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은 9일 오전 숙소인 영빈관에서 수행기자단과 조찬을 함께 하면서 3박4일간의 일본방문활동의 성과를 평가하고 아쉬웠던 점을 밝혔다.
노 대통령은 "(일본방문 일정을)마무리 지으면서 여러가지로 심경이 착잡한 것은 사실"이라며 '구체적인 성과를 얻어내지도 못하고 유사법제 처리에 대한 대응과 과거사문제를 소홀히 했다'는 지적에 대한 곤혹스러운 입장도 솔직하게 털어놓았다.
노 대통령은 그러나 과거사 문제를 적극 제기하지 않은데 대해 "이번에는 동북아 신질서에 대해 강력하게 얘기하고 싶었다"면서 "민감할 수 있는 과거문제(에 대한 언급)를 회피한 것은 좋은 일을 성사시키기 위한 것"이라고 해명하기도 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이번 일본방문의 성과에 대한 소회는.
▲꿈보다 해몽이 더 중요하다.
(언론이) 해몽 좀 잘 해달라. 지금까지 북핵문제의 평화적 해결이 가장 중요한 문제라고 생각했다.
그 분위기를 만들어 나가기 위해 백방으로 노력했다.
그런 점에서 (이번에)북핵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다짐하고 고이즈미 총리가 '압력'을 얘기하는 것은 북한을 대화로 끌어들이기 위한 수단이라는 데까지 왔다.
그것이 제일 중요한 성과라고 생각한다.
-동북아 구상에 대한 일본에서 돌아오는 메아리가 없다.
동북아 시대를 열어가는 구체적인 프로그램을 구상하고 있는가. 그런데 기자회견중에는 표정이 굳어 있었다.
▲기자회견에 나올 때는 굉장히 긴장한다.
취재진들 앞에 서면 긴장이 된다.
동북아시대 문제에 관해서 제가 한국에서 이 이야기를 한 것은 이미 6, 7년이 넘었다.
그 때는 제 스스로 개념이 분명히 있지 않아서 북방경제라는 개념으로 이야기했었다.
일본국민들도 경제자유시대 개념은 제시되고 있지만 정치적 안보적 협력관계까지 이어질 수 있는 이런 구상에 대해서는 익숙지 않을 것이다.
한국과 일본의 처지가 같지 않아서 일본은 덜 절실할 것이다.
이 길로 가지 않으면 옛날처럼 패권적 대결로 갈지도 모르고 한국이 아주 어려워질지도 모른다.
새로운 질서를 위해 노력해야 한다.
-정상회담에서 경제부문에서는 계속 공동으로 확대해 나간다는 얘기를 했다.
FTA는 언제쯤 체결할 것인가.
▲분명한 것은 가급적 빨리 서둘러야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우리쪽 속도가 좌우할 것이다.
약간 느린 걸음을 할 필요도 있다.
느린 걸음 가운데 갖춰나가야 할 국내적인 것도 있고 일본의 성의를 촉구할 것도 있기 때문이다.
단기적으로 적자가 확대되고 손해본다는 말을 하는 것 같다.
그러나 장기적으로는 큰 이득을 본다고 생각한다.
기술격차가 있는 중소기업 어려움이 많고 이 부분에 있어서 조정이나 합의를 이끌어내는 것이 필요하다.
-착잡하다고 했는데 이번 방일에서 어떤 부분이 미진했다고 생각하나.
▲모든 선택이 선택의 이유가 1백대 0으로 명쾌한 경우는 없다.
좋은 선택이라고 해도 어두운 그림자는 있게 마련이다.
과거사문제를 말하지 않겠다고 결심하고 그렇게 선택했지만 선택할 때부터 과연 잘 한 일인가에 대해 끊임없이 지문자답할 수밖에 없었다.
그런 저런 것을 생각하면 이번 회담에서 제기하지 않았던 문제가 아쉬움으로 남아 있다.
우선 순위에 밀린 이런 것에 대해 아쉬움이 남는다.
-오늘 오후 국회연설에서 일본측의 자성을 촉구하는 말을 할 것으로 알고 있다.
▲지금 일본에 대해 주장하고 비난해서 그야말로 일본국민들의 인식과 자세가 세계 주도국가로 가게 될 것이냐에 대해 저는 별로 그렇지 않다고 생각한다.
오히려 일본국민들에게 맡겨둠으로써 저항감 없도록 해야 한다.
이 문제(과거사)를 이렇게 결정하는 데에 우려했던 것은 국내여론이 더 두려웠다.
국내여론을 보고 국제관계 발언을 하는 것은 대단히 위험하다.
설사 국내여론으로부터 비난을 받더라도 제 판단에 이 방향이 국민에게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면 그렇게 하고 일본에 강력한 문제제기를 하지 않은 것이다.
서명수기자 diderot@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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