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드높아진 한인 위상
미국에 사는 대부분의 한인들은 잠자리에서 일어나 미국내에서 한글로 발행되는 신문을 읽으며 아침식사를 하는 것으로 하루를 시작한다.
집을 나서면 승용차 안에서 한국어 라디오 방송을 들으며 직장으로 향한다.
식당이나 식료품점 또는 세탁소, 한인계 기업 등에 출근한 뒤 한인 고객을 맞이한다.
점심때가 되면 '밀양추어탕' '조선갈비' '양평해장국' 등 한인이 운영하는 한식당에서 얼큰한 찌개나 국 또는 갈비구이로 식사를 해결한다.
미국 전체 인구의 불과 0.38%밖에 차지 하지 않는 이민 한인들. 그러나 다른 이민족들과는 달리 로스앤젤레스(LA) 뉴욕 워싱턴 샌프란시스코 시카고 등 미 주요 대도시권에 한인들만의 독자적인 커뮤니티인 '코리아타운'을 당당히 형성해 살아가며 결코 무시할 수 없는 소수민족으로 자리잡았다.
미국 인구의 1%에도 훨씬 못미치는 한인들은 미국 전체 옷가게의 5%, 식료품상의 4.8%, 잡화상의 3.7%를 소유하고 있는 등 상업을 기반으로 마침내 '아메리칸 드림'을 일궈냈다.
'미주 한인이민 100주년 기념사업회' 민병용 전국사무총장은 "한인들은 특유의 근면성을 바탕으로 일궈낸 경제력으로 미국 사회에 완벽히 정착하는데 성공했을 뿐만 아니라 인구 수로도 미국내 90여 소수민족 중 5번째 큰 민족으로 자리잡았다"고 평가했다.
미 상무부 인구조사국 조사 결과 2000년 현재 미국내 한인의 평균 소득은 가구당 연간 4만2천달러에 이른다.
미국 평균 가구 소득인 4만2천500달러와 차이가 거의 나지 않는다.
대부분 식당과 식료품점 세탁소 등 소상인으로 출발한 한인들은 점차 LA 올림픽가, 뉴욕 플러싱 지역 등 미 주요 대도시 상권을 잠식하기 시작해 지금은 대부분의 대도시권에서 한인 밀집 상권을 형성하고 있다.
또 그 세력을 계속 확장해 나가고 있다.
그 대표적인 예로 90년대 초반까지 미국인들이 장악하고 있던 LA 올림픽가 한인타운 인근의 윌셔(Wilshire)가는 최근 들어 한인들이 이 일대 40여개의 고층 빌딩중 20여개를 사들이면서 신흥 한인타운으로 빠르게 모습이 바뀌어 가고 있다.
하지만 경제적으로 탄탄한 기반을 갖추긴 했지만 한인들은 아직 생계형 자영업 단계에 머물러 있는 게 현실이다.
1977년 6만5천달러이던 한인 업체 연간 평균매출액은 1997년 33만9천달러로 급증하긴 했지만 미국 전체기업의 평균 매출액 89만1천달러에는 못미치는 수준이다.
미 평균 수준에 이른 한인들의 소득 수준도 가구당 연간 소득이 5만5천달러를 넘는 중국계와 일본계 이민자들에는 여전히 밀린다.
칼스테이트 로스앤젤레스 주립대 사회학과 유의영 교수는 "한인들은 경제적으로 상당한 성과를 이루긴 했지만 다른 이민족에 비해 상대적으로 이민 역사가 짧아 아직 한계를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세계 어느 민족에도 지지 않는 이민 한인들의 열성적인 교육열은 자녀들을 판·검사 변호사 의사 교수 등 전문직 종사자로 키워내 미 주류사회로 편입시키며 미국내 한인 사회의 위상을 점점 높여가고 있다.
한인들의 학력은 49%가 대졸 이상으로 27% 수준인 미 전체 평균보다 배 가까이 높다.
한인들의 집중적인 교육 투자로 이민 2·3세대들은 전문직을 중심으로 미 주류사회 각 분야로 뻗어 나가면서 한인 사회의 경제적 위상뿐만 아니라 사회적 입지도 더욱 굳게 다지고 있다.
맨손으로 건너온 한인들은 이제 미국의 경제 사회 문화 등 다방면에서 두각을 나타내며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는 것이다.
민병익 미국엡실론시스템사 사장, 이종문 암벡스 벤처그룹 회장, 강종욱 리퀴드메탈 테크놀로지 회장 등 성공한 기업인들과 할리우드 영화계에서 활약하고 있는 도산 안창호의 맏아들 필립 안, 미국 병리학계의 권위자인 헨리 문 박사 등 수많은 한인들이 미국내 각 분야에서 이름을 떨치고 있다.
이같은 경제적·교육적 성과와 그에 따라 한층 높아진 위상으로 점점 더 많은 한인들이 고난의 기억을 떨쳐내고 미국 이민 생활에 만족하기에 이르렀다.
이달 초 이민 100주년을 기념해 LA권 한인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한 설문조사에서 80%에 가까운 한인들이 이민 생활에 만족하고 있다고 답했다.
그러나 100년에 걸쳐 완성해 낸 '아메리칸 드림'에도 불구하고 한인들은 탄탄한 경제력과 교육수준에 턱없이 못미치는 정치·사회적인 역량 등의 한계로 미 주류사회에 안착하지 못한 채 여전히 '비주류'로 변방을 맴돌고 있다는 지적을 피하지 못하고 있다.
한미연합회(KAC) 찰스 김 사무국장은 "그 동안의 이민 한인들은 가족 단위의 경제적인 안정에만 신경을 기울이는 등 지나친 경제지향성만 보였을 뿐 사회적 책임의식을 갖지 못해 자신들의 지위를 '돈 많은 이방인'으로 한정시켜 왔다"며 "이제는 경제력을 기반으로 정·관계 진출 등에 노력을 기울여 사회적·정치적인 역량을 키워내는 방법으로 미 주류사회내에 깊숙이 뿌리내려야 할 때"라고 말했다. 로스앤젤레스
댓글 많은 뉴스
李 대통령 "돈은 마귀, 절대 넘어가지마…난 치열히 관리" 예비공무원들에 조언
尹 강제구인 불발…특검 "수용실 나가기 거부, 내일 오후 재시도"
李 대통령 "韓 독재정권 억압딛고 민주주의 쟁취"…세계정치학회 개막식 연설
정동영 "북한은 우리의 '주적' 아닌 '위협'"
강선우, 임금체불로 두차례 진정…국힘 "자진 사퇴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