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 무관심.소외감 탓
불특정 다수에 분노표출"
18일 발생한 대구 지하철 방화 대참사는 정신질환과 우울증을 앓고 있는 50대 장애인의 어처구니없는 범행으로 드러나고 있어 주위를 경악케 하고 있다.
방화 용의자인 김모(56.대구 내당4동.사진)씨는 자신의 몸에 불을 질러 왼쪽 종아리에 3도 화상을 입고 경북대병원 5층 중환자실에서 치료받고 있지만, 범행 동기에 대해서는 "전혀 모른다"고 부인하며 의사의 지시도 따르지 않고 있다고 관계자가 전했다.
개인택시 기사였던 김씨는 2001년 4월 뇌졸중에 걸려 병원에서 6개월간 입원 치료 받았으나 퇴원 후에도 후유증으로 오른쪽 팔다리를 제대로 못쓰는 것으로 밝혀졌다.
그때문에 같은 해 11월 중증장애 2급자(뇌경변)로 등록됐다는 것.
김씨는 그 후 심한 우울증과 정신질환을 앓아왔고, 한 달에 한 번 꼴로 가출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경찰이 김씨의 아들(28)을 조사한 결과 작년 여름엔 다리에서 떨어져 죽겠다는 김씨를 달성 다사파출소 경찰관이 발견해 가족에게 연락한 바 있으며, 가출했다가 대구의료원에 수용돼 두 번이나 가족이 되찾아 오기도 했음이 드러났다.
아들은 2주 전에도 "아버지가 자신의 병을 고치지 못한 모병원의 의사를 휘발유로 죽여버리겠다고 말한 적이 있었다"고 했다.
이런 정신적 문제때문인지 김씨는 지난 16일 집 인근 주유소에서 휘발유를 두통 구입, 그 중 한 통은 누이의 차 트렁크에 보관하고 나머지 한 통은 대문 앞에 놔 두기도 했다고 아들은 진술했다.
이웃들도 뇌졸중으로 쓰러진 뒤 김씨는 하루종일 집에서 혼자 지내면서 스스로 목숨을 끊으려 하는 등 극심한 우울증에 시달렸던 것으로 기억했다.
이웃 이모씨는 "15년 전부터 같은 동네에 살아 김씨는 이웃들과 친분이 많았으나 몸이 아프고 난 후엔 집 옥상에서 죽겠다고 뛰어 내리려는 것을 말린 적도 있다"고 했다.
김모씨는 "김씨가 중풍을 앓고부터 방안에서 외롭게 우는 모습을 자주 봤다.
우울증을 앓고 있었던 것 같다"고 했고, 또 다른 이웃 김모씨는 "김씨가 목숨을 끊겠다며 두류공원에서 술을 마셨다는 얘기를 들은 적도 있다"고 전했다.
그러나 이웃들은 "김씨가 장애를 앓기 전까지만 해도 법 없이도 살 사람이었다"며 "그런 짓을 할 줄은 상상도 못했다"고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이런 정황을 종합할 때 정신과 전문의들은 사회적 무관심에 시달리던 김씨가 불특정 다수에게 분노를 표출하려 했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풀이했다.
서울 '마인드 심포니 의원' 박형배(44) 정신과 전문의는 "소외감과 인간적인 처우를 받지 못하는데 대한 분노를 사회에 알리고 자신이 받은 상처를 다수에게 돌려주고 싶어하는 심리에서 범행이 비롯됐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또 "방화범의 경우 우발적으로 분노가 폭발하기보다는 적대감을 크게 표출하기 위해 계획적으로 일을 저지르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최병고기자 cbg@imaeil.com
이상준기자 all4you@imaeil.com
댓글 많은 뉴스
李 대통령 "돈은 마귀, 절대 넘어가지마…난 치열히 관리" 예비공무원들에 조언
尹 강제구인 불발…특검 "수용실 나가기 거부, 내일 오후 재시도"
李 대통령 "韓 독재정권 억압딛고 민주주의 쟁취"…세계정치학회 개막식 연설
정동영 "북한은 우리의 '주적' 아닌 '위협'"
강선우, 임금체불로 두차례 진정…국힘 "자진 사퇴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