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소비 위축...기업 불안감 커진다

이라크전 임박, 북한 핵문제, 환율불안, 유가급등 등의 여파로 연초부터 내수시장이 급격하게 얼어붙고 있다.

업계는 하반기쯤 내수시장이 회복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지만 대내외적인 불안요인이 워낙 많아 침체가 장기화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원가절감 등 대책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가전의 경우 에어컨, TV, 냉장고 등 대부분의 제품 판매실적이 올들어 대폭 감소했다. 삼성전자의 경우 지난달 백화점, 할인점, 대리점 등 대부분의 유통점에서 매출이 떨어져 1년전보다 TV, 냉장고는 10% 이상, 에어컨은 20% 가량 판매대수가 줄었다.

LG전자는 지난달 판매실적이 전월과 비교했을때 매출액은 비슷하지만 제품 판매대수가 5% 가량 축소됐다고 밝혔다.

한국자동차공업협회에 따르면 1월 국내 자동차업체의 내수 판매대수는 12만5천610대로 전월(13만2천306대)에 비해 5.1%, 작년 1월과 비교해 2.7% 떨어졌다.

현대차가 6만655대로 전월보다 1%, 르노삼성차가 1만1천349대로 0.6% 증가한 반면 기아차는 2만7천47대로 17.1%, GM대우차는 6.3%, 쌍용차는 5.5% 감소했다.

차종별로는 중.대형차 판매가 감소한 반면 1천500cc급 준중형 승용차의 판매는 일제히 늘어나 경기침체에 따른 소비심리 위축현상을 반영했다.

현대차 아반떼XD는 1월에 9천185대가 판매돼 전월보다 7.6% 증가했으나 EF쏘나타는 1월 판매대수가 8천664대로 전월보다 4.4% 줄었다.

작년에 외환위기 이후 최대의 호황을 누렸던 건설업계는 수익성을 좌우하는 주택 분양시장이 얼어붙으면서 큰 타격을 받고 있다.

지난달 건설기업 경기실사지수(BSI)는 지난해 12월(102.2)보다 크게 하락한 77.2를 기록, 지난 2년간 가장 낮았다.

반면 인건비와 자재비용은 지난해 호황의 영향으로 크게 올라 건설업체들의 수익성 악화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 기업 불안감 커진다

미-이라크간 전쟁위기 고조에 따른 유가 및 원자재값 인상에다 정권교체에 따른 불안심리까지 겹쳐 대구 제조업 경기가 급속히 위축되고 있다.

지역 제조업체들은 속속 투자계획을 연기 혹은 축소하고 있고 여기에다 내수시장 마저 위축, 경기에 위기감마저 돌고 있다.

지역 제조업체들은 중동 전쟁 발발이 초읽기에 들어가면서 선박 운임료가 크게 오른데다 현지 바이어들의 수송 거부로 주요 해외시장인 중동지역 수출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미광섬유 서동호 대표는 "신용장까지 받고 물품 수송 준비를 끝내고도 수출을 못하는 업체가 속출하고 있다"며 "중동지역은 미국시장 다음으로 수출 물량이 많아 지역 섬유업계의 어려움이 클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제직업체인 서광무역 김병섭 관리과장은 미-이라크간 전쟁 위기감 고조로 지난해부터 중동지역의 대체 시장으로 급부상하고 있는 터키 지역 수출량도 급감하고 있다고 했다.

선박에 의한 콘테이너 발주는 한달 이상이 소요돼 전쟁 발발을 우려한 현지 바이어들이 기피하고 있지만 항공편 경우 비용 부담이 너무 커 사실상 수송이 불가능하다는 것.

브레이크 라이닝을 생산하는 동우산업 강신성 대표도 "지역 자동차부품업계 경우 중동지역 수출량이 전체의 50%를 넘고 있다"며 "전쟁이 장기화될 경우 심각한 타격이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염색업체의 경우 지난해 하반기부터 올해초까지 도시가스 요금이 세차례나 인상되면서 연료.난방비 추가 부담액이 수출 증가액을 초과하고 있는 실정이다.

대경염직 정태수 상무는 "도시가스 요금이 올 초 ㎥당 370원대로 인상돼 지난해 상반기보다 100원이상 올랐다"며 "연료.난방비 부담이 월 2천만원 늘어나 기업 채산성을 악화시키는 가장 큰 요인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자동차 부품업계도 사정은 마찬가지로 올해들어 철강류 원자재는 1t당 2천원대에서 2천150원대로 올랐고 석유화학제품 원자재도 최근 유가 인상으로 1t당 250원대에서 270원대로 상승, 20%이상 원자재 비용이 늘었다.

완성차 납품 업체인 ㄱ산업 ㅇ대표는 "자동차 소비량이 줄어들 움직임을 보이자 국내 대기업들의 원가 절감 요구마저 도를 넘어 서고 있다"며 "마지노선에 이른 납품 단가가 곧 무너질 것으로 보여 올 한 해 적자 경영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건설업계도 올 초로 계획했던 분양을 미루며 관망하는등 신규 사업을 기피하려는 움직임이 확연해 지고 있다. 한 서울 업체의 경우 당초 2월로 잡았던 아파트 신규 분양을 뒤로 미뤘으며 일부 건설업체들은 향후 몇년간은 납작 업드려 있는 것이 상책"이라며 신규 사업 전개에 회의적인 시각을 나타내고 있다.

최근 전경련이 발표한 2월의 기업경기실사지수(BSI)는 89.3으로 6개월 연속 하락, 지난 2001년 11월(85.0)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기업들이 경기악화의 골이 점점 더 깊어지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는 뜻이다.

대구지역 업계의 한 관계자는 "기업환경이 불안해져 이젠 제조업을 그만두고 싶은 심정이며 가능하면 공장을 해외로 옮길 계획"이라고 말했다.

지역 수출·공단채산성 빨간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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