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얼마든지 열심히 할 수 있는 나이인 데도 벌써 퇴출 대상이 된 내 처지가 안타까울 뿐입니다.
아들 두놈이 아직 대학·고교생이라서 학교를 계속 시켜야 하는데.... 놀 수야 있습니까? 퇴사하게 되면 뭐라도 해야겠죠".
17일 낮 봉화군 봉성면 창평리 한 식당. 점심식사를 위해 모인 인근 국도건설 현장 직원들 중 국내 굴지의 건설회사인 ㄱ건설(주) 차장 김모(50)씨가 쏟아내는 넋두리는 점심자리가 끝나도록 이어졌다.
오는 20일 법정관리 중인 회사를 외국 회사가 인수하면 즉각 인(人)당 매출을 15억원으로 잡고 또다시 구조조정을 한다는 것. 그렇게 되면 경기가 침체된 현상황에서 전체 450여 명 직원 중 150명이나 퇴사해야만 가능한 일이라 무더기 퇴출이 불가피하다며 깊은 한숨을 쉬었다.
"쉰살 전후가 무조건 퇴출 대상인 작금의 추세를 어떻게 거스를 수가 있습니까? 후배들은 공·사석에서 공공연히 '퇴출은 능력 순이 아니라 나이 순'이라고 하잖아요. 허허. 그냥 조용히 회사를 떠나야지요" .
80년초 중동(사우디아라비아) 건설 경기가 한창일 때 주역으로 국내·외 곳곳을 누비며 줄곧 도로와 항만 등 사회 간접자본 시설 건설 현장에서 뛰어 온 김 차장. 함께 자리한 ㄴ토건(주) 이모(43) 과장은 "그는 아직도 현장 일이라면 30대 친구들 3명과 경쟁해도 자신있을 만큼 일에 대해서 만큼은 열정적"이라고 거들기도 했다.
"지난 20여년 동안 숱한 건설 현장에서 별별 돌발사건을 겪는 등 축적된 많은 경험을 그냥 내버려야 하는 게 아깝습니다.
지난 IMF 경제난국 이후 지금까지 연속된 퇴출 바람이 능력있는 동료들을 몰아내고 결국 나 자신의 등도 떠밀어 내는 현실이 너무 슬프네요".
이제 갓 희끗희끗해진 머리결을 걷어 올리며 '염색이라도 해볼까'라며 쓴웃음을 짓는 그의 모습에서 현재 40대 후반 50대 초반의 고개숙인 중견 회사원들이 공통적으로 앓고 있는 무지막지한 '나이순 퇴출' 위기감이 경북의 오지 봉화군의 한 시골 마을 식당안에서도 여전히 위력적임을 실감케 했다.
권동순〈사회2부〉pinoky@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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