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매일춘추-나를 안다는 것

생면부지의 사람을 만났다.

그런데 그 사람의 성격을 알고 싶다.

그것도 빠른 시간에. 어떻게 하면 좋을까. 뻔하다고? 그렇다.

술 한잔 같이 마셔보면 대충 알 수 있고, 금방 친해질 수도 있다.

그러나 술자리가 상대방을 쉽게 알 수 있는 방편은 아닌 듯싶다.

왜냐하면 취중진담도 있지만, 자신을 위장하기 좋은 것 역시 술자리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혹시 피차 바둑을 둘 줄 안다면 바둑판을 펼쳐보는 것도 꽤 괜찮은 방법이다.

바둑은 아시다시피 그 사람의 성격을 거의 그대로 드러낸다.

적당히 거리를 두고 집짓기를 하는 사람, 남의 집을 파고드는 사람, 잔수에 강한 사람, 대마잡기에 혈안이 되어 있는 사람 등등 별의별 사람들이 다 있기 마련이다.

게다가 처음엔 잘 두다가 뒷심이 딸리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어설프게 두는 것 같으면서도 나중에 힘을 발휘하는 사람도 있다.

어디 그뿐인가. 지금의 컨디션이나 기분까지도 파악할 수 있는 게 바로 바둑이다.

그런데 사실 바둑은 자기 자신을 잘 알 수 있는 방편이다.

바둑 한 판을 두고 만일 졌다면 패배원인은 바로 고질적인 자기 자신의 단점 때문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대마를 잡았다고 방심했거나 작은 집에 집착하다가 큰 집을 잃었든가 등등 바둑이야말로 인간의 내면을 들여다 볼 수 있는 중요한 척도 중의 하나다.

바둑을 왜 예부터 신선놀음이라 했는지 알 수 있지 않을까.

자기 자신을 아는 것처럼 어려운 일도 없다.

가끔 후배들을 보면 자신의 역량은 생각지도 않고 배역에만 욕심을 부리는 친구들이 더러 있다.

물론 불가에서 말하는 대욕심은 좋다 치더라도 중요한 것은 '너 자신을 알라'이다.

특히 연극배우는 자신의 성격 파악하는 일 자체가 기초적인 공부이다.

그러나 연극만 그럴까. 인생이라는 무대에서 나의 성격은 어떤지, 나의 현재 위치는 어디인지, 더 나아가 나는 누구인지 성찰하는 일이야말로 내 삶의 주인공이 되는 지름길이다.

얼마나 힘든가. 내가 나를 안다는 것이.... 그러나 우리는 늘 이 화두를 부여잡고 씨름해야 한다.

언제까지? 알 때까지.

최종원 한국연극협회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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