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단숨에 과거영예 회복 버려야

대구FC의 창단 감독을 맡은 박종환(65) 감독은 강인한 인상만큼이나 카리스마가 넘치는 사령탑으로 축구팬들에게 각인돼 있다.

그런데 '승부사' 박 감독이 나이 탓인지, 10여년간의 현장(남자축구 감독) 공백 때문인지 최근 흔들리는 모습을 자주 보이고 있다.

"선수가 부족해 K-리그 참가를 포기하겠다.

구단 재정이 너무 열악하다.

구단에서는 프로축구연맹에서 하는 회의에 가지 마라".

박 감독이 내뱉었다고 믿고 싶지 않은 나약한 말들이다.

게다가 구단에 고용된 감독이 하기에는 도가 한참 지나치는 위험한 내용이다.

대구FC 부임 초기 "여러 곳에서 창단 감독을 맡았지만 잔디 구장이 있는 곳은 이번이 처음이다.

11명만 있어도 출전하겠다"고 했던 당당한 모습과도 거리가 멀다.

물론 박 감독의 하소연은 맞는 말이고 연맹을 압박해 도움을 받으려는 복안일 수도 있다.

하지만 지금 축구계의 분위기는 박 감독이 역량을 발휘했던 80년대~90년대 중반과는 많이 다르다.

울면 젖 준다는 얘기는 옛말이 됐다.

기존 구단들은 하나같이 태생이 다른 시민구단의 출현을 반가워하지 않고 있다.

기를 쓰고 달라붙어도 살아나기가 쉽지 않아 보인다.

따라서 박 감독의 처신도 이제 달라져야 한다.

먼저 대구FC의 구단주가 대구시민이라는 사실을 직시해야 한다.

K-리그에 참가하는 문제는 구단이 결정해야 할 일이다.

"대구FC의 구단주가 누구(?)냐"는 말이 더 이상 나오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다.

선수 부족 문제도 구단이 돈이 없기 때문만은 아니다.

자신이 뽑은 스카우트와의 불화로 선수 영입이 원활하지 못했던 점은 누구의 책임인가.

또 박 감독은 자신의 화려했던 명성을 대구FC를 통해 되찾으려는 욕심을 버려야 한다.

대구시민들은 이기는 팀을 원하지만 반드시 우승하는 팀을 강요하지 않는다.

프로야구 대구 삼성은 20년동안 무관으로 있었고 프로농구 대구 동양은 32연패의 수렁에 빠지기도 했지만 대구시민들은 이들을 외면하지 않았다.

오히려 더 적극적인 성원으로 이들이 정상에 설 수 있도록 했다.

대구FC는 최초의 시민구단으로 창단에 많은 고난이 뒤따를 것으로 예상하고 경륜있는 박 감독을 선택했다.

더 이상 "말년의 선택이 잘못됐다.

짐을 싸겠다"는 말을 듣지 않게 되기를 바란다.

김교성기자 kgs@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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