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고유가비상-'펑펑'에너지 소비습관

한국의 에너지 해외의존도 97%. 하지만 1인당 에너지 소비량은 일본이나 다수 선진국보다 높다.

에너지 소비에 관한한 한국은 단연 선진국(?)이다.

시민들은 '에너지 세계에는 겨울도 여름도 없다좦'내돈 내고 내가 쓰는데 무슨상관이냐좦는 식의 무절제한 에너지 소비가 습관화된지 오래다.

성서 6주공 21평 임대아파트에 사는 이모씨(38.대구시 달서구 용산동). 겨울에도 3인 가족이 집에서 거의 속옷바람으로 지낸다. 욕조는 있지만 식구마다 제각각 샤워가 자리잡은 지는 이미 오래이다.

이씨는 매년 찾아오는 일본인 친구가 "일본 가정에서는 목욕용 물을 받은 후 온 가족이 돌려가며 물을 쓴다"는 얘기를 들었지만 어릴때부터 밴 습관이 잘 바뀌지 않고 있다.

지난 1월 이씨 가정의 아파트관리비는 19만원. 이씨가 겨울철 적정 온도로 실내난방을 했을 경우 이 아파트의 관리비는 14~15만원선. 이씨는 4~5만원을 더 낸 셈이다.

호주 출신의 영어강사 버틀러씨(32)는 "밤만되면 궁전같이 불을 밝히는 여관, 영업시간이 끝난 뒤에도 휘황찬란한 도심 네온사인을 보자면 온 도시가 환락가 같다. 또 자동개폐되는 엘리베이터 벨을 누구랄 것 없이 습관적으로 누르는 것은 선진국에서는 보기 힘들다"고 한국인들의 에너지 소비행태를 꼬집었다.

독일과 일본에서 유학하고 온 사람들은 다 잘 사는 나라지만 우리보다 훨씬 춥게 산다고 입을 모은다. 남편을 따라 딸과 함께 일본살림을 시작한 정혜영씨는 "밤에 너무 춥다"며 친정에 내복을 부쳐달라고 요청했고, 독일의 가정들은 잘때 거의 껐다고 할 정도로 실내 난방 온도를 낮춰 에너지 과소비를 줄인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는 수년전부터 겨울철 개인 난방기구까지 사무실 가정 등에서 무절제하게 사용되면서 전력 과소비가 지나쳐 한여름 최고 전력 소비량을 능가하고 있다.

대구에너지시민연대가 지난 12월16일 실시한 55개 기관에 대한 겨울철 난방온도 조사에서 적정 난방온도(18℃~20℃)를 유지한 곳은 1개소에 불과했다. 조사대상 공공기관, 은행권, 백화점 및 대형쇼핑업체 모두가 적정 난방온도보다 3℃~6℃ 이상 높았다.

더워서 창문을 열어둔 곳도 상당수였다. 6일 밤 11시에서 1시까지 80개소에 대해 실시한 간판 네온사인 점등유무 조사에서도 은행은 20곳 모두, 대형유통매장 25%, 관공서 50%, 개인병원 93%, 자동차영업소 82%, 휴대폰판매소 89%가 영업시간후에도 불을 밝히고 있었다. 특히 자동차영업소는 실내조명등까지 켜둔 경우가 82%에 달했다.

여름철에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긴 옷을 입어야만 근무할 수 있을 정도로 적정온도보다 5℃ 이상 낮게 냉방하는 경우가 많다. 이무영 에너지관리공단 대구.경북지사 과장은 "비상시에만 옥외조명을 제한 할 것이 아니라 평시에도 자정이후에는 옥외조명을 제한하고 주택가의 경우 선진국같이 밤 10시 이후에는 간판조명을 최소화하는 제도보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현수 대구에너지시민연대 사무국장은 "원자력이나 석유에만 의존하는 에너지 정책을 근본적으로 바꿔야 한다. 태양열, 풍력, 지열 등 1%에도 못미치는 재생에너지를 선진국 같이 5~10%대로 확대하면 에너지 위기에도 국민고통을 최소화 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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