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홀몸노인들의 애환-연탄 없으면 우린 겨울 못나

"오죽하면 연탄을 쓰겠노?"

6일 오후 3시. 내년이면 아흔인 홍삼래(가명·대구 칠성동) 할머니 집. 입춘도 지나 봄소식도 들리건만 1년에 100만원짜리 사글세에 몸을 누이고 있는 홍 할머니에겐 아직 매섭기만 한 겨울이었다.

2평 남짓한 쪽방에 혼자 살고 있는 할머니의 걱정거리 중 하나는 하루도 빼먹을 수 없는 연탄갈이. 할머니는 연탄을 갈면서 쐬어야 하는 찬 공기에 뼈마디가 쑤신다.

방바닥은 그런대로 뜨끈했지만 몸을 세우면 방안에 냉기가 가득했다.

지난해엔 방구들이 내려앉아 난방이 안되는 바람에 12만원을 주고 구들을 고쳤다.

"기름보일러다, 가스보일러다 해서 방안에서도 맘대로 온도를 조절할 수 있는 집들이 부럽지 뭐. 간혹 제때 챙기지 못해 불이라도 꺼트리면 낭패야".

6일에는 작년에 사놓은 연탄이 다 떨어져 새로 200장을 넣었다.

한장에 300원씩 모두 6만원 어치. 겨우내 2번을 넣는다고 하니 한해 난방비로 12만원을 쓰는 셈이다.

기름 보일러를 돌리는 가정이 한달 평균 난방비 10만~20만원에 비하면 얼마 안되지만 구청 생활보조금으로 살아가는 할머니에겐 벅찬 돈이다.

할머니가 사는 이 동네에는 아직도 10여 가구가 연탄을 땐다.

그러나 이들 집은 대부분 텅비어 있었다.

인근 슈퍼의 아주머니는 "연탄 때는 집에는 대다수 홀몸 노인들이 산다"며 "날품팔이나 막노동 등을 하러 낮에 나가 밤늦게 돌아오기 때문에 대신 연탄을 갈아주기도 한다"고 말했다.

30년 가까이 연탄을 팔고 있는 대구 대봉동 유하용(62)씨. 4일전 들여 왔지만 팔리지 않고 창고에 재고로 쌓인 연탄을 보며 "한창 때는 이 일대를 휩쓸었는데..."라고 회상했다.

"예전엔 이 동네에 연탄판매소가 6, 7곳 있었지. 기름·가스 보일러에 밀려 연탄 쓰는 가구가 줄면서 이젠 2곳만 남았어".

요즘은 2, 3일에 100장 팔면 그나마 다행이다.

"80년대까지만 해도 2천장도 팔았지만 요즘은 한번 들여오면 한참동안 창고에 쌓아둬야 한다"고 했다.

주요 고객은 아직 난로를 쓰는 가게나 고깃집, 여인숙 등으로 바뀌었다.

일반 가정에서도 리모델링을 할 때마다 기름보일러나 도시가스를 들여놔 현재 이 동네에 연탄을 때는 가정집은 세 가구에 불과한 실정. 할아버지는 사나흘에 한번만 손수레를 끌고 집을 나선다.

예전엔 손수레에 연탄을 싣고 언덕을 오를라 치면 동네 아이들이 달려와 밀어주기도 했는데 이젠 더럽다고 피하기 일쑤라고 한다.

"사라져가는 연탄 사용자처럼 인정도 메말라가는 것 같다"며 할아버지는 씁쓸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대구시내 연탄수요는 1992년 68만t에서 95, 96년 9만t, 지난해엔 3만t으로 크게 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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