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대구 지하철 방화사건에 따른 참사를 되돌아보면서 그 발생 경위를 밝히고, 대형 참사를 불러온 원인을 다각도로 분석하여 책임소재를 분명히 하고 미흡했던 부분은 철저히 보완하여 다시는 이러한 재난이 발생하지 않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해야 할 것이다.
보다 상세한 경위가 하나 둘 밝혀지면서 여러 가지 아쉬움이 더욱 더 커짐을 보게 된다.
신체 장애인으로 우울증 환자임이 밝혀진 방화범에 대해서 평소에 그 주변에서 좀 더 사려 깊은 보살핌이 있었다면 하는 아쉬움도 크다.
여러 사회복지 단체에서의 배려와 관심이 그와 같은 처지에 있는 사람들에게 보다 많이 미칠 수 있었더라면 이러한 어처구니없는 범행을 애초부터 막을 수 있지 않았겠는가 하는 생각도 해본다.
한편으로는 전동차에서 그 방화범이 라이터로 불을 붙이는 순간에 같이 동승했던 승객 중에서 한명이라도 전동차 내 소화기의 위치와 그 사용방법을 알고 있었더라면 하나의 작은 에피소드로 끝날 수 있었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또한 크게 남는다.
평소에 우리 모두 좀 더 안전에 대한 관심과 불의의 사고에 대한 대처 능력을 키워 왔었더라면 하는 아쉬움 말이다.
그러나 마주 달려 온 전동차에 불이 옮겨 붙으면서 더 많은 희생자가 나왔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그 전동차의 기관사가 이러한 돌발사태에 대비해서 보다 철저히 훈련되고 임무 수행에 만전을 기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더욱 커진다.
따라서 당시 기관사에 대한 철저한 심문과 과실 여부를 가리고자 하는 수사 당국의 노력은 일면 당연하게 여겨지기도 한다.
그러나 이번 대구 지하철 참사를 둘러싸고 밝혀진 사건의 진행과정과 여러 가지의 요인에 대한 보도를 접하면서 무엇보다도 가장 아쉽게 느껴지는 것은 전동차에 사용된 내장 재료를 가격은 다소 비싸기는 해도 불연성과 난연성이 매우 좋은 페놀계 수지를 사용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다.
그랬더라면 그렇게 삽시간에 온 전동차에 불이 번져 온통 유독 가스에 휩싸이게 되고 특히 마주 도착한 전동차에 삽시간에 불이 옮겨 붙어 불과 4분 여만에 온 전동차가 화염에 휩싸이는 사태는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기 때문이다.
전동차의 바닥, 의자, 천장 등의 내장재로 쓰인 것으로 밝혀진 폴리에스터, 폴리 에틸렌, 폴리염화비닐(PVC), 폴리스틸렌 등 플라스틱 재료는 가공성이 우수하고 가볍고 값이 싸기 때문에 건축재, 내장재뿐만 아니라 온갖 생활용품 및 공업용재료로 널리 활용되고 있으나 불에 약하고 쉽게 연소될 뿐 만 아니라 연소 시에 많은 양의 유독 가스를 내뿜는 결정적인 단점을 갖고 있다.
따라서 높은 온도에 노출되거나 화재 위험이 있는 경우, 또는 화재시 큰 인명피해가 예상되는 고층건물이나 극장, 호텔, 지하철 등에는 철저하게 그 사용을 피하는 것이 통념으로 되어 있다.
페놀계 수지는 이러한 단점을 보완하여 개발된 난연성 플라스틱으로 보도에 의하면 국내에서 제작되어 홍콩이나 유럽 등지로 수출되는 전동차는 모두 내장재로써 이 페놀계 수지가 사용되었다고 한다.
당연한 일이었는데 같은 회사가 제작하여 국내에서 운행되는 전동차에는 어떠한 연유로 이 재료가 채택되지 않았는지 도무지 알 수 없는 일이다.
인간의 오감(五感)은 그 감지능력이 극히 제한적이고 불완전하여 이를 방편으로 삼아 매우 빠르고 복잡하게 움직이는 현대 생활을 안전하고 편안하게 영위하기는 불가능하다.
그러나 극히 제한적인 우리의 감지능력과 판단능력, 그리고 이를 바탕으로 한 극히 불완전한 대처능력에도 불구하고 갈수록 보다 편리하고 안락하게 현대의 복잡한 삶을 영위할 수 있는 것은 우리의 과학기술이 빚어낸 수많은 고도의 기능을 갖고 있는 신소재(新素材) 덕분이다.
유럽, 미국, 일본 홍콩 등의 지하철에서 달리고 있는 모든 전동차의 내장재에 쓰이는 페놀계 플라스틱을 왜 우리의 전동차에는 사용하지 않았는지 그저 아쉽고 답답할 따름이다.
백성기 포항공대교수 포항가속기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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