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대구지하철 참사-도마 오른 소방본부 구조 작전

대구지하철 방화 참사 때 불을 끄고 인명을 구조하는 일을 맡았던 대구소방본부가 지하철 출입구 진입에만 매달리다 시기를 놓쳤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지하층 화재 때는 출입통로가 유독가스 및 열기 배출구 역할을 하게 됨으로써 구조대 지하 진입이 불가능한데도 다른 방법을 찾지 않았다는 것이다.

당시 목격자 및 소방본부 화재진압대 관계자들의 증언에 따르면 사건 당일 진압대는 화재 발생 후 3시간 반 가량이 지난 오후 1시30분이 돼서야(소방본부 설명) 지하 3층에 진입한 것으로 나타났다.

진압대는 화재가 발생한 오전 9시53분대보다 8, 9분 늦은 오전 10시1, 2분대에 현장에 도착하기 시작했으나 지하 1, 2층 구조조차 상당시간 늦어졌다는 것. 반면 지하3층에서는 오전 10시10분쯤까지도 피해자들이 살아 있어 구조가 가능했던 것으로 기관사 교신 내용 등을 통해 드러났다.

이때 진압대는 4개의 지하 출입통로를 통한 진입에만 집착했으나, 출입구로부터는 그때 이미 강한 열기와 유독가스를 동반한 연기가 지상 수십m 높이로 치솟아 오를 정도여서 진입이 사실상 불가능했다는 것이다.

반면 전문가들은 당시 소방대원들이 인접 반월당역이나 대구역의 출입구로 진입해 지하철 터널을 이용해 현장에 접근했더라면 훨씬 많은 인명을 구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안타까워 했다.

반월당역에서 중앙로역까지는 700m에 불과해 10분 가량 걸으면 도착할 수 있고, 대구역에서도 900m밖에 떨어지지 않아 비슷한 상황이었다는 것이다.

소방대원들이 지하철역 출입구 진입에 매달리고 있던 반면 지하철공사 직원 이모(31)씨는 대구역 출입구를 통해 현장에 접근, 10여명을 구조해 냈다.

이씨도 중앙로역에 근무하는 동료를 구하기 위해 현장에 갔으나 연기로 출입구를 통한 접근이 불가능하자 대구역으로 이동, 중앙로역 플랫폼에 쓰러져 있던 동료 강모씨와 승객 등을 구해냈다는 것.

사고 현장을 답사했던 국립 방재연구소 백민호 연구관은 "중앙로역 출입구는 열기와 연기가 빠져 나오는 굴뚝 역할을 했는데도 소방관들은 그쪽 진입에 매달렸다"며, "특히 대구 지하철에서는 인접 역과의 거리가 짧은 만큼 대구역이나 반월당역을 통해 신속히 진입했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이 때문에 이번 사고로 지하철공사 직원이던 오빠(34)를 잃은 여동생(30)은 "오빠의 시신은 지하 2층에 있었는데도 오후 1시30분쯤에야 소방대원들에 의해 발견됐다"며, "다른 역 진출입구로 접근했더라면 살릴 수도 있지 않았겠느냐"고 원망했다.

이에 대해 대구소방본부 관계자는 "사고 초기엔 그렇지 못했으나 얼마 후 다른 두 역을 통한 진압인력 투입을 시도했지만 구조는 몰라도 진화는 소방 호스 길이의 한계 때문에 성과가 없었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화재 때 연기를 배출시키는 배연차 가동 적절성도 논란을 부르고 있다.

대구소방본부는 배연차를 3대 갖고 있지만 사고 당일 2대밖에 투입하지 못한 데다 초기엔 사용치 못했다는 것. 소방본부 관계자는 "배연차 튜브가 30m 밖에 안돼 지하 유독가스 배출에는 역부족이었고 잘못 쓸 경우 불을 더 키울 우려도 있었다"고 말했다.

전창훈기자 apolonj@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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