된 것이라곤 '핵폐기물처리장'이라는 용어가 '방사성폐기물관리시설'로 바뀐 것과 그 당시에는 없던 지역발전기금 3천억원을 해당 자치단체에 지원한다는 것 정도다.

핵폐기물처리장 후보지가 발표될 때마다 해당 지역이 들고 일어나다보니 지난 2001년 7월 3천억원을 줄테니 돈이 필요한 지역은 유치를 신청하라고 한 것이다.

이를 토씨하나 바꾸지 않고 이번에 다시 들고 나왔다.

요즘 농촌에도 집집마다 컴퓨터가 설치돼 인터넷을 통해 실시간 세계의 자료를 검색할 수 있다.

정부 혼자서만 아직도 농촌사람들은 15년 전과 같이 정보가 꽉 막힌 시대에 살고 있는 것으로 착각하고 있는지 모르겠다.

핵폐기물처리장 건설 문제에 따른 정부의 정책 입안 및 추진 점수는 낙제점 이하라 하지 않을 수 없다.

특히 안이한 그 자세에서는 한심하다는 생각을 넘어 서글픔을 느끼게 한다.

이런 상황에서 지금 영덕사람들이 다시 들고 일어난다 해서 '내지역은 안된다'하는 이기주의적 발상이라고 몰아붙일 문제만도 아니다.

아무리 국책사업이고 중요하다고 해도 국민적 동의가 우선돼야 가능한 것이다.

그러나 이번에 영덕을 4개 후보지중 유력후보지로 끼워 넣으면서 정부는 사전에 지역주민에게는 단 한번의 동의도 구하지 않았다.

통보라곤 발표 하루전날 병원에 입원해 있는 지역구 국회의원에게 한 것 정도다.

영덕 사람의 입장으로서는 아닌 밤중에 홍두깨 맞은 격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핵'에 관한 한 정부가 아무리 안전하다고 외쳐도 국민들이 믿지 않는 현실을 감안할 경우 어찌보면 당연한 일이다.

정부는 뒷전에서 이 문제를 풀려고 할 것이 아니라 왜 영덕이 적지가 되는지 등 모든 것을 공개해야 한다.

궁금증은 의혹을 불러일으킨다.

국민적 동의가 없는 한 이 문제를 풀 수 없다는 것은 정부가 너무나 잘 알고 있을 것 아닌가.

5일 영덕군청에서 열린 핵폐기장건설반대범군민대책위에 참석한 한 상인이 내뱉은 "먹고 살기도 힘든데 왜 또 이 문제까지 불거져서..."라는 독백이 귓가를 스치고 지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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