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책임지고 물러나겠다'는 건가

대통령은 궁금증을 풀어주지 않았다.

각론 문제는 측근에 떠넘겼다.

임동원 특보와 박지원 비서실장은 현대의 5억달러 대북송금 사실, 국정원의 환전알선 사실, 그리고 2000년 3월초 싱가포르에서의 박지원-송호경 남북비밀접촉이란 세가지 사실만 확인해 주었다.

유감스럽게도 대통령의 대국민 담화는 궁금증만 더 부풀렸다.

목마른 사람에게 소금물을 준 것이다.

나머지 의혹은 현대측에 다 미뤄버린 셈이다.

대통령은 이번 사태에 대해 책임을 지겠다고 했다.

열흘후면 집에 가는데 어떻게 책임지겠다는 것인가. 그러고도 사법적 규명은 거부했다.

그저 '책임지고 물러나겠다'는 식이면 그야말로 국민적 Y담(談)거리다.

현대가 대북사업 독점대가로 5억달러를 줬다는 임동원 특보의 말을 믿기로 하자. 그래서 이 사태는 민간기업의 '상업적 거래'에서 불거진 파장일뿐 정상회담과는 무관하다는 설명을 받아들인다 치자. 기업의 대북사업이라면서 대북 교류협력법이란 실정법을 마구 위반해도 되는 것인가? 한 술 더떠 이것을 '통치행위'의 범주에 넣어도 되는 것인가?

의혹은 풍선처럼 부풀려져 버렸다.

산업은행 4천억원 대출외압엔 아예 침묵했다.

정상회담과 대북송금의 연관성을 강력히 시사했던 엄낙용 전 산은총재와 현대의 대북사업의 대가라는 임 특보 중 한사람은 분명히 거짓말쟁이다.

또 5억달러중 나머지 3억달러도 이게 무슨 돈인지 어떻게 북으로 갔는지 오리무중이다.

더구나 임 특보는 2억달러 송금사실도 이번에야 알았다니, 당시 국정원장 맞는가? 통치행위는 대통령이 한 건가, 측근들이 한 건가?

우리는 지난해 9월 이 의혹이 터졌을때 민주당이 '신북풍'이라고 야당에게 난리쳤던 것을 기억한다.

부끄러워하는 흉내라도 내야하는 것 아닌가? 대통령도 가고 박 실장도 가고 임 특보도 가고, 모두 가버린 마당에 만약 특검을 해서 4천억 대출의 위법성 문제로 현대와 산업은행 관계자들만 문책해야할 사태가 생긴다면 그사람들 얼마나 억울해 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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