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다시 꽃같은 생명들이 세상을 떠났다.
그렇게 뜻하지 않은 사고로 많은 죽음이 생길 때마다 우리는 번번이 되뇌었다.
"다시는 이런 사고가 생기지 않게 해 주소서". 그러나 대형참사의 악령은 자꾸만 되풀이되고 있다.
대구지하철참사가 안타까운 것은 막을 수 있었던 사고, 줄일 수 있었던 죽음을 또다시 거듭했기 때문이다.
특히 사고가 생겼을 때 스스로 대처할 수 있는 능력을 길러주는 사회적인 안전교육 시스템이 갖춰지지 못해 피할 수 있었던 죽음이 많이 생겨난 것은 더욱 가슴을 저미게 만든다.
교사들은 이번 사고를 계기로 학교에서의 안전교육을 의무화하고 내실 있게 운영해 어려서부터 안전의식과 사고대처능력을 높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학교 안전교육 실태=유아, 초.중학생들이 목숨을 잃거나 심각한 상처를 입는 사고의 대부분은 교통사고다.
때문에 학교 안전교육은 거의 교통안전에 집중돼 있다.
화재나 자연재해, 가스.전기 등에 대한 안전교육이나 대피, 구급 등의 교육을 학교에서 받기란 쉽지 않다.
그나마 이뤄지는 교육도 비디오를 보거나 교사, 학교장의 훈화를 듣는 앉은뱅이식이다.
안전에 대한 경각심을 갖기는커녕 '안전교육은 지루하고 재미없는 것이다'라는 편견만 쌓아주기 십상인 것.
소비자보호원 생활안전팀이 초등학생 5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비디오 테이프나 슬라이드 등 시청각 교재를 활용한 교육'이 59.7%, '선생님의 설명 위주 교육'이 39.9%로 대부분을 차지했다.
교통안전공원이나 소방서 등에 직접 가서 체험학습한 비율은 5.9%에 불과했다.
일부 초등학교에 형식적으로 만들어진 소규모 교통안전 실습장은 모래더미와 먼지에 덮여 있고 사고사례 패널 등 교보재 역시 창고에 뒹굴고 있다.
교사들은 업무 과중으로 전문적인 안전교육을 받을 엄두를 내기 힘들며 이에 대한 교육청 차원의 연수도 미진한 실정이다.
우리 국민의 안전의식이 높지 못한 데는 고도성장을 추구하는 정부의 경제논리 탓이 크지만 이처럼 어려서부터 안전의 중요성을 강조해주지 못하고 있는 학교교육에서 비롯된 부분도 결코 적지 않다.
전문가들은 학교의 안전교육 계획 수립 의무화, 안전교육 담당 교사 지정.배치 및 연수, 안전교육 지도서 개발, 교육대학 커리큘럼화 등 다양한 해결방안을 제시하고 있다.
▨외국의 안전교육은=우리와 비교하면 천양지차다.
안전생활실천시민연합 자료에 따르면 일본의 경우 학교 교육체계에 따라 조직적으로 이뤄진다.
안전교육은 관련 교과의 학습지도를 통해 이뤄지는 안전학습과 도덕이나 특별활동 등을 통해 실시하는 안전지도로 구성된다.
일본 문부성은 학교 안전교육 내실화를 위한 지침을 마련해 지도하는 한편 교재보급, 교사 연수회, 학교안전연구협의회 등을 통해 활성화를 꾀하고 있다.
영국에서는 취학전 어린이 교통사고예방을 위한 터프티 클럽이 눈에 띈다.
3~7세까지의 어린이를 가입대상으로 하며 영국 전체에 2만여개의 지부가 결성돼 있을 정도로 안전교육의 선도적 역할을 하고 있다.
이 클럽은 어머니와 함께 교통안전교육을 실시하며 안전지식만 배우는 게 아니라 습관화하고 행동화하는데 목표를 두고 있다.
미국은 1920년부터 학교 안전교육의 역사가 시작됐다.
오하이오, 앨라배마 등의 주에서 안전교육을 의무화하는 법률을 통과시켰으며 1938년부터는 47개 주에서 안전교육을 실시했다.
전문가들이 각종 시민단체, 학교, 지역위원회 등을 찾아가서 강연하는 학부모 대상 프로그램도 활성화돼 있다.
▨가정에서도 함께 해야=학교의 안전교육이 취약한데 가정이라고 제대로 될 리 없다.
그러나 학교의 변화만 기대할 일은 아니다.
고층 아파트, 전기와 가스로 뒤엉킨 가정은 어찌보면 바깥보다 사고 위험이 더 크다.
어린이와 함께 부모 역시 평소 생각과 행동 양식에 안전의식이 습관화돼야 한다.
자녀에게 안전을 강요하면서 막상 부모가 잘 지키지 않고 내용을 모른다면 안전의식이 생길 리 없다.
교사들은 어린이에게 흥미를 갖게 할 것, 스스로 생각하고 판단하게 할 것, 칭찬을 통해 반복학습을 할 것 등을 가정 안전교육의 방법으로 제시하고 있다.
▨인터넷으로 배워보자=인터넷을 검색해보면 우리 주위에 얼마나 많은 위험요소가 있고 평소에 얼마나 주의해야 하는지 실감할 수 있을 것이다.
각종 사고 때의 위험한 부분과 대피 요령 등도 쉽게 알 수 있다.
대표적인 사이트로 1999년 경기도 화성군 씨랜드 청소년 수련원 화재로 자녀를 잃은 부모들이 설립한 어린이안전재단 홈페이지(www.childsafe.or.kr), 적십자간호대학에서 운영하는 꼬마안전짱(ccoma.redcross.ac.kr), 안전생활실천시민연합 부설 어린이 교통안전 연구소가 운영하는 어린이안전학교(www.go119.org) 등이 있다.
소비자보호원(www.cpb.or.kr) 안전넷에 가면 다양한 유형의 위험요소와 사고방지법, 사고대처요령 등을 찾아볼 수 있다.
김재경기자 kjk@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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