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긴급 구난시스템 갖춰야

사망자만 120여명에 달하는 대구 지하철 방화 참사는 참으로 어이없는 사고다.

세계가 뒤숭숭한 가운데 일어난 이 사고는 이 시대의 한 단면이기도 하다.

이번 사고를 지켜보면서 우리는 두 가지 문제점을 깊이 깨달아야 한다.

첫째, 불확실성의 공포다.

개인적인 원망감을 불특정 다수를 향한 테러행위로 해소하려는 반사회적 이상 성격이나 정서파탄, 애정결핍 등이다.

'아무나 걸려라, 닥치는 대로 쏘고 불지른다'는 묻지마 총격이나 묻지마 방화사건에서 잘 드러난다.

이번 방화 용의자의 범행동기도 '신병비관'이라고 한다.

지금 이런 존재의 불확실성 때문에 사람들을 전전긍긍하게 만들고 있는 것이다.

이같은 병적 원인을 근본적으로 고칠 것인가 아니면 눈앞에 보이는 지엽적인 처방만으로 불확실성의 시대에 대처할 것인가의 선택이 남았을 뿐이다.

둘째는 지하철 시대를 대비해 평소에 유독가스 배출시설과 긴급구난 시스템을 제대로 갖추어 점검했더라면 이토록 큰 피해는 없을 것이라는 데 있다.

대구 지하철 뿐 아니다.

지하철이 운영되고 있는 모든 도시에서 언제 이같은 사고가 일어날지 모르는 일이다.

일본 도쿄 지하철역 독가스 사고 이후 우리도 다중이용 시설에 제독제를 비치하고 화생방 조직을 편성하는 등 그 대책을 강구하고 철저히 이행했어야 했다.

독가스도 아닌 기름통 하나에 이지경이 된 것이다.

그리고 문제는 화재가 발생하자 전동차의 문이 닫기고 전기가 꺼져버린 점이다.

위기를 당했을 때 희생자를 최소화할 수 있는지 지하철에 근무하는 모든 종사자들의 안전의식이 평시에 훈련되고 단련돼 있어야 함을 늦게나마 깨달아야 하겠다.

김종철(부산시 송정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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