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수시모집'확대

우리는 농업사회나 공업사회와 사회 구조가 근본적으로 다른 지식기반 사회에 살아가고 있다.

이 새로운 사회는 과거보다 더욱 다양한 능력과 적성을 갖춘 인재들을 요구한다.

미국·영국·일본 등 앞서가는 나라들이 최근 10여년 동안 그 어느 때보다 교육 개혁에 힘을 기울여 교육의 기본 틀을 다양화와 자율화로 바꿔나가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그런데 우리의 현실은 어떤가. 공교육이 무너지고 있다는 지적이 몇 년 전부터 제기돼 왔음에도 불구하고 이렇다할 길을 트지 못한 채 학부모-교사-학생 사이의 불신의 골만 깊어지고 있다.

▲학교에 다니는 대다수의 학생들은 스스로 교실 수업이 충실히 이루어지지 않는다고 생각하고 있다.

공부를 잘 하는 학생도, 못하는 학생도 학교에 가서는 잠을 자고, 진짜(?) 공부는 학원에 가서 하는 분위기다.

아예 다른 나라로 떠나는 학생들도 적지 않다.

학교가 학생들의 능력·적성·장래 희망과는 무관하게 획일적인 교육을 하면서 뒷걸음질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어제 발표된 2004학년도 대입 전형 계획에 따르면 수시 모집이 38.8%(10명 중 4명 꼴)로 전년도의 31.0%보다 3만5천127명이 늘어난 15만3천459명(1학기 88개 대학 1만9천676명, 2학기 178개 대학 13만3천783명)에 이른다.

이렇게 되면 전형 방법의 다양화로 점수에 의한 줄 세우기와 대학 서열화, 사교육비 등을 다소 줄이는 효과를 가져올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학기 중 대학에 합격한 학생들이 적성에 맞는 공부와 취미 활동을 할 수 있는 길도 넓어지게 된다.

▲그러나 수시 모집 확대에 따른 부작용들을 간과할 수 없다.

우선 학기 중에 일찍이 대학에 합격한 학생들이 많아지면 이들을 정시 모집 때까지 공부해야 하는 학생들과 구분해서 지도해야 하는 등 고3 교실의 혼란이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게다가 이에 필요한 추천서 작성 등 교사들의 입시 관련 업무가 늘어나 결국 학생들이 수업에 지장을 받게 될 것도 뻔한 일이다.

대학들도 우수한 학생을 미리 뽑아만 놓았을 뿐 아무런 지도 프로그램도 갖추지 못하고 있다.

▲수시 모집은 정시 모집이 단순히 학력 우수자만 뽑는데 그치는 문제점을 보완하기 위한 일종의 '제한 경쟁' 제도다.

선진국 대학들의 신입생 선발 방식을 연상케 할만한 '신선한 시도'라는 생각도 든다.

하지만 그 합격자들이 '허공에 뜬 세월'을 보내는가 하면, 다른 학생들의 수업에 지장을 주는 점은 큰 문제다.

그렇지 않아도 학력이 모자란다는 요즘 학생들이 고2까지만 공부하고 대학 과정을 충실히 이수할 수 있을는지도 의문이다.

공교육의 해체나 위기는 폭넓은 공감대 속에서 시급히 해결해야 할 과제가 아닐 수 없다.

이태수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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