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韓流와 寒流

광대한 중국 대륙에 과거에는 생각조차 하지 못했던 새로운 문화 현상이 나타난 지 몇 년 째이며, 날로 거세지고 있는 모습이다. 한국 문화의 유행을 일컫는 '한류(韓流)'가 바로 그것으로, 음악.영화.헤어스타일에서 액세서리.음식에 이르기까지 그야말로 유행하지 않는 게 없을 정도라 한다.

그래서 그곳 사람들은 해마다 봄이면 베이징(北京)을 비롯한 중국 동북부를 강타하는 모래 폭풍만큼이나 강력한 현상이라고 말하기도 하는 모양이다. 이 열기는 우리 문화를 널리 전파할 수 있는 호기임에 틀림없다.

▲'한류'라는 낱말은 1998년 중국에서 최초로 제작된 우리 음반의 포스터를 통해 처음 등장했었다. '한국의 유행 음악'이라는 뜻에서 붙여진 표현이며, 'N.R.G' 'H.O.T' 등으로 대표되는 한국의 10대 힙합 전사들이 그 시대를 열었다. 그 이후 한류는 드라마나 음식, 상품에 이르기까지 문화 전반의 현상으로 확대됐다. 하지만 이제 냉정하게 바라볼 필요도 있을 것 같다.

▲중국 베이징에선 한류(韓流) 성형 붐이 요즘 한창이라 한다. 성형외과병원에는 겨울 방학 동안 평소보다 10배가 많은 학생들이 몰리는 등 문턱이 닳을 정도였으며, 한국식 미녀가 되고 싶은 사람들이 줄을 선다고 한다. 그 중에는 중국 여배우 궁리의 코, 대만 여배우 린칭샤의 턱을 모델로 수술해 달라는 주문도 있지만, 한국의 탤런트 김희선의 사진을 들고 오는 사람들이 가장 많고, 잡지나 성형외과 안내에 '한국 성형 관광' 광고가 앞다퉈 실리고 있다고도 한다.

▲하지만 홍콩에선 대조적으로 '한국엔 다시 가고 싶지 않다'는 바람이 만만찮은 '한류(寒流)'다. 한국에 왔던 단체 관광객들이 식중독에 걸려 돌아오는 바람에 첵랍콕 공항에선 앰뷸런스들이 두 차례나 출동하는 소동이 빚어지는 등 이번 주 들어 한류 붐에 먹칠을 하는 '관광 사고'가 잇따라 터졌기 때문이다. 삼계탕.돌솥 비빔밥 등을 먹고 고열과 구토.설사 증세를 보였다는 입소문 탓이지 지난해는 힌국을 찾은 홍콩인들이 전년보다 12.5%나 준 17만9천명에 그쳤다.

▲홍콩에서 심상찮은 바람이 일고 있다는 소식을 들으면서 '한류 열풍'이 과연 얼마나 지속될는지,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중국어권에서 계속 이 열풍을 이끌기 위해서는 언제, 어느 때 갑자기 맞닥뜨릴지 모를 이들의 '부싱(不行)'이라는 말 한 마디에 대한 대비를 해야 한다. '한류'를 진정한 우리 문화 확산의 계기로 삼기 위해서는 '보세 문화'를 뛰어넘는 것은 물론 신뢰감을 바탕으로 새롭게 다가가면서 손자의 '지피지기 백전불태(知彼知己 百戰不殆)'를 잊지 말 일이다.

이태수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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