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독자와 함께-의료사고 5년소송끝 쥐꼬리 배상

변호사 합의 권유 '답답'

지난 13일 오후 목발을 한 40대 중반 남자가 매일신문사를 찾아왔다.

그리고는 혼자서 자신의 억울한 사연을 풀어놓기 시작했다.

무엇 때문에 왔는지 물었지만 대답 대신 계속 자신의 얘기만 했다.

기자는 그가 아무것도 듣지 못한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됐다.

의료 과실로 인해 그는 귀가 완전히 먹었다고 했다.

5년이라는 긴 소송 기간 중 아내와 이혼했고, 대학생인 딸도 어디론가 떠났다고 했다.

그는 지난 1995년 6월 경부고속도로에서 트럭을 몰다가 교통사고가 났다.

이 때문에 머리·척추·장기 등을 크게 다쳐 97년 3월까지 9차례나 수술을 받았다.

당시 의료진은 수술 및 상처 부위의 감염방지를 위해 6개월간 항생제를 투약했다고 했다.

그런데 96년 2월부터 아무것도 들리지 않기 시작했다는 것. 이 사실을 말하자 의사는 항생제가 부작용을 일으켜 난청이 생겼다고 판단, 투약을 중단했다고 했다.

그는 변호사를 선임해 병원을 상대로 소송을 냈다.

수년간의 재판 끝에 법원도 그의 손을 들어줬다.

법원은 청각 이상을 유발할 수 있는 항생제를 장기간 다량 투여하면서도 부작용에 대해 설명하지 않았고 부작용을 예방하거나 줄일 수 있는 조치를 않는 등 업무상 과실이 병원 측에 있다고 판결했다.

그러나 노동능력 상실과 치료비·위자료 등을 합친 배상금액은 2천670여만원에 불과했다.

항생제 사용의 불가피성과 난청 등의 사전 진단이 쉽지 않았던 점, 부작용 발생 직후 항생제 투약을 중지한 점 등을 감안해 병원측의 배상책임을 제한했던 것이다.

그는 결과를 수용할 수 없어 항소했다.

의료전문 변호사, 시민단체 등을 찾아다니며 도움을 구했지만 "합의하는게 좋겠다"는 답변만 돌아왔다.

그는 폭발 직전이었다.

의료사고로 귀가 먹고 가정까지 깨졌지만 배상금이라고 해봤자 지금껏 들어간 치료비는 물론 소리를 되찾는 수술비도 안된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그는 다음달 7일 항소심 재판을 기다리고 있지만 변호사 없이 혼자 법정에 서야 하며, 판사가 판결을 내리더라도 알아 들을 수 없는 처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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