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과 고이즈미 준이치로 일본 총리간의 한일정상회담의 큰 틀은 '미래지향적인 신한일시대의 개막'과 북핵문제의 평화적이고 외교적인 해결원칙에 대한 양국간 공동인식이다.
그래서 양국정상이 발표한 공동성명문의 제목도 '평화번영의 동북아시대를 위한 한일 협력기반구축'이었다.
노 대통령이 '과거사에 얽매여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는 일이 있어서는 안된다'는 기본인식때문에 유사법제 처리에 대해서는 주변국의 우려를 표명하는 선에서 물렀다는 점에서 지나치게 소극적인 대응아니냐는 지적이 일고 있다.
과거사문제와 유사법제문제는 공동성명에서 채택되지 않았다. 이같은 갈등기류때문에 양국 외교라인은 정상회담직전까지 공동성명문을 조율하는데 적잖은 진통을 겪었다는 후문이다.
◇북핵문제 = 양국정상은 북한핵문제는 한반도뿐만 아니라 동북아의 평화와 안정에 심각한 위협이라는 인식을 같이하고 북핵 불용 원칙을 재천명하고 한미일 3국간의 긴밀한 공조와 중국과 러시아를 포함한 국제사회의 협력을 강화한다는데 의견을 같이했다.
특히 '지난 5.14 한미 및 5.23 미일 정상회담에서 합의한 북핵문제 해결원칙을 재확인하고 한일간 공조를 강화한다'는 선에서 합의점을 찾았다. 이는 북한을 자극하지 않으면서도 북핵문제에 대한 공조원칙을 재확인하는 절충점이라는 지적이다.
양국정상은 또한 북핵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대화의 모멘텀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고 이를 위해서는 후속회담이 조기에 재개되야 한다는데도 의견을 같이했다.
그러나 양국이 북핵사태에 대한 한미일 3국간의 긴밀한 공조에 입장을 같이했지만 북핵사태가 악화될 경우의 추가적조치와 강경한 조치에 대해서는 입장을 달리한다는 점에서 공조체제에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일본으로서는 납북자문제 등과 관련해서도 대북제제가능성을 배제하지않고 있는 상황이어서 우리 정부와 같은 입장이라고 보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북한의 일본인 납치문제와 관련, 공동성명에서 '납치문제 등 일본측의 관심사항을 해결하고 동북아지역의 평화와 안정에 이바지하는 형태로 일북 국교정상화를 실현한다는 일본정부의 기본방침을 지지'한다고 합의했으나 납치문제에 대한 일본측 입장에 동조함으로써 우리 정부로서는 남북관계에 적잖은 부담을 안을 수밖에 없게 됐다.
◇미래지향적인 한일관계 = 노 대통령은 동반자적인 신우호협력시대의 개막을 주창하고 나섰고 이날 공동성명에서도 한일양국은 '평화번영의 동북아시대의 파트너'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그래서 양국정상은 FTA(한일자유무역협정)의 조기체결과 상호투자확대, 및 도하아젠다교섭 및 국제무대에서의 협력관계강화에 합의했다.
또한 미래를 향한 양국간 협력을 강화하기 위해 2005년을 'Korea Japan Festa 2005'로 설정하고 문화,학술 등 제반분야에서의 공동사업을 개최하기로 했고 양국간 문화 및 인적교류를 강화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일본 사증면제와 김포-하네다간 항공편의 조기운항을 추진하는데도 의견을 같이했고 우리측은 일본 대중문화의 조기 개방확대를 약속했다.
그러나 사증면제와 양국간 셔틀항공편의 조기운항시기가 정해지지 않았다는 점에서 양국간 이견이 좁혀지지 않았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또한 노 대통령이 분명한 역사인식이 미래지향적인 양국관계에 매우 중요하다며 최근 일본의 우경화움직임 등에 대한 유감을 표명하는 선에서 넘어갔지만 유사법제 처리문제 등으로 조성된 갈등기류는 미래지향적인 한일관계 구축의 걸림돌로 등장했다는 지적이다.
그러나 양국 학자들을 중심으로 운영되고 있는 '한일역사공동위'에서 내실 있는 결과가 나와서 양국간 역사에 대한 상호이해를 촉진시키는데 기여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도쿄=서명수기자 diderot@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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