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토가 낳았던 조선조 중기의 학자 퇴계 이황(退溪 李滉)은 일찍 나라의 힘을 키우는 방법론을 제시한 바 있다.
전국에 신작로를 동서로 다섯 개, 남북으로 세 개를 만들고, 집집마다 소를 두 마리씩 기르자고 조정에 건의했다 한다.
하지만 큰길을 내면 오랑캐들이 쳐들어오기 쉽다는 이유로 모든 대신들이 반대했다.
소극적이고 패배주의적인 발상에 부닥쳤던 셈이다.
이 문제를 두고 이건희(李健熙) 삼성그룹 회장이 한탄한 적이 있다.
경제가 크게 발달할 수 있는 그 실용적인 자본주의 원리가 받아들여졌더라면 우리 역사가 크게 달라졌을 거라는 논리였다.
▲우리의 선비정신은 사회 지도자로서의 직분을 제대로 하며 국민과 함께 역사에 대해 책임을 지려는 희생정신도 지니고 있었다고 봐야 한다.
요즘 회자되는 '노블레스 오블리제'와 같은 맥락에 놓이는 정신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그 정신이 사라진 자리에 소인정신과 배금주의·보신주의가 깊이 들어와 있는 게 우리의 현실이 아닐는지…. 국가의 진보와 퇴보가 사회 지도층의 정신력, 변화를 추구하는 남다른 정신에 있을 게다.
▲'마(魔)의 1만 달러 넘기' '나라 위한 천재 키우기'. 10년 전 "마누라와 자식만 빼고 다 바꾸어라"며 '양에서 질로의 변화'를 외쳤던 이건희 회장이 '신경영 10주년'을 맞으면서 내세운 새 화두다.
그는 지금 우리 경제는 선진국들이 이미 겪었던 그 마(魔)의 불경기에 처해 있다고 진단, 노사 문제나 집단 이익을 위한 사회 혼란이 급감할 수 있는 2만 달러 시대에 돌입하려면 온 국민이 함께 노력할 때라고 주장했다.
▲'삼성'은 10년 전부터 앞서가는 경영을 펼쳐왔던 것으로 알려진다.
외형을 중시하는 우리 경제계의 당시 풍토에서 품질과 기능을 중시하는 변화의 추구가 바로 그것이었다.
그 덕분에 외환 위기를 극복했고, 새로운 도약의 기회로도 삼을 수 있었을 게다.
사실 '삼성'은 1993년 이후 매출액을 연간 141조원으로 3.4배, 세전 이익은 14조원으로 무려 28배나 늘렸다.
수출액도 전체 국가 수출의 20%를 차지하는 312억 달러를, 상장사 주가총액의 27%를 기록하기도 했다.
▲많은 사람들이 '국제화'를 내세우지만 그 준비를 하는 사람은 과연 얼마나 될까. 요즘 나라가 흔들리는 것도 '아마추어리즘'때문이라는 비판의 소리도 없지 않다.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정치·경제적 환경은 비전을 가진 변화를 요구하고 있지만 불감증과 복지부동의 타성에 젖어 있는 건 아닐는지. '삼성'은 2010년 비전을 '세계에서 가장 존경받는 기업'으로 정하고, 올해 석·박사 1천명을 채용할 예정이라 한다.
퇴계가 이 시대에 살아 있다면 어떤 주장을 폈을까. '천재 경영'이라는 화두를 깊이 새겨볼 일이다.
이태수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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