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한상덕의 대중문화 엿보기-스타의 솔직함

1991년으로 기억한다.

청룡영화상 인기상 수상자를 결정하는 방식이 특이했다.

신문에 들어있는 응모엽서에 따라 인기도를 가늠하는 것이었다.

당시 황신혜의 매니저 김광수는 신문 5만 5천부를 사들였다.

소속사 여배우 황신혜를 인기상 수상자로 만들기 위해 아르바이트를 고용하여 '좋아하는 여배우 황신혜'라는 엽서를 띄웠다.

결과는 대성공이었고….

그로부터 10여 년의 세월이 흘렀다.

지금 이런 방식은 엄두도 못 낸다.

스타의 모든 것들이 대부분 노출되기 때문이다.

공식스케줄뿐 아니라 하루의 일과까지 그대로 꿰고 있는 극성팬까지 있을 정도다.

숨기는 것은 물론이고 조작이 불가능하다.

그래서일까. 요즈음 스타들은 '최대한 솔직하자'가 무기다.

"내숭떠는 여자들이 제일 싫다"고 거침없이 말하는 양미라가 인기를 모으고 "누가 내게 참견하거나 간섭하는 것이 싫다.

나도 다른 사람들에게 간섭하지 않는다"는 김민희가 당당하게 보인다.

이유는 있다.

'솔직함'이 N세대의 코드이기 때문이다.

기존의 것들을 무시하고 파괴하려는 그들의 코드와 맞아떨어지는 탓이다.

수평구조인 스탠딩문화가 권위주의를 철저하게 배격해서다.

상품으로서의 스타가 지니는 특성 중 가장 중요한 것은 수요에 비해 희소성의 정도가 높다는 사실이다.

국가가 면허증과 같은 제도로 인원수를 제한하여 희소가치를 높이는 의사나 변호사와는 다르다.

자연발생적이고 오직 대중에 의해서만 결정되는 것이 스타의 생명력이다.

그런 대중에게 탤런트 이유진과 신세대스타 김승현이 가족사를 말했다.

죽음처럼 무서운 자기고백이지만 "힘을 내라"는 대중의 응원을 기대한 건 아니다.

연예재능으로 자신을 평가해 달라는 거다.

'공인이 어쩌고'하는 잣대에서 벗어나고 싶어서다.

대중이 연예상품에 호주머니를 여는 이유는 '재미가 있어서'다.

스타의 상품성도 마찬가지다.

아무리 고상한 대중이라도 윤리적으로 훌륭하다는 이유만으로 스타로 인정하지 않는다.

재미를 제공할 수 있어야 진정한 스타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은데….

대경대 방송연예제작학과 교수

sdhantk@yaho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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