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마 황제 콘스탄티누스가 '대제(大帝)'로 불리는 것은 그의 포용력있는 '큰 정치' 때문이다.
그는 진정한 황제가 되기위해 '황제라 칭하는' 6명과 전쟁을 하는 도중 이태리 북부 밀라노에서 기독교 박해를 중지하겠다는 역사적인 선언을 한다.
소위 '밀라노 칙령'으로 AD 313년의 일이다.
밀라노 칙령은 모든 사람들이 마음에 드는 신을 숭배할 수 있도록하는 관용령이었다.
대부분의 로마 황제들은 자신을 살아있는 '주피터'로 생각, 자신을 숭배하지 않는 기독교도를 박해했는데 콘스탄티누스는 이를 타파한 것이다.
▲그런데 이 중대한 선언을 왜 '종교 관용령'이라 하지않고 지역의 이름을 따 '밀라노 칙령'이라고 명명했는지는 지금도 의문이 풀리지않지만 어쨌든 밀라노는 콘스탄티누스의 작명(作名) 덕에 돈 한푼 들이지않고 2천년 가까이 '세계적인 도시'로 홍보되고 있는 셈이다.
최근에는 이런 효과를 노려 인위적으로 지명을 앞세우기도 한다.
다보스 포럼, 도쿄 선언, 우루과이 라운드 등이다.
세계화 시대에 그 도시의 역량에 걸맞는 역사적인 사건을 만들어 이렇게 이름 짓는 것은 분명 부러운 일이다.
▲엊그제 노무현 대통령은 지방에서는 처음으로 대구에서 국정과제회의를 가졌다.
노 대통령은 "앞으로 지역혁신체계, 혁신 클러스터라는 구상을 가지고 지방을 지원하려고 하는데 그중에서 제일 잘 된 동네에 가서 회의를 하면서 우리 방침을 얘기하려했는데 찾아보니까 대구와, 경북테크노파크가 가장 잘하고 있더라"며 이날 밝힌 국가균형발전 원칙과 과제에 대해 '대구선언'이라고 이름붙였다.
대구선언은 이렇게 지방분권과 지방화 시대의 도래를 의미하는 대명사가 된 것이다.
▲대구는 지난 99년 10월 6일 '대구 라운드'라는 이름으로 세계적인 이목을 집중시킨 적이 있었다.
경북대 김영호 교수의 주도로 탄생한 대구 라운드는 선진국·채권국 중심의 국제금융질서에 맞서 개발도상국·채무국의 입장을 대변하고 대응논리를 개발하자는 국제 회의로 당시 로마 교황청에서 격려 메시지를 보낼 정도로 제3세계의 관심을 끌었다.
그야말로 홍보비 없이 대구의 이미지를 전 세계에 알리는 계기가 된 것이다.
▲이제 대구는 '대구선언'이라는 또 하나의 이름을 얻었다.
그러나 작명보다는 이름을 남기기가 더 어려운 법. 이제 지역민은 대구선언이 갖고있는 상징적 이미지가 빛을 바래지않도록 갈고 닦는 작업을 게을리해서는 안된다.
노 대통령의 생각처럼 대구가 지역혁신의 대표적인 도시로 영원히 각인될수 있도록 노력해야한다.
거대한 공단을 조성하는 것보다 '이름값'을 하는 도시가 훨씬 경쟁력이 있을 것이다.
대구선언이 세계적인 모델이 되지 말라는 법도 없다.
윤주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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