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남녀 통장비율 역전-통장아저씨<통장아줌마

하영순(43·대구 대명2동)씨는 8년째 대명2동23통 통장으로 일하고 있다.

주부인 하씨는 지난 1995년 평소 알고 지내던 동사무소 직원의 권유로 통장 일을 맡게 됐다.

하씨는 재산세·자동차세 등 고지서를 집집마다 찾아다니며 나눠주고 반상회도 빠짐없이 참가한다.

발로 뛴 덕분인지 요즘은 통내 250여 가구의 크고 작은 일을 훤하게 꿰고 있다고 한다.

하씨는 지난해 12월 대명2동 30명 통장의 모임인 통우회 회장까지 맡았다.

하씨는 "돈을 번다는 것보다는 봉사한다는 생각으로 일한다"며 "남자 통장보다 여성들이 더 열성적이고 참여율이 높다"고 했다.

여성 통장이 늘고 있다.

통장은 과거 남성의 전유물처럼 여겨졌지만 이제 남녀 비율이 역전되고 있다.

대구에서 여성 통장 비율을 살펴보면 달서구 통장 683명중 494명(72.3%)이 여성이다.

수성구 546명중 316명(57.8%), 서구 445명중 231명(51.9%), 북구 620명중 319명(51.4%), 남구 319명중 125명(39.2%)이다.

아파트 밀집지역인 수성구 범물2동의 경우 25명중 24명(96%)이 여성 통장으로 대구시 전체 143개동 가운데 여성 통장 비율이 가장 높다.

이밖에 여성 통장 비율이 높은 곳은 달서구 도원동(39명중 37명·94.8%), 북구 읍내동(45명중 33명·73.3%) 등을 꼽을 수 있다.

여성 통장이 이처럼 늘고 있는 것은 아파트 등장과 관련성이 높다.

1990년대 이후 대구에 아파트가 급격하게 늘면서 남성들은 직장생활로 바쁜 반면 시간적으로 여유있는 주부들이 통장을 맡는 추세가 두드러지고 있다는 것. 또 중·고생 자녀에 대해 학자금이 일부 지원되는 것도 통장이 가진 메리트 가운데 하나이다.

과거에는 동네의 슈퍼, 세탁소 등 자영업을 하던 남성들이 고객확보 차원에서 통장을 맡는 경우가 많았지만 아파트가 늘어나면서 남성 통장 만나기는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또 수당이 월 10여만원에 불과한 반면 매월 2차례씩 구청 통장 회의에 참석해야 하고 각종 고지서를 돌려야 하는 등 번거로움이 많은 것도 남성들이 통장 일을 기피하는 이유가 되고 있다.

남구청 자치행정과 엄수범 담당은 "생업에 바쁜 남성들은 통장을 기피하는 데 비해 시간적인 여유가 있는 여성들은 열성적으로 참여한다"고 말했다.

이창환기자 lc156@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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