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포항KYC 우리함께 어깨동무 프로 운영

'정상 아이들은 유·소년기를 지나 청년기에 접어들면서 활동할 수 있는 범위가 점점 넓어지며 사람들과의 만남의 기회가 많아지지만 장애 청소년들은 그와 반대로 성장하면서 사람들과의 만남의 기회가 점점 줄어듭니다.

장애아를 키우는 부모로서 세상을 등지고 집안이라는 작은 테두리 안에서 갇힌 삶을 살아가는 안타까운 현실에 잠 못 이룰 때가 많았습니다.

그런데 어깨동무 활동은 우리 아이들에게 새로운 희망과 용기를 주었고 어깨동무에서 내밀어 준 손길이 아직 세상은 따뜻하고 정이 남아 있음을 느끼게 해 주었습니다.

6개월 동안 우리 아이들은 봉사자들과의 만남을 손꼽아 기다렸고 봉사자와 함께 하는 시간을 무척 좋아했으며 부모 형제가 다 채워주지 못한 것들을 봉사자들이 대신 채워 주었습니다'.

이 편지는 장애인과 비장애인을 이어주는 포항KYC(한국청년연합회)의 '우리함께 어깨동무'라는 프로그램에 참가했던 장애학생의 어머니가 보내온 감사의 글이다.

지난 2000년부터 실시해오고 있는 포항KYC의 어깨동무 프로그램은 20, 30대 청년들이 장애청소년과 자원봉사자로 결연을 맺어 장애청소년들을 애정으로 지도하는 프로그램이다.

송은경(30) 실장은 "어깨동무는 장애청소년과 자원봉사자가 만나 영화와 콘서트, 미술관, 박물관 같은 곳을 관람하거나 장애청소년에게 부족한 운동을 도와주며 고민이나 진로를 상담해 주는 상담가로, 심리적 안정감을 줄 수 있는 친구로 활동하는 자원봉사 프로그램"이라고 소개했다.

자원봉사자들은 대학생과 주부, 교사, 간호사로 다양한 직업에 종사하는 20, 30대 젊은이들이 대부분이다.

이들이 파트너로 도와주고 있는 장애청소년들은 자폐, 정신지체 등의 증세를 갖고 있는 초교 4년~고교 3년까지의 학생들이다.

지금까지 이 프로그램을 통해 36쌍이 결연을 맺어 가족과 친구처럼 지내고 있으며 6월부터 다시 15쌍의 장애청소년과 비장애인이 결연을 맺을 예정이다.

결연이 되면 2주간 관련 교육을 받은 후 6개월동안 자원봉사자가 수시로 시간을 내 장애청소년을 만나 함께 공부하고 뒹굴며 장애청소년들과 한몸이 된다.

1회부터 봉사활동하고 있는 이정기(37·여·포항시 해도동)씨는 "처음엔 잘할 수 있을지 고민도 많이 했는데 아이들이 잘 따라줘 어려움이 없었다"고 말했다.

2회째부터 참여한 정희수(31·포항시 창포동)씨도 "우리 사회현실상 장애우 가족들은 장애를 가진 구성원이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무거운 짐을 지고 가야하는 안타까운 현실"이라면서 "장애우 가족들을 대신해 자원봉사자들이 직접 경험하면서 사회는 장애자와 비장애자가 함께 이뤄나간다는 것을 깨닫게 되는 계기가 됐다"고 의미를 평가했다.

자원봉사자와 6개월동안 가족처럼, 친구처럼 지내며 많은 도움을 받았던 장애청소년 권효은(여·중3)양은 "봉사자 언니, 오빠들이 동생처럼 대해줘 참 편했다"며 "덕분에 영화관람과 시내쇼핑을 하는 등 평소에 접해보기 어려웠던 일을 많이 해 좋은 경험이었다"고 만족해 했다.

이처럼 자원봉사자와 장애청소년들이 하나가 돼 의미있는 시간을 갖고 서로의 처지를 이해하고 사회를 균형감있게 볼 수 있는 시각을 가지는 등의 긍정적인 측면도 많지만 자원봉사자를 모집하는 일이 쉽지 않은 것이 포항KYC의 가장 큰 고민이다.

송 실장은 "손길을 필요로하는 장애청소년은 많은데 반해 자원봉사자 모집이 쉽지 않아 현재는 대부분의 자원봉사자가 150여명의 KYC 회원들이 맡고 있다"고 어려움을 밝혔다.

자원봉사일도 결코 만만치가 않기 때문이다.

우선 개인시간을 할애해야 하는데다 몸을 제대로 가누지 못해 입에서 흐르는 침조차 닦지 못하는 장애청소년의 수족이 되어 주어야 하기 때문에 여간 힘든 것이 아니다.

그러나 힘든 만큼 보람도 크기 때문에 6개월을 함께 보낸 후 열리는 조촐한 졸업식장은 온통 눈물바다가 된다.

봉사자들은 '더 잘 할 수 있었는데…'라는 아쉬움을, 장애청소년들은 '좀 더 기간이 길었으면…'하는 애틋함이 교차한다.

봉사자 김연임(31·여·포항시 우현동)씨는 "최선을 다한다고 했지만 아쉬움이 남는 건 어쩔 수 없었다"며 "아쉬웠던 부분을 더 채우기 위해서라도 다시 봉사를 신청하곤 한다"고 말했다.

장애청소년 김태곤(고3)군은 "헤어질 시간이 다가오면 누나, 형들을 너무 힘들게 하지는 않았는지, 혹시 마음 상하게 한적은 없었는지 되돌아보게 된다"며 "누나, 형들이 없었다면 다양한 사회경험을 해보기 어려웠을 것"이라며 고마움을 표시했다.

포항·이상원기자 seagull@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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