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오전 9시55분쯤 대구지하철 1호선 전동차 안에서 신원 불상의 한 남자가 신나가 든 플라스틱 통에 불을 붙여 전동차에 방화, 전동차가 불타고 사망·실종 100여명 발생, 140여명의 승객이 질식해 병원에 이송되고 1호선 지하철 운행이 전면 중단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또 역구내 기계실과 연기에 갇힌 전동차 안에도 승객들이 일부 고립돼 있으나 연기때문에 구조대 접근이 이뤄지지 않고 있으며, 사망자 수도 이날 오후에도 역구내에서 14구의 시신이 추가 발견돼 2시30분 현재 사망·실종 100여명으로 늘어나는 등 피해는 더 커질 것으로 우려된다.
한편, 경찰은 이날 오후 방화범으로 보이는 40대 남자를 검거 범행경위를 조사중이다.
< 사건 개요 > 목격자 전육남(64)씨는 대곡에서 안심으로 향하던 1079호 지하철 1호선 열차(기관사 최정환)가 중앙로 역에 진입하는 도중 불이 났다고 말했으며, 맨 앞칸에 탔던 홍동희(73.대명동) 할머니는 "열차가 중앙로 역에 도착한 뒤 40∼50대 남자가 5되짜리 플라스틱통을 갖고 탄 후 자리에 앉으며 라이터의 불을 켰다껐다 해 옆 승객이 말리는 순간 불을 질렀다"고 했다. 그 후 곧바로 열차 안이 아수라장으로 변했다는 것.
안지랑역에서 탔다는 김호군(68.대명9동)씨는 "지하철 맨 앞칸에 타고 열차가 중앙로역에 도착할 즈음 1m쯤 떨어진 곳에서 불길이 치솟으면서 정신을 잃었다"고 말했다. 동산병원에 입원된 정영석(43.대구 산격2동)씨는 "열차가 중앙역 부근에 다다랐을 때 전동차 안에 열기가 가득차 밖을 보니 연기와 불기둥이 보였다"며, "기관사가 전동차 문을 열자 시커먼 연기가 전동차 안으로 들어 와 기관사가 문을 다시 닫겠다고 방송했다"고 말했다.
경찰은 이런 진술로 미뤄 열차의 앞부분 객차에서 불이 난 것으로 보고 있으며, 경찰은 이 남자가 분신자살을 기도한 것으로 보고 50대 전후의 키 170cm 정도의 감색 운동복을 입고 머리가 벗겨진 남자를 찾고 있다.
그러나 목격자들의 진술이 엇갈리고 있어 열차가 정차한 후 승차한 승객이 불을 질렀는지, 아니면 이동 중인 열차에 승객이 불을 질렀는지는 불분명하다.
사건 후 다친 승객들은 곽병원 22명, 경북대병원 25명(여자 16명, 아기3명 남자 7명), 동산병원 26명, 영남대병원 20여명, 보람병원(비산동) 2명, 파티마 병원 7명 등으로 나뉘어 옮겨졌으나 낮 12시30분 현재까지도 환자가 추가로 확인되고 있다. 환자들은 대부분 혼절 상태였으며 거의가 온몸에 그을음을 뒤집어 쓰고 일부는 토하거나 의식불명 상태여서 산소호흡기 치료 받고 있다.
승객 중 가톨릭병원에 입원했던 이창용(57.신암4동)씨는 곧바로 숨졌고, 경북대병원.동산병원 등에서도 각 1명씩이 숨졌다.
사고를 당한 열차는 이날 오전 9시29분 대곡역을 출발해 안심역으로 향하던 중이었다. 열차는 정원 780명의 전체 6량 짜리였으며, 오전 9시29분 대곡역을 출발, 9시52분35초에 중앙로 역에 도착토록 돼 있었다. 더우기 이 열차에 불이 붙은 상태에서 9시56분쯤 반대편 차로의 중앙로역에 대곡 방향 열차가 도착, 피해가 더 커졌다.
< 사건 현장 > 대구 지하철에서 불이 나자 18일 오전 중앙로역 일대는 완전히 아비규환으로 변했다. 중앙로 일대는 시커멓게 피어오르는 연기와 그을음으로 뒤덮였으며 사고 소식을 접한 뒤 가족들의 생사를 확인하려는 가족들과 이를 지켜보는 시민들로 아수라장을 이뤘다.
그러나 오후 1시 가까이 되도록 중앙로역 기계실 내에 고립돼 있는 작업인부 6명 등 12명의 안전이 확인되지 않고 전동차 안에도 승객들이 일부 남아 있는 것으로 판단되고 있어 피해는 대폭 늘어날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교대역 근무 중 신호분석 작업을 지원 나갔다가 통신이 두절된 성기욱.장윤보.강화수씨 등이 이 기계실 안에 있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판단되고 있으며, 구조대는 이들의 동료인 조정환씨의 안내로 낮 12시 이후 구조에 착수했다.
지하철에 탔을 것으로 추정되는 승객 가족들은 현장에 나와 발을 동동 굴렀다. 가족들은 경북대병원과 동산병원 등을 뛰어다니다 눈물을 흘리며 현장으로 되돌아 오기도 했다. 사고 소식 직후 언론사에는 사건 경위와 환자 명단을 알 수 없겠냐는 문의전화가 쇄도했다. 사고 현장 부근의 시민들은 사고 현장이 시커먼 연기로 뒤덮여 산소 마스크를 끼고도도 앞을 보지 못할 정도로 접근하기 힘들어 구조가 늦어지자 안타까움을 감추지 못했다.
구조대원들은 방독 마스크를 쓰고 구조에 나섰으나 유독성 연기가 워낙 강해 현장 파악조차 힘들 정도라도 말했다. 사고 현장에서 발생하는 연기는 수백m 떨어진 북구지역에서도 보일 정도로 강했다.
사고를 일으킨 대곡발 1079호 전동차와 화재 발생 직후 중앙로 역에 진입한 안심발 1080호 전동차 2대는 사건 현장에 정차돼 있는 상태다. 동산병원에 입원한 박연호(25.대학생)씨는 "중앙로역 도착 전에 기관사가 경적을 울렸다"며, "기관사가 불 난 사실을 알고 있으면서 왜 열차를 진입시켰는지 모르겠다"고 원망했다.
사건 발생 후 중앙로는 차량의 출입이 전면 통제됐으며 인근 상가의 영업도 완전 중단됐다. 아카데미시네마와 중앙시네마 등 인근 극장들도 영업을 중단했고 입장해 있던 관람객들을 내보냈다.
경찰은 사고가 나자 반월당 네거리에서 대구역 네거리 사이의 교통을 완전히 차단, 대구의 1.2차 순환선 일대가 종일 정체를 겪었다. 또한 대구시내 119대 소방차와 수백명의 소방관들이 출동해 구조 활동을 벌였다.
현재까지 신원이 확인된 사망자와 부상자 명단은 다음과 같다.
< 사망자 명단 >
채상수(72.남강병원) 김상만(30.파티마병원) 장대성(34.파티마병원) 미상 (20.영대병원) 홍사진(62.여.경대병원) 이창용(57.카톨릭병원) 김형례(51.여.동산병원) 미상(40대.경대병원) 허은영(40.여.경대병원) 안선희(24.여.경대병원) 장선정(21.여.경대병원)
< 부상자 명단 >
▲한성병원
박창근(남.65) 김지성(남.11) 오은정(여.26) 문정순(여.23) 환춘호(남.20) 천주연(여.19) 김인경(여.23) 윤지영(여.21) 서영희(여.46) 조태현(남.13) 이말선(여.48) 정명자(여.40대)
▲영대병원
황병성(남.23) 안현기(남.45) 안성민(남.34) 양유연(여.23) 최은주(여.37) 김소영(여.29) 김수진(여.18) 김경현(남.13) 이광자(여.41) 박영순(여.42) 최운계(남.30)
▲파티마병원
이영희(여.32) 김을신(여.65) 임은희(여.39) 윤수자(여.36) 김종선(여.58) 박삼룡(남.68) 김의자(여.53)
▲동산병원
정영숙(여) 유양근(남) 이진영(남) 김운경(여) 정정육(남.51) 강정숙(여) 차재연(여.27) 정영섭(남.43) 임선희(여) 김준희(여) 김정미(여) 김후진(남.21) 최정환(남) 현태남(여.62) 최봉희(여)
이순자(여) 김영자(여.36) 배상득(남) 박효정(남.20) 김영조(남.30) 미상(여) 최수경(여.53) 미상(여) 미상(여) 박운호(남.25) 성지우(남)
▲경대병원
미상(남.22) 전지은(여.35) 신명순(여.54) 한귀자(여.40) 지영준(남.6) 나윤성(남.30) 최정영(여.37) 박준용(남.8) 고정태(남.25) 박예진(여.23) 조태윤(남.12) 박수경(여.43) 김윤진(여.36) 김말음(여.17) 홍석화(남.38) 보덕스님(남.44) 김말순(여.66) 황웅금(여.22) 기경희(여.26) 민경덕(남.25) 이환난(여.22)
▲곽병원
이선도(남.28) 이승진(여.20) 배성길(남.25) 박성주(남.33) 조경희(여.30) 김종신(남.53) 조금순(여.46) 이성자(여.48) 이가영(여.17) 김정미(여.36) 김순남(여.38) 조선숙(여.37) 이정우(남.33) 김호근(남.68) 박금준(남) 황근출(여.50) 홍지영(남.26) 이창호(남.27) 박선애(여.20) 미상(남.30)
▲조광병원
이영복(남.48)
▲보람병원
이동석(남.25) 구명순(여.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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