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전망대-성찰과 혁신의 시대

바야흐로 분권시대가 열리고 있다.

분권은 이제 요구와 주장의 테마가 아니라, 집행과 실천의 과제가 되었다.

분권시대의 개막은 어려운 지방과 지방민에게 모처럼의 희망으로 다가오고 있다.

하지만 분권시대의 열림이 모든 지역에게 무지갯빛 기회일 수만은 없다.

자칫하다간 더 큰 도전이요, 더 심각한 위기의 서곡일 수도 있다.

노무현 대통령당선자도 분권을 약속하면서 지역마다의 경쟁력 제고를 주문했다.

지방에 대한 지원을 확대하겠지만 '선택과 집중'의 원리가 적용될 것이라고 했다.

모든 지역을 똑같이 지원하지 않겠다는 이야기다.

지방대학과 지역 언론에 대한 지원도 선별의 과정을 거치겠다고 말했다.

기준 미달의 대학이나 제 역할을 못하는 언론에까지 무조건 지원하는 일은 없을 거라는 말이다.

지역사회마다 지방정부, 그리고 시민단체와 대학과 기업과 언론이 지역사회 발전을 위해 아이디어를 모으고 경쟁력있는 발전 방안을 함께 도출하라는 주문인 것이다.

지방의 강력한 '분권' 요구를 수용하는 대신 지역사회의 '혁신'을 강도높게 주문한 것이다.

우리가 그렇게 요구해 온 분권시대지만 능력없는 지방대학과 지역 언론은 더욱 고전하게 될 것이고 혁신하지 않는 지역사회는 더욱 뒤떨어지게 될 것이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하는가. 먼저 지역사회를 책임지는 각계 지도층이 성찰과 혁신의 대열에 팔을 걷어붙이고 나서야 한다.

그래서 지역 정치와 지방정부가 변해야 한다.

군림하는 정치가 아니라 봉사하는 정치로 거듭나야 한다.

제왕적 총재에게 충성하여 공천만 받아내면 당선되는 선거가 아니라, 비전과 정책입안 능력을 갖춘 지도자가 당선되는 선거로 바뀌어야 한다.

지방정부의 행정도 더욱 개방되어야 한다.

창의적 기획 능력을 제고하고 각계의 인재들을 망라하는 네트워크를 구축해 혁신역량을 결집해 내야 한다.

주민의 참여에 기초한 민주행정, 서비스 행정으로 획기적인 혁신을 이뤄내지 않으면 안된다.

지역의 대학과 언론도 혁신되어야 하긴 마찬가지다.

지역의 대학들은 지역의 산업계와 행정계 뿐만 아니라 지역 시민사회가 필요로 하는 전문 기술과 지식을 제공할 수 있어야 하며, 유능한 인재를 길러 공급할 수 있어야 한다.

교육의 프로그램과 질을 획기적으로 제고하기 위해 뼈를 깎는 노력을 기울여야 하며 '지역의 대학'으로 더욱 밀착해 들어가야 한다.

학생 수 감소와 경영난을 이유로 교육기관으로서의 윤리를 저버리지는 않았는지, 학교이기주의와 학과이기주의에 발목잡혀 지역 발전의 걸림돌로 전락하지는 않았는지 반성해야 한다.

그리고 지역의 언론도 반성할 일이 많다.

망국적인 지역감정을 부채질하지는 않았는지, 지역민의 아픔과 고통을 외면하지는 않았는지, 중앙 언론을 아무런 비판없이 쫓아가지는 않았는지 겸허하게 성찰하지 않으면 안된다.

지방 정부의 정책을 냉정하게 검증하면서 지역사회가 올바른 비전과 방향을 정립해 나아갈 수 있도록 비판하는 수준높은 안목을 가져 왔는지 심각하게 자문해보고 자신을 채찍질해야 한다.

한마디로 지역의 각계 지도자들이 지역민의 침체된 의식과 문화를 바꿔가기 위해 몸을 던져야 한다.

화장만 고치는 식으로 적당히 넘어가려다간 더 큰 화를 자초하게 될 것이다.

'성찰과 혁신'이라는 시대정신을 정확히 읽어 또다시 분권시대의 낙오 지역으로 떨어지지 않도록 뼈를 깎는 노력을 경주해야 할 것이다.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