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충일 추념식을 마치고 달성의 주산인 비슬산에 올랐다.
푸르다 못해 검푸른 얼굴을 한 비슬산은 초여름의 싱그러움을 노래하고 있었다.
시간이 없어 도성암에서부터 오르기 시작했다.
사람들의 접근을 막는 듯 가파르고 험한 등산로를 헉헉거리며 올라보니 어머니 허리처럼 완만하면서도 포근한 산길이 주봉을 향해 뻗어 있었다.
이 비슬산의 주봉이 대견봉이다.
대견사지는 우뚝선 탑과 함께 기억에 생생하지만 대견봉은 10여년 전에 올라본 적이 있건만 생소하게 느껴졌다.
비슬산 최정상을 대견봉이라 하는 이유도 대견사라는 절 이름에서 비롯된 것을 보면 대견봉이 낯선 것도 이해가 간다.
신라때 당의 태종이 어느날 아침 세수를 하는데 대야 물속에 험준하고 웅장한 절이 비쳤다.
당태종이 온 나라를 뒤져도 그 절을 찾지 못하자 신라에까지 사람을 보내 마침내 오늘의 대견사지를 찾아 절을 짓게 했다.
대국인 중국에서 보였던 절이라 하여 대견사라 하고 제일 높은 봉우리도 대견봉이라 했다는 것이다.
대견봉은 앞으로 큰 바위를 병풍처럼 펼쳐들고 뒤로는 어머니 품속과 같은 아늑한 평원을 간직하고 있다.
크고 작은 바위의 덩어리인 암괴류는 천연기념물로, 진달래 군락지는 경승지로 지정될 예정이다.
당태종의 세수 물속에 비친 작은 대견봉에서 벗어나 세계인이 주시하는 큰 대견봉으로 웅비할 나래를 펼치고 있는 것이다.
이제 비슬산 대견봉이 크고 힘차게 마음껏 날 수 있도록 그 품안에 둥지를 틀고 있는 우리 달성인들이 노력해야 할 때이다.
아니 대구인 모두가 지혜와 저력을 모아야 할 때인 것이다.
새로운 기대와 희망을 간직한 채 산을 내려오며 유가사에 이르자 안내 표지판과 함께 선 대선사의 법문판, 그곳에 세계인의 정신이 아로 새겨져 있었다.
'세상의 삼라만상과 큰 화해를 하라'.
권대용 수필가·달성군 부군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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