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28)사상 최강 공격력

지난해 미국 메이저리그의 텍사스 레인저스는 '꿈의 타선'을 짰다.

라파엘 팔메이로, 알렉스 로드리게스, 후안 곤잘레스가 이루는 클린업 트리오를 중심으로 톱타자 프랭크 카탈라노트, 보스턴 레드삭스의 중심타자였던 칼 에버렛 등이 포진한 타선은 그야말로 호화로웠다.

시즌 전 텍사스의 타선 라인업은 과거 베이브 루스, 루 게릭, 스탠 뮤지얼이 뛰던 뉴욕 양키스의 '사상 최강의 타선'에 비견될 정도였다.

그러나 투·타의 불균형이 심했던 텍사스는 막강한 공격력이 선수들의 부상 등으로 기대만큼 폭발적이?않아 소리만 요란한 수레가 되고 말았다.

86년 시즌을 마친 뒤 박영길 코치를 감독으로 승격시킨 삼성 역시 한국 프로야구 최고의 공격력을 위한 팀 컬러 만들기에 나섰다.

홈런타자 출신인 박 감독은 세밀한 야구를 하는 김영덕 감독과는 많이 달랐다.

박 감독은 전통적으로 강한 타력을 갖고 있는 삼성의 장점을 극대화, 상대적으로 약한 마운드의 단점을 덮기로 했다.

4, 5점을 주면 5, 6점을 내 이긴다는 식이었다.

번트 자세를 자주 취하던 타자들은 공을 요절낼 듯이 배트를 휘두르기 시작했다.

박 감독은 자신이 낼 수 있는 색깔을 캔버스 위에 칠해 나갔다.

의욕적인 일이었지만 그러한 선택은 어쩔 수 없는 것이기도 했다.

재일동포로 마운드의 주축이었던 김일융이 일본에 복귀하고 성준은 방위 복무에 들어갔으며 원년부터 마운드를 이끌던 황규봉은 은퇴, 코치로 돌아서게 돼 마운드가 약화됐기 때문이었다.

안팎의 불안한 시선 속에서 변신을 꾀한 삼성은 결과적으로 대성공을 거두었다.

장효조, 이만수, 김성래, 허규옥이 중심이 된 타선은 시즌 내내 화염방사기처럼 불타 올랐다.

삼성의 경기가 열리는 구장에는 습기가 바싹 말라붙은 채 인화성 강한 공기가 흘렀다.

도발적인 타선은 평온함을 유지하다가도 일순간에 강렬한 황 냄새를 일으키며 성냥처럼 불붙었다.

삼성은 이 해에 전무후무한 팀 타율 3할을 기록했다.

82년 시즌 OB가 기록한 2할8푼3리의 팀 타율 최고 기록은 강한 손아귀에서 비틀려지는 팔처럼 맥없이 나가떨어졌다.

규정 타석을 채운 선수 중 수위타자 장효조(0.387), 이만수(0.344), 김성래(0.332), 허규옥(0.326) 등 4명이 3할 이상을 기록했고 규정 타석 미달 선수 중에서도 오대석(0.326), 김동재(0.318)가 3할대 방망이를 지니고 있었다.

김성래는 홈런 22개로 1위를 차지, 18개로 2위를 차지한 이만수와 함께 팀 홈런 105개의 기록을 이끌어냈다.

삼성은 타격 부문에서만 9개의 시즌 최고기록을 세웠다.

팀 시즌 최다득점(583점), 최다안타(1천120개), 최다 타점(548점) 등이 삼성의 화려한 타선을 기록으로 나타냈으며 5월10일 경기에서 약체 청보를 상대로 프로통산 3번째 전원 안타, 전원 득점의 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이전에도 이후에도 볼 수 없었던 사상 최강의 공격력이었다.

김지석기자 jiseok@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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