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이 어제 또 '튀는 말씀'으로 사람을 놀라게했다.
청와대에 전국 세무관서장들을 모아놓고 "각 부처에 공식·비공식의 개혁주체 조직을 만들겠다"고 공언하고 국가개조 차원의 개혁 동참을 역설한 것이다.
더구나 특강의 내용이 또 언론에까지 비약, "독불장군, 튄다, 불안하다고 비판만 했다"고 불만을 쏟았다.
그러면서 언론의 비판·비난에 개의치 않겠다는 식의 해선 안될 발언을 토했다
참으로 당황스럽다.
솔직히 대통령의 이 말씀의 실체적 의미를 공직사회가 어떻게 읽어낼지 두렵기부터 하다.
만약 이것이 정부부처 곳곳에 개혁독려를 위한, 그리고 대통령의 입맛에 맞는 별도의 조직을 만드는 것으로 받아들인다면 관료조직은 심리적 분열상황에 당장 직면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대통령의 말씀은 좌우간 잘못된 것들을 확 바꿔서 새시대를 열어보자는 뜻인 것 같다.
그렇다면 "현 상황에 이런 식으로 눌러앉아서는 발전이 없습니다.
함께 개혁합시다"고 쉽게 호소하면 될텐데 자꾸 역설적·수사(修辭)적 표현에다 까딱, 위험스럽고 당장 오해부를 소지가 넘치는 용어를 일부러 골라서 만들어내는 것 같으니 답답한 것이다.
이러니 정치판은, 언론들은 "이게 또 무슨 소리냐" 분석하고 비판할 수밖에 없게돼 버렸다.
결국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의 논쟁인 셈이다.
그러나 '공산당 발언'에서처럼, 말을 덜컥 해놓고 시끄러우면 "립서비스였다" "수사적 표현이었다" "덕담 이상도 이하도 아님을 이해해달라"는 식으로, 대통령이 엎질러놓은 말을 대변인과 측근들이 따라다니며 추가설명하고 주워담아야 하는 판이면 그 말씀에 문제가 있다고 봐야한다.
문희상 비서실장까지 덜컥 악담(惡談)을 해버렸다.
"대통령이 언론을 죽이자고 하면 방법은 얼마든지 있고 발톱도 있다"니-. 그것도 한국기자협회 임원세미나에서 해버렸으니, 그러고도 이를 협박이 아니라 잘해보자는 뜻이었다 할 것인가. 청와대의 '말잔치'에 하루하루가 신경쓰인다.
누구든 이제 말 좀 가려서 하고, 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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